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호 괴물’로 알려진 ‘네시’는 스코틀랜드 네스호에 살고 있다는 전설적 괴생명체다. 잊을 만하면 네스호에서 괴물을 보았다는 사람들과 그것이 거짓임을 증명하려는 사람들의 논란이 불거져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
2011년에도 몸통만 트럭 3대 크기의 괴물이 이 호수에서 포착되었다며 소란이 있었다. 캐나다에서도 ‘네시’가 발견되었다면서 이 괴물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캐드보로에서 발견된 파충류 ‘카드보로사우루스 (Cadborosaurus)’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현지 보도도 있었다. 알래스카에서 발견되었다는 괴물도 언뜻 보면 영락없이 ‘짝퉁 네시’다.
디스커버리채널의 해양생물학자조차 “크고 긴 하얀 물체를 물속에서 20분 동안 추적했다”고 해서 네시가 실존하는 생물체란 믿음을 가지게 만든다. 재미있는 것은 네시를 보았다는 목격담은 지난 200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고 괴물을 보았다는 목격담이나 진위를 알 수 없는 흐릿한 사진은 무수히 많지만 그 어떤 것도 네시의 존재를 확실히 증명할 수 없어 항상 논란으로 남았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2월13일에도 ‘아이슬란드 호수 괴물’의 정체가 밝혀졌다고 디스커버리 뉴스, msnbc.com 등이 보도했다. 아이슬란드 요쿨사 강에서 한 남성이 지난 2월2일 정체불명의 물체를 포착, 마치 뱀을 연상시키는 구불구불한 몸짓으로 얼음이 덮인 강물을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네시 같다며 동영상을 공개하였다. 현지 조사단은 “이는 꽁꽁 얼어붙은 그물이거나 나뭇가지 또는 돌에 걸린 옷가지일 가능성이 크다”며 네시의 존재를 부정했다. 하지만 동영상을 찍은 남성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괴물의 머리로 추정되는 부분을 분명히 목격했다”고 반박해 네시의 정체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성의학계의 네시가 바로 G-스폿 아닐까
성의학 저널(Journal of Sexual Medicine)은 2012년 1월호에 여성의 G-스폿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연구 결과를 실었다. 미국 예일대 부속 병원의 비뇨기과 의사 아미차이 킬체브스키가 이끄는 연구팀의 조사 결과다. 연구팀은 “객관적인 방법으로는 소위 G-스폿이라는 것과 연관 지을 수 있는 해부학적 지점이 존재한다는 강력하고 일관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1950~2011년 발간된 의학 및 과학 문헌을 샅샅이 뒤졌지만 G-스폿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위키피디아에는 G-스폿은 질의 일부분으로, 자극을 받을 경우 높은 수준의 성적 각성과 강렬한 오르가슴을 일으킬 수 있는 성감대를 포함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이 사전은 G-스폿을 설명하면서 이와 관련한 논란도 소개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G-스폿 신봉자들은 이를 부인하는 측과 논쟁을 벌여왔다.
네스호 괴물 네시를 보았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질 벽의 앞부분 특정부위를 자극하면 오르가슴을 유도하는 곳이 있다고 증언하는 여성들도 항상 있었다. 질 전벽의 특별한 부위에서 무언가를 느껴본 여성들은 G-스폿을 부정하지 않는다. 킬체브스키조차도 이에 대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인정한다.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첨단 MRI 촬영에서 손가락 촉진에 이르는 모든 조사를 통해서도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런 ‘적절한’ 방법이란 아마도 없을 것이란 말과 함께.
개인적으론 이 연구 결과가 G-스폿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란 생각이다. ‘G-스폿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최신 의견이지 최종 결론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성 사정(female ejaculation)은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성의학자들은 여성 사정을 인정한다. 여성의 요도와 질 사이의 공간에 남성의 전립선과 비슷한 기관인 Skene’s gland (스케네선 혹은 요도측선) 라는 기관이 있고 이 기관에서 요도로 일정액의 분비물이 여성의 오르가슴 때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물론 남성의 사정처럼 뿜어대는 현상은 있을 수 없다. 여성에게는 의학적, 과학적으로 그럴 구조물이 없다).
G-스폿을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은 그동안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조직학적 방법을 써서 신경의 밀집 정도를 확인하고자 했던 시도도 실패했고, MRI로 G-스폿의 구조물을 확인하고자 했던 시도도 실패하였다, 최근에 쌍둥이에 대한 연구를 통해 G-스폿이라는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는데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들의 G-스폿 일치율이 각각 58%와 60%로 차이가 나지 않아 G-스폿의 유전적 증명도 어려웠다. G-스폿은 어쩌면 실제로 존재하거나 유전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환경적인 습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PCOS, 여성에서 남성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짐)와 정상 환자 간 초음파 연구나 정상 여성 중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여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 간 초음파 연구에서 Skene선이 있는 요도와 질 사이의 공간 크기를 볼 때 마지막 성관계 후 시간이 많이 지날수록, 여성의 몸에 남성호르몬이 많을수록 요도와 질 사이의 공간 즉 Skene선 용적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G-스폿은 없다고 한다. 아니 정확히 확인이 안 된다고 한다. 나에게 G-스폿이 있다고 믿는 여성들은 네시를 직접 봤다거나 흐릿한 사진을 남긴 목격자들처럼 과학적 연구 결과를 여전히 믿지 않는다. 내가 본 걸 남들이 잘못 봤다고 하면 억울하고 답답하듯이, 내 몸에 있다고 실제로 느끼는 부분을 과학자들이 없다고 우긴다면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G-스폿과 Skene선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에 대해 밝혀야 할 것이 많음을 시사한다. 한 200년쯤 후 새로운 진단기기를 통해 G-스폿이라 알려진 게 Skene선의 한 지점이었다고 확인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