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금에 300만원?
지난 2월10일 영국에서는 한 병에 4만4000파운드(약 7900만원) 하는 양주가 경매로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이 위스키는 ‘글렌피딕 1955, 재닛 시드 로버츠 리저브’로, 지난해 8월 110번째 생일을 맞은 스코틀랜드 최고령 인물 ‘재닛 시드 로버츠’를 축하해주기 위해 11병 한정 생산된 제품이다.
이처럼 엄청난 가격의 명주(名酒)를 생산하는 업체는 스코틀랜드의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이하 윌리엄社)다. 윌리엄社는 앞서 언급한 대로 ‘글렌피딕’의 제조사로 유명하다. 스코틀랜드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윌리엄社는 1886년 창업주인 윌리엄 그랜트와 그의 자녀들이 세운 위스키 증류소로, 현재 5대 126년 동안 가족경영을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스카치 위스키 시장에서 가족기업으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글렌피딕은 ‘사슴계곡’이란 의미의 켈트어로 윌리엄 창업주와 가족들이 세운 첫 번째 양조장이 위치했던 곳의 지명이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방의 피딕강 근처 스페이사이드에 자리하고 있다.창업주 윌리엄은 이곳에서 아내와 일곱명의 자녀 등과 함께 직접 땅을 파고, 돌을 옮겨 증류소를 세웠다. 그리고 1887년 크리스마스에 최초의 증류액을 생산했다. 글렌피딕은 첫 증류 이래로 품질 유지를 위해 수십여 명의 전문가들이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위스키의 주요 제원인 물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 증류소 인근의 ‘로비듀’를 수원지로 삼고 일대의 150만평을 매입해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또한 숙성에 사용하는 오크통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팀을 따로 두고 있으며, 1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석탄을 통해 증류하는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윌리엄社는 1963년에 최초로 싱글몰트 위스키 원액만으로 제품을 출시했으며, 삼각형의 병 디자인으로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진한 향이 인상적인 스코틀랜드 최고의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 지금 126년의 고집스러운 그 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