경영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경영자란 무엇인가?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화두다. <이야기 경영학>은 오랫동안 피터 드러커에 천착해온 故 이재규 대구대총장의 유작이다. 그는 이 책에서 ‘경영활동’을 고대부터 현대까지 개관한다. ‘경영’ ‘경영자’의 정의와 관련해 흥미로운 일화가 하나 있다. 누군가가 피터 드러커에게 물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영자는 누구였습니까?” 독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그 질문을 던진 사람은 우리들처럼 석유왕 록펠러, 철강왕 카네기, 자동차왕 헨리 포드, IBM의 창업자 토머스 왓슨, MS의 빌 게이츠라는 대답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다. 하지만 드러커는 의외의 대답을 한다.
“그야 4000년 전 피라미드를 건설한 현장 감독자나 2500년 전 고대 로마의 도로공사 책임자들이지요. 그들이 만든 피라미드나 도로가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있잖아요.”
사실 경영(Management)이라는 단어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대기업의 등장과 함께 나온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용어다. 저자는 경영 또는 경영자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이 시대적으로 바뀌어왔다고 설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경영자란 ‘부하들이 수행하는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정의됐다. 다시 말해 경영자는 보스(Boss)이며 경영을 한다는 것은 보스로서 그 지위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1950년대 초 경영자의 정의는 ‘다른 사람들의 성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은 경영자란 ‘지식의 적용과 성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Responsible for the Application and Performance of Knowledge)’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오늘날의 경영은 ‘지식을 행동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피터 드러커는 경영자를 ‘자신의 지식과 판단으로, 자신 또는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경영자에 대한 정의의 변화는 ‘지식사회의 도래’에 기인한다.
“이런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이제 우리에게 ‘지식’이 필수적인 자원이라는 것이다. 토지, 노동, 자본은 이제 제약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들 없이는 지식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고 경영 또한 아무 성과도 낼 수 없다. 하지만 지식을 지식에 적용하는, 즉 ‘지식경영’이 있으면 우리는 언제나 다른 자원들을 얻을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는 정보가 국경을 넘어 신속히 전달되고 조금이라도 이익률이 높은 곳이 있으면 돈은 국경을 넘어 투자되기 때문이다.”(301p)
저자는 지식사회의 모습을 설명한다. 우선 ‘산업구조’가 변화한다. 제조업이 과거 농업이 쇠퇴했던 길을 따라 가고 있으며 의료, 교육 등 주요 지식제품들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둘째, 지식사회는 ‘인구구조’가 바뀐다. 노인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반대로 젊은 인구는 급감한다. 따라서 어느 선진국이든 예외 없이 가장 빨리 성장하는 산업은 이미 교육을 많이 받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산업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셋째, 지식사회는 ‘지식이 핵심자원’일 것이고 지식근로자가 노동력 가운데 지배적인 집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지식사회를 고도의 경쟁사회로 만들 것이며 따라서 지식근로자는 치열한 경쟁에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에 대처해야 하고 은퇴 이후의 생활도 미리 계획해야 한다.
저자는 경영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앤드류 카네기, 코넬리어스 밴더빌트, 존 록펠러, 로스차일드 가, 존 모건, 앙리 듀폰, 헨리 포드, 토머스 왓슨, 리바이스, 맥도널드, 코닥, 마쓰시타, 디즈니 등 대표적인 경영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인다. ‘사람 이야기’를 접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