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파란 바다 위 요트에서 연인과 마시는 와인 한 잔.
로맨티스트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보는 환상의 장면 중 하나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장면을 연출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일단 대당 수억원씩 하는 요트 구매 비용에서부터 부대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귀족들의 취미로 불리는 ‘요트’가 최근 한강 일대에서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 요트계류장인 서울마리나가 자리하고 있어서다. 서울마리나는 지난해 4월 개장한 해양레저 종합시설로 요트계류장 규모만 부산 수영만, 화성 전곡항에 이어 국내 3번째 규모(최대 90대 계류)다. 특히 레저시설 외에 연회 및 카페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한강을 찾는 시민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한강을 더욱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서울마리나의 이상우 대표를 만나 귀족들의 취미생활로 알려진 ‘요트 사업’을 하게 된 이유를 들어봤다.
요트 사업은 사실 일반인들이 하기에는 굉장히 부담되는 레저스포츠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소수의 시민들만이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인지도도 부족하고, 자칫 시민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는 요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마리나의 모기업은 승화명품건설입니다. 하지만 국내 건설업의 성장성에 한계가 느껴지면서 사업 확장 차원에서 진행했죠. 하지만 반대도 많았습니다. 마리나 비즈니스는 건설에서부터 조선, 서비스업까지 규모가 크지만, 국내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많았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저도 요트를 최상위 계층만이 즐길 수 있는 고급 레저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해외 마리나를 돌아보면서 요트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사실상 포화상태인 육상 레저를 대신할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또 서울시에서도 한강 일대에 마리나 시설을 건설하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진행하자, 망설이지 않고 시행했습니다.
국내에선 굉장히 생소한 사업이다. 창업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사업 시작부터 가시밭길이었죠. 한강에 마리나가 들어선다고 할 때부터 ‘요트는 부유층을 위한 시설이다’ ‘최상위 계층을 위한 시설’이라는 말이 회자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요트는 본인이 소유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레저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이런 선입견을 타파하기 위해 서울마리나를 계획할 때부터 노력했습니다. 요트가 없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렌털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용도 1시간 4000원 수준(딩기 요트 교육 이수자 기준)으로 책정해 요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개장 이후 TV를 통해 서울마리나가 알려지면서 데이트코스로도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곳에 왔던 분들 중 상당수가 저렴한 비용으로 요트를 즐길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다시 찾는 이들이 늘고 있죠.
시설이 굉장히 특이하다. 뒤의 둔덕이 서울마리나를 완전히 감싸고 있는데, 이렇게 디자인한 이유가 있는가?
한강은 의외로 파고가 높고, 겨울에는 얼기도 하는 등 요트를 보관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또 여름철 장마나 태풍이 올 때는 인근의 한강시민공원이 불어난 강물에 잠기는 등 관리면에서도 변수가 많은 곳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러 둔덕을 만들었다. 원래 서울마리나가 있는 곳은 늪지였는데, 이를 파내면서 둔덕을 만들었다. 둔덕이 만들어지면서 마리나 내 계류장은 파도가 거의 없는 잔잔한 수면을 유지하게 됐고, 요트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또 특허가 사용된 첨단공법을 통해 장마나 태풍때 강물이 불어나면 최대 17m까지 마리나 시설 전체가 상승하게 된다. 진입로 등이 물에 잠겨 접근하지 못해도, 마리나 시설은 그대로 유지된다.
국내 3번째 규모의 요트계류장임에도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다른 마리나 시설은 현재 문을 닫고 있다. 한강을 중심으로 마리나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 이런 배경에는 국내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해외의 요트 문화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국내 사정상 요트를 개인이 보유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소유해도 관리가 어렵다.
우리는 해외의 정통 마리나를 벤치마킹하되, 국내 실정에 맞는 마리나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서울의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국내 요트 수요를 늘려나갈 계획이죠. 일희일비하지 않고, 요트 인구 증가에 힘쓰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