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에서의 점심시간. 록펠러센터에 있는 RCA빌딩 건설현장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노동자들. 1932년 작
국어사전이나 백과사전, 아니면 웹스터 영어사전에서 ‘시간(時間·time)’이라는 단어를 찾아본 적이 있는 사람은 깜짝 놀라게 된다. 그 오지랖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시간’이라는 단어는 ‘신’이나 ‘사랑’같이 딱 잘라서 말하기 힘든 그 어떤 명사나 형용사보다도 훨씬 장황하고 복잡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를테면 이렇다.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라는 간단한 사전적 설명에서부터 “지구의 자전 주기를 재서 얻은 단위”라는 물리적 설명을 지나 “사물의 현상이나 운동, 발전의 계기성과 지속성을 규정하는 객관적인 존재 형식”이라는 철학적 설명에 이르기까지 시간은 한마디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근원적이고 복합적인 단어다.
‘시간’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감당하기조차 버거운 엄청난 의미 영역과 파장을 지닌 단어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고 할 만큼 인간은 시간을 탐구하고 지배하기 위해 오랜 세월을 소비해왔다.
시간에 대한 개념은 또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에 따라 다르다. 노인이 느끼는 시간과 어린아이가 느끼는 시간도 다르다.
시간을 탐구하는 책들이 흥미를 끄는 건 ‘시간’이 가진 그 엄청난 스토리텔링의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콜게이트 대학의 천문학·인류학 교수인 앤서니 애브니가 쓴 <시간의 문화사>는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시간의 역사를 정리한다. 달력이나 시계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 시간을 개념화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양력은 예수와 밀접하고 동양력은 농사와 밀접하다.
올해는 그레고리력으로는 2012년이지만 고대 로마 달력으로는 2765년, 유대력으로는 5772년, 이집트력으로는 6248년이며, 단기로는 4345년이기도 하다. 이처럼 달력상의 시간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다. 그러나 이 달력 속에는 인간이 ‘시간’이라는 거대한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온 오랜 시행착오의 역사가 담겨 있다. 시간의 궤적을 따라가기 위해 인간이 고안한 모든 기계장치의 중심에는 자연이 들어 있다. 시계의 시침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의 위치와 일치한다. 그리고 시계의 기본원리인 진자는 매달린 모든 물체가 운동하는 패턴과 일치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지만 인간의 몸 역시 시계다. 인간의 몸 안에서는 매일 100가지 이상의 진자운동이 일어난다. 10분의 1초 단위로 일어나는 뇌파의 진자운동, 1초 단위의 기본 심장박동, 6초 단위의 호흡주기 등이 그 증거다. 이 같은 생체적 시간 척도는 결국 여성들의 월경주기로 이어진다.
사실 365일이라는 개념도 과거 인류의 동면주기의 흔적이다. 결국 인간이 개념화한 시계와 달력은 몸과 자연의 주기를 찾아내고 그것에 맞는 약속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미 우리 몸에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타고난 기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유명한 과학 저널리스트인 슈테판 클라인의 <시간의 놀라운 발견>은 이 같은 생체적 시간에다가 심리적 인자를 추가한다. 심리적 측면에서 시간과 인간의 관계를 분석한 책이다. 누구나 느끼듯이 흥겹게 놀 때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지루한 회의시간은 길기만 하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이 책은 명쾌한 답을 내려준다. 모든 사람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생체적 도구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벗어나고 싶은 시간을 길게 인식하는 이유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모든 생체신호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즐거운 일을 할 때는 생체신호에 집중하지 않는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세포 속에 들어 있는 시계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 이 시계유전자는 단백질의 합성과 분해를 조절하는 ‘시교차상핵’에 의해 통제된다. 이 통제 시스템에 의해 아침형과 저녁형이 나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시계유전자에 맞는 일을 찾아서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삶이 행복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심리적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집중력 조절’밖에 없다. 저자인 슈테판 클라인은 어떻게 집중하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인간은 시간의 노예일 수도 있고, 시간의 창조자일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시간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똑같이 하루를 살더라도 억지로 남이 만들어놓은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짜놓은 일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 같은 생각이 습관화되면 스트레스가 현저히 줄어들고 하루가 상큼하게 지나간다는 게 슈테판 클라인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