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성 의학 저널'에 실린 한 연구결과가 '워싱턴포스트'지와 CNN 뉴스 온라인판 등을 크게 장식했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가 일반인에 비해 음경골절(Penile fracture)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뼈도 없는 음경에 무슨 골절이 생기냐고? 생소해할 수도 있겠지만 음경파열을 음경골절이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음경은 잘 움직이고 잘 보호된 위치에 있어 손상을 입는 경우가 드물지만, 총에 의한 관통상이나 타박상으로 손상되는 일이 있다.(남자들끼리 주먹다짐할 때 제발 이 부분은 건드리지 말기 바란다. 향후 발기부전, 항정자항체의 생성에 의한 불임 가능성 등 비뇨기과 의사들을 상해진단서로 엄청 괴롭히는 일이다) 음경이 발기된 상태에서 외력이 작용하면 음경해면체와 요도해면체를 둘러싸고 있는 백막이라는 주머니가 파열된다. 타 골절과는 다르게 음경골절은 약 3분의 1이 섹스 도중 발생한다.
음경골절은 대부분 발기 상태에서 무리하게 힘을 주면서 성관계를 할 때 한쪽으로 꺾이거나, 지나친 압박을 주는 자위행위를 하다가 발생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자위행위 도중 엄마의 발소리에 놀라 갑자기 지퍼를 올리거나 벌컥 열리는 방문 소리에 놀라 자신의 음경을 탁 구부리다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드물게 수면 중 발기 상태에서 침대에서 떨어져 음경이 꺾이는 경우도 있다. 모 비뇨기과 선생님은 술 먹고 친구들끼리 여관방에서 자다가 누가 강한지 치기를 부리다가 발생한 음경골절도 보았다고 한다. 물이 가득 찬 물주전자 들어올리기를 했다나 어쨌대나. 아무튼 우리나라의 음경골절은 성관계로 인한 경우와 자위로 인한 경우가 반반인 것 같다.
외도 시 음경골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충분히 그러리라 심증은 갔지만 확증이 없어 속설 수준에 머물렀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미국 메릴랜드 의대 앤드루 크레이머 박사가 밝혀냈다. 그가 2007~2011년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음경에 심한 부상을 입은 16명의 진료기록을 분석했더니 절반이 외도를 하다가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외도 중 음경골절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일반적이지 않은 장소에서 행위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음경골절은 대부분 성행위나 자위행위를 할 때 발생하는데 특히 음경에 무리한 힘을 가할 때 많이 생긴다. 크레이머 박사의 연구에서도 16명의 환자 중 침대에서 잠자리를 갖다가 부상을 입은 환자는 단 3명뿐이었다. 나머지 13명은 차나 엘리베이터, 사무실, 공중화장실 등 다양한 곳에서 관계를 갖다가 페니스가 부러졌다. 이런 곳에서 성행위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관계가 더 급하고 거칠어질 가능성이 많다.
특이한 점은 음경골절을 입은 미국 환자 대부분이 외도 사실을 순순히 의사에게 털어놓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대부분 “선생님이 제대로 고쳐 주신다면 모든 것을 다 말할게요”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크레이머 박사는 밝혔다. 조금 쪽팔리더라도 소중한 페니스를 합병증 없이 고쳐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우리나라 사례를 조사한다면 사뭇 다른 결과를 보일 것이다. 혼자 죄지은 듯이 병원을 찾아와 수술이라도 필요한 상황이 되면 배우자나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절대 알릴 수 없다며 갈등하지나 않을까. 물론 정상적인 부부라도 잠자리에서 음경에 무리를 주는 어려운 자세를 취하다 음경이 골절될 수 있다. 신혼에 재미를 만끽하며 갖가지 아크로바틱한 체위를 구사하다 갑자기 ‘뚝’ 하는 소리가 나면서 퉁퉁 부어오른 페니스를 싸안고 급히 응급실을 찾는 이도 있다. 여성들은 여성상위 체위 때 조심할 필요가 있다. 피스톤 운동을 하면서 페니스가 한쪽으로 꺾이거나, 압박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혈액으로 가득 차 발기된 음경을 지나치게 역(逆)방향으로 꺾으면 부러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본인이 아무리 가볍다 하더라도 음경이 삽입된 상태에서 체위 변경을 하려고 과도하게 역방향으로 바꾸거나, 여성상위나 기립 체위처럼 음경이 질 입구로 삽입되지 않고 회음부나 타 부위로 강하게 부딪히거나, 삽입된 상태에서 여성의 엉덩이가 순간적으로 큰 각도로 움직일 때 음경이 꺾이면서 골절이 발생한다.
질 내 윤활액 분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삽입을 시도할 때도 음경골절의 위험이 높아진다. 남성을 아기 다루듯 살펴줄 일이다.
남성은 자위할 때 음경에 무리한 힘을 가하지 말아야 한다. 딱딱한 방바닥에 엎드린 채로 음경에 체중을 실거나 발기된 음경을 다리 쪽으로 향하게 해 체중을 싣는 경우는 참 위험하다. 발기된 음경에 체중을 싣는다면 그만큼 음경 내부의 압력이 커져 기능을 망가뜨려 발기부전이 생길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배 쪽에서 음경을 꼿꼿하게 세워주는 현수인대와 음경조직의 잡아당기는 굉장한 힘에 의해서 음경골절이 잘 발생한다.(비슷한 경우로 이란 케르만샤 지역에선 발기된 음경을 빠르게 정상 상태로 만들기 위해 손으로 발기된 음경을 아래로 휘게 하는 Taghaandan이라는 행위를 하다가 음경골절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가 한 주에 1명꼴로 발생한다는 논문도 있다)
뼈 없는 곳이라도 골절되면 깁스해야
음경골절은 비뇨기과 응급질환이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하면 거의 예외 없이 정상적인 발기와 정상적 성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방치하면 10% 정도 후유증으로 발기 시 음경이 심하게 구부러지거나 발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성관계나 자위 시 ‘뚝’하는 소리가 나면서 음경이 휘고 시퍼렇게 멍들면 아픔을 참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자. 음경골절이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압박붕대로 깁스하거나 얼음찜질, 진통제, 항생제, 염증치료제, 섬유소용해제, 발기 억제제 등을 사용해 치료한다.
음경골절에도 깁스를 하냐고 장난스럽고 물어오는 친구가 있었는데 대답은 예스다. 골절이 심한 경우에는 손상된 조직과 발기 체내 혈종을 제거하고 백막을 봉합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치료 후 합병증으로 인해 음경만곡이나 성교 통증,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페이로니씨병, 발기 시 통증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골절 후 6~8주간은 성행위나 자위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의대생 시절, 응급실 인턴 선배가 잠시 빈 시간에 매점에서 빵으로 간단히 끼니나 때우려다가 죽어라 울려대는 삐삐 소리에 배도 못 채우고 응급실로 뛰어간 적이 있다. 그 빵이 내게 돌아와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선배의 뒷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런데 그 선배가 응급실로 뛰면서 남긴 혼잣말을 나중에 병원에 도는 소문으로 이해하고 너무나 우스워 친구들과 뒤집어진 적이 있다.
“문디 자슥, 머슴아가 지꺼 하나 지대로 간수 못하고…. 쯧쯧.”
사연인즉 3층 주택에서 뛰어내려 실려 온 젊은 남자의 페니스가 부러졌다는 것이었다. 음경골절이었다. 자기 것은 자기가 잘 간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