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공식 기구에 따르면 프랑스는 현재 3억2000만병 정도의 샴페인을 생산하는데, 그 가운데 56% 가량인 1억8000만병 정도를 자체 소비하고 있다. 영국으로 3400만병, 미국으로 1900만병 정도가 나가는 것을 볼 때 프랑스 사람들이 얼마나 샴페인을 즐겨 마시는지 이해가 갈 정도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샴페인은 모엣샹동, 베브 클리코, 폴 로저…?
답은 그런 오래된 회사의 제품이 아니다. 샴페인 니꼴라 푸이야트가 그 주인공이다.
니꼴라 푸이야트는 연간 1000만병 정도를 판매하고 있다. 성장 속도 1위의 샴페인으로 2010년 대비 지난해 성장률은 니꼴라 푸이야트가 16%대로, 13%대인 모엣샹동이나 11%대인 베브 클리코를 제쳤다. 빠른 성장률 덕분에 니꼴라 푸이야트는 2006년 세계 TOP5 샴페인 회사가 된 데 이어 올해는 TOP3에 진입했다. 세계 시장 순위는 아직 모엣샹동이나 베브 클리코가 앞서고 있으나 니꼴라의 성장세가 워낙 빨라 순위가 언제 바뀌게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미국에서 커피 장사로 돈을 번 니꼴라 푸이야트가 세운 이 회사는 ‘전통’의 샴페인을 파는 경쟁사들과 달리 ‘현대’식 샴페인을 내세우며, 1976년에 출범했다. 1985년 재클린 케네디에게 브뤼 리저브 파티큘리에를 선물해 퍼스트 레이디의 와인이란 명성을 얻었다. 또 모마나 구겐하임 등에 진출하고 동물을 이용한 광고로 대중에게 다가갔으며 패키지도 현대적으로 꾸몄다.
특히 대부분의 샴페인 회사가 복합적 풍미를 추구하지만 니꼴라 푸이야트는 단순하고 깨끗한 맛(Straight-forward)을 내세운다. 그만큼 젊은 감각의 샴페인이다.
단기간에 세계적인 샴페인 회사로 큰 데는 탁월한 경영전략도 한몫을 했다.
회사 이름을 주는 대신 샴페인의 포도 경작자들을 끌어들여 대규모 조합을 결성한 것. 현재 5000여 명의 경작자와 84개 협력사를 두고 있다. 17개 그랑 크뤼 중 13개, 42개 프리미에 크뤼 중 33개가 여기에 들어 있다. CV-샴페인 니꼴라스 푸이야트의 저장 능력은 9000만병이나 된다.
그 맛은 어떨까.
재클린에게 선사했다는 니꼴라 푸이야트 브뤼 리저브 파티큘리에는 부드러운 맛에 싱그러운 꽃과 배의 향기, 헤이즐넛 맛이 난다. 브뤼 샤도네 밀레짐은 아카시아와 감귤의 향이 나는데 샤도네 특유의 신선한 단맛이 오래 지속된다. 살구빛을 띤 브뤼 로제는 신선한 체리와 복숭아 향이 나는데 입맛을 깨우는 부드러운 과일의 향미가 일품이다.
오크통에서 9년 이상 숙성한 빨메 도르 브뤼 빈티지는 조각한 것 같은 병부터 이색적이다. 피노누아와 샤도네를 5대5로 블렌딩한 샴페인으로 캐러멜과 레몬의 신선한 아로마가 구수하고 부드럽게 다가오며 입안을 전체적으로 어루만지는 듯한 버블감이 상쾌하다.
② 슈퍼투스칸을 이끄는 와인은?오랜 역사 투스카니 아닌 젊은 오르넬라이아
와인의 종주국은 흔히 프랑스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프랑스에 와인을 보급한 곳이 이탈리아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이탈리아 중부의 투스카니아는 산지오베제 품종의 포도로 키안티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노 노빌레 디 몬탈치노 등 이태리 주요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한마디로 이태리 와인의 자존심 같은 곳이다.
그런데 세계 와인의 주류를 보르도 블렌드에 빼앗긴 상태다. 여기서 보르도 와인에 버금가는 와인을 만들자며 전통을 고수하는 대신 세계적인 품질의 와인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우수 와인을 슈퍼투스칸이라고 부른다.
자연히 슈퍼투스칸에도 여러 와이너리가 있다. 그런데 젊은 오르넬라이아는 그 중에서도 빼어나다.
1981년 설립된 오르넬라이아는 해안가 미세기후의 특성이 나타나는 떼루아를 감안해 카비네 쇼비뇽과 카비네 프랑, 메를로는 물론이고 우아한 느낌의 맛을 주는 쁘띠 베르도도 심었다.
이를 통해 신대륙 와인 느낌이 날 만큼 강하면서도 깨끗한 와인을 만들어냈다. 와인 스펙테이터는 오르넬라이아 2004와 2007 빈티지에 97점을 주었다. 2005, 2006 빈티지는 95점이다. 덕분에 겨우 30여 년의 역사인데도 여러 와이너리들이 벤치마킹을 하는 곳이 됐다. 오르넬라이아의 맛은?
2010 레 볼떼 오르넬라이아는 엔트리급이라고 했는데 ‘야, 재미있네’라는 느낌을 줬다. 말이 엔트리급이지 향미가 상당했다. 산초와 후추 아로마에 약간 짠 듯한 맛이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오르넬라이아 세컨드 와인은 메를로를 주품종으로 했다는 데 강렬한 향신료의 맛에 부드러운 메를로의 풍미가 잘 어우러졌다.
카비네 쇼비뇽을 주품종으로 하고 메를로와 카비네 프랑, 쁘띠 베르도 등을 블렌딩한 오르넬라이아는 무통 로칠드의 풍미를 연상케 했다.
산초의 풍미를 풍기면서 입안에 가득 차는 듯한 탄닌의 느낌이 잡냄새를 씻어내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향미가 길게 여운을 남겼다.
③ 칠레에서 경진대회 1위 한 와인은전문가 영입해 혁신 나선 뷰 마넨
몬테스 알파나 1865는 한국에서 와인 좀 마셨다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대표적 칠레 와인이다. 그런데 국제대회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았다고 칠레 정부가 공식으로 인정한 와이너리는 따로 있다. 바로 뷰 마넨(Viu Manent)이다.
뷰 마넨의 역사는 193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인에서 넘어간 미구엘 뷰 가르시아는 두 아들과 함께 산티아고에 ‘보데가스 뷰’를 설립해 와인 유통을 시작했다. 1954년 작은 아들 미구엘 뷰 마넨은 독립을 결심하고 산티아고의 와이너리를 사들여 국내용 테이블 와인 생산에 나섰다. 이후 오랜 전통의 콜차구아밸리 포도원을 사들였고 와이너리 현대화에 나섰다. 뷰 마넨은 콜차구아밸리에 254헥타르나 되는 거대한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다.
이 지역은 안데스 산맥과 아타카마 산맥 태평양 등으로 격리돼 있어 포도나무에 치명적인 필록세라병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덕분에 수령이 오래된 포도나무들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여기에 뛰어난 와인 전문가들이 합류했다. 잠시 스페인 여행에 나선 뷰 마넨은 스페인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미구엘 토레스 와인을 수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와이너리 혁신에 나섰다. 이후 와인 전문가들을 영입했는데, 특히 아우렐리오 몬테스를 수석 와인 컨설턴트로 영입해 최고 수준의와인 만들기에 나섰다.
까르미네르에 말벡과 쁘띠 베르도를 블렌딩한 뷰 마넨 까르미네르 엘 인시던트는 후추향 산초향이 강하며 부드러운 탄닌이 우아한 느낌을 준다. 카비네 쇼비뇽 100%의 뷰 마닌 싱글 빈야드 카비네 쇼비뇽은 카쇼 특유의 구조감에 모카와 계피 등의 풍미가 길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