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네모나네~!”
술을 담는 병은 대부분 원형이다. 호리병 형태나 조각이 가해지면서 형태에 변화를 갖는 경우는 있으나, 그래도 대부분의 술병들은 모두 원형을 유지한다. 손에 잡기 편하고 내용물을 보기에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통념을 이미 100년 전에 깨며 세계적인 주류 브랜드로 우뚝 선 곳이 있다. 바로 ‘조니워커(Johnnie Walker)’다. 조니워커는 원형 일색인 다른 제품들과 달리 직사각형 디자인을 사용한다. 동그란 병은 옆으로 구르다 잘 깨지기 때문에 직사각형 병에 술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라벨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주류들이 브랜드가 잘 보이도록 정확하게 라벨을 붙이는 것과 달리, 조니워커는 45도 각도로 비뚤어진 라벨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주류 브랜드 역시 숙성기간 대신 맛을 형상화한 색깔을 브랜드화해 차별성을 강조한다. 이런 차별성은 곧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으로 이어진다. 조니워커가 세계 최대 위스키 업체로 성장한 것 역시 이런 차별성이 조니워커만의 특별함으로 작용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의 조니워커는 전 세계 각국에서 연 1억2000만병의 위스키가 팔려나갈 정도로 높은 명성을 자랑한다. ‘명주(名酒)’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조니워커 역시 시작은 초라했다. 1820년 스코틀랜드의 변방지대였던 킬마녹 지방의 한 식료품 가게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창업자였던 존 워커(John Walker)는 당시 아버지를 여의고, 보유하던 농장을 팔아 식료품 가게에 투자했다. 이때 가게에 납품되던 위스키의 맛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곧바로 직접 원액을 구해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바로 조니워커의 첫 제품인 ‘워커스 킬마녹 위스키’다. 2세인 알렉산더 워커가 가업을 이으면서 위스키 사업의 규모는 커지기 시작했다. 또한 1860년 법으로 금지됐던 블렌디드 위스키의 제조가 허용되면서 조니워커는 최초로 블렌디드 위스키인 ‘워커스 올드 하이랜드(Walker’s Old Highland)’를 출시했다. 이 블렌디드 위스키는 5년 뒤인 1870년부터 직사각형 모양의 병에 담겨져 판매됐는데, 독특한 디자인과 부드러운 맛으로 높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906년부터는 맛에 따라 브랜드를 달리하는 여러 색깔의 ‘라벨’이 사용됐다. 회사 이름 역시 ‘워커스 킬마녹’에서 ‘조니워커’로 변경했다. 트레이드마크로 사용되는 ‘스트라이딩맨(Striding Man·중절모에 정장을 입고 지팡이를 든 신사)’ 역시 이때부터 쓰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메이저 주류업체로 성장한 조니워커는 1925년 ‘디스틸러스(Distillers Company)’와 합병했고, 1986년 흑맥주로 유명한 ‘기네스(Guiness)’에 인수됐다.이후 1997년 기네스가 베일리스, 스미노프 등을 소유하고 있던 그랜드메트로폴리탄과 합병하면서 ‘디아지오(Diageo)’로 사명을 변경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조니워커는 뛰어난 블렌딩 기술을 바탕으로 부드러운 맛과 독특한 마케팅으로 성장해왔다”며 “남과는 다른 특별함이 바로 조니워커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