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은퇴 후 마지막 로망은?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여생을 보냈으면 한다는 남진 씨의 노래 '님과 함께' 가사처럼 경관 좋고 호젓한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농촌에서 자란 후 서울로 상경한 케이스가 많은 7080세대에게는 특히 어릴 적 향수와 추억이 남다를 터. 이번호에서는 귀농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막상 시작하려면 막막한 귀농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11월4일부터 6일까지 서울무역전시장(SETEX)에는 2만5천여 명의 도시민들이 북적였다. 3일간 열린 ‘2011 대한민국 귀농·귀촌 페스티벌’에는 귀농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 페스티벌은 전문가와 일대일 멘토링 상담을 하고 정부와 지자체 정책 설명을 실무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또한 각종 체험행사를 통해 귀농·귀촌의 꿈을 지닌 도시민들이 미래를 예상해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경영 인력과 김종구 과장은 “이번 페스티벌은 전시 위주의 행사를 뛰어 넘어 귀농·귀촌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 제공은 물론 전문가의 체계적인 상담까지 어우러져 농수축산인, 정부, 지자체와 귀농희망자들의 소통의 장이 됐고, 귀농·귀촌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으로 도시민들의 농어촌 진출 기회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특히 은퇴 후 귀농·귀촌 교육상담에 대한 참여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후문이다. 귀농·귀촌 관련 참가자들에 상담을 진행한 농협 농촌자원개발부 김경원 주임은 “이전과 다르게 상담하시는 분들 중 70~80%가 은퇴 후 귀농을 고려하시는 분들이었다”며 “특히 40~50대 남성분들의 비율이 이전보다 많아졌다”라며 높아진 은퇴 후 귀농에 대한 관심을 설명했다.
자신이 원하는 귀농 유형 확실히 알아야
올 11월4일 부터 6일까지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2011 대한민국 귀농귀촌 페스티벌에 설치된 농협 중앙회의 상담부스
귀농이라는 단어를 듣고 떠오르는 이미지는? 라이프스타일이나 이상향에 따라 각자 그리는 귀농·귀촌 모습은 여러 가지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유형과 귀농·귀촌의 모습을 잘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귀농의 모습은 농협중앙회의 분류에 따르면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전업형 귀농이다. 이는 귀농을 통해 생계는 물론 사업성을 보고 전문농업인이 되는 길이다.
전업형은 또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농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기본적인 형태의 생산유통형. 최근 성행하는 팜스테이 등의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수익을 올리는 농촌체험농원 경영형. 마지막으로 시설장미 등의 고부가가치 농식품을 가공해 생산하는 가공식품 생산형이 그것이다.
두 번째는 자아실현형이라 분류한다. 농촌에서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수련원, 연수원, 미술관, 박물관, 테마농장 등의 자신의 전문분야를 농촌에서 개발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도심지와 떨어져 지대 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고 한적한 농촌마을을 이용한 다양한 전문 분야 개발도 가능하다.
세 번째는 전원거주형이다. 생계수단은 도시에 있으나, 낮은 집값, 전원생활 향유 등을 목적으로 농어촌에 거주하며 도시로 출퇴근하는 형태를 말한다.도시에서의 직업을 바꾸기 쉽지 않고 은퇴시기가 아직 남아있지만 건강이나 투자의 개념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형태를 말한다.
네 번째는 주말 전원생활형이다. 도시에 거주하면서 농어촌 지역에 별도의 전원주택을 보유하고 별장으로 이용하거나 주말 농장을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생활할 수 없지만 주말이라도 농경생활을 영유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형태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노후생활형이다. 직장 은퇴 후 농어촌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노년의 삶을 누릴 목적으로 이주하는 형태다. 각자 적절한 은퇴자 마을을 찾아 정착하면 다양한 복지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건강관리나 취미생활 공유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렇게 크게 다섯 가지 귀농 유형에 내가 어떤 형태의 귀농을 원하고 계획하려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귀농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귀농도 투자, 정보 수집은 필수
#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A씨(55)는 만기된 적금과 퇴직금을 합친 5억여 원의 자금을 가지고 귀농을 결심했다. 경기도 인근에 사는 지인이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왔다며 소개해 준 대지 1000평과 농업시설(비닐하우스)을 총 3억원에 사들이고 대지 안에 있던 주택을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비용 1억원). 정착한지 6개월 후 처음부터 너무 큰 규모에 욕심을 부린 탓에 일은 일대로 힘들고 수익도 신통치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년 뒤 인근에 공장과 화장터가 들어서 대지와 건물가격도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귀농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제는 철저한 정보수집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지인의 권유나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무작정 귀농에 나서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김경원 농협중앙회 농촌자원개발부 주임은 “처음부터 너무 많은 자금을 들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확실한 정보 수집은 물론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는 과정도 필수적으로 거친 후 단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귀농은 대개 큰 자금이 움직인다. 생활 터전의 변화를 수반하기도 하는 대사(大事)에 있어 확실한 준비 없이 행하면 자칫 가계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정부의 귀농지원프로그램은 물론 농협중앙회의 귀농귀촌지원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어 유용하다. 채상헌 천안연암대학 교수는 “귀농을 막 시작하는 경우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귀농인 멘토링 사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또는 지역의 귀농인 단체 등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초기 정착 시의 외로움을 극복하거나 작목 선택이나 재배방법, 초기 투자의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라 전했다.
창업자금 및 주택구입 지원 활용
정부는 자금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귀농을 시작하기 전 자금이 부족할 경우나 이외에도 여러 가지 혜택이 있어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경우 세대 당 2억원까지 농어업창업지원 대출이 가능하다(연 3%의 5년이나 10년 분할상환 조건). 단 이 경우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및 지자체 주관의 귀농교육을 3주 이상(또는 100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또한 2006년 1월1일 이후 전세대가 농촌으로 이주해 영농에 종사하고 있거나 하고자 하는 경우 농가주택 500만원의 한도에서 수리비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외에도 세대당 4000만원 한도로 농어가 주택구입 및 신축자금 대출이 가능하다.
■ 내가 원하는 귀농 유형은
1. 전업형 도시에 거주하다가 농어업 또는 2·3차 산업에 종사하기 위해 농어촌으로 이주하는 것으로 농촌에 내려가 직접 창업을 하는 형태. ① 생산유통형 : 농촌에서 농업으로 승부를 거는 전문 농업인으로 활동. ② 농촌체험농원 경영형 : 팜스테이 등 농촌의 가치를 전달하는 다양한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③ 가공식품 생산형 : 농식품 시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농산물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다양한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농업 경영인.
2. 자아실현형 농촌에서 농사만 짓는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적극 활용해 정착하는 방법도 있다. 수련원이나 연수원 체험학습장, 미술관, 박물관, 테마 농장 등 나를 표현하고 꿈을 가꿀 수 있다.
3. 전원 거주형 생계수단은 도시에 있으나 낮은 집값, 전원생활 향유 등을 목적으로 농어촌에 거주하면서 도시로 출퇴근하는 형태를 말한다. 도시에서의 직업을 바꾸기가 쉽진 않다. 직업은 유지하되 삶의 터전을 농촌으로 옮기는 형태를 말한다.
4. 주말 전원생활형 도시에 거주하면서 농어촌 지역에 별도의 전원주택을 보유해 별장으로 이용하거나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주말농장에서 자란 싱싱한 농산물이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준다. 비록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생활할 수 없지만 주말이면 밀짚모자를 쓰고 밭을 일구는 농부로 변신한다.
5. 노후생활형 직장 은퇴 후 농어촌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노년의 삶을 누릴 목적으로 농어촌에 이주하는 형태. 흙과 나무를 벗 삼아 여유로운 황혼을 누리니 좋다. 나에게 맞는 은퇴자 마을을 찾아 정착하면 다양한 복귀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건강관리와 취미생활 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 귀농·귀촌에 유용한 정보가 있는 곳귀농·귀촌 종합센터 :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정보 탐색부터 정착단계까지 필요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문의 www.returnfarm.com 지역번호-1577-9597 농림수산식품부: 귀농·귀촌 정책 및 제도수립 및 총괄 관리한다. www.mifarr.go.kr 통합농업 교육서비스 : 귀농·귀촌 희망자 대상 온오프라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의 031-460-8935 www.agriedu.net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AFFIS : 농어가 경영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농어업 정보를 제공한다. 문의 031-460-8888 www.affis.net 한국 농어촌 공사 031-420-3114 www.ekr.or.kr 웰촌 1577-1417 www.welchon.com 농지은행 1577-7770 www.fbo.or.kr
콧수염 홈런왕 김봉연의 농촌 이야기
방망이와 콧수염은 볼 수 없었다. 대신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가지치기용 가위였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7년 동안 홈런왕 2회(1982년, 1986년), 타격 3관왕(홈런·타점·장타율) 1회(1986년), 한국시리즈 MVP 1회(1983년) 등 화려한 업적을 자랑하는 그가 3년 전 경기도 이천 장호원읍에 있는 한 마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연이은 재테크 실패와 부인의 권유로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는 그는 현재 극동대 사회체육학 교수이자 학생처장으로 재직하는 한편, 3000평 규모의 대지에 복숭아를 재배하고 묘목을 키우는 등 농사일에 여념이 없다.
투잡으로 부족한 일손 시행착오 겪어
그는 교수이자 농부다. 아무래도 전업농부에 비해 시간과 일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2010년 한 해 100그루가 넘는 복숭아 재배로 얻은 수입은 실망스러웠다. 농사일이 손에 익지 않았을 뿐더러 시간도 부족해 꼼꼼한 관리도가 힘들었던 것. 김 씨는 “나름 운동을 오래 해 와서 농사일에 자신만만하게 뛰어들었는데 실상 야구할 때 쓰는 근육이랑 전혀 다르더라구요(웃음)”라며 “농사도 배우는 단계에서 바로 재배에 들어갔고 특히 이상기온으로 일대 복숭아나무들이 쑥대밭이 됐어요. 또한 손도 부족해 수익은 실상 변변치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작년부터 전격적으로 ‘종목’을 바꿨다. 복숭아나무를 대폭 줄이고 느티나무, 벚나무, 산딸나무 등의 묘목을 기르기로 한 것이다. “현재 1700그루가 있는데 이제 2년차에 들어섰어요. 1년에 두 번만 농약을 치면 되니 손도 덜 가고 3~4년 뒤에는 10배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복숭아보다 돈도 되죠.”
김 씨의 경우 손이 덜 가고 수익이 큰 대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갖춘 경우 이러한 장기투자 관점에서 품종을 지배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고 말했다. 김 씨가 현재 보금자리로 이사 올 당시 대지구입 비용은 평당 30만원. 현재 두 배 가까이 오른 시세를 고려하면 그의 재테크는 성공했다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인근에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평생 지낼 생각으로 계속 집을 꾸미고 있습니다. 손만 대면 몇 백만원씩 들지만 그래도 내집이니 아깝지가 않아요(웃음).”
김 씨의 자택은 커다란 통유리가 인상적인 아름다운 집이었다. 마당에는 그의 손주들이 물장구치며 놀 수 있도록 인공 연못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이제껏 일식집, 카페 등 줄줄이 실패한 사업과 부동산 투자 역시 신통치 않았던 그는 진정으로 보금자리를 찾아 온 이곳에서 큰 수확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목표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프로야구 감독을 해보고 싶은데 원정경기 다니더라도 여기서 지낼 생각이에요. 이곳에 온 다음에 몸의 변화가 느껴지는데 이제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해도 못가죠.”
전통 장으로 연소득 1억5천 만화가 최종대 귀농으로 인생 반전
1980~1990년대를 주름잡던 만화가 최종대 씨. 그의 삶은 결혼과 동시에 미련 없이 서울 생활을 접고 떠났다. 만화를 그리면서 항상 꿈꿔 오던 대도시에서의 탈피를 실천한 것.
처가가 있는 양양의 산, 바다, 계곡이 어우러진 풍광에 매료되어 귀농을 결정하게 됐다는 그도 초기에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정착 초기 한동안 작품 구상에 빠져있는 등 만화가로서의 미련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만화가와 청국장이라는 어색한 조합 때문에 갈등하기도 했어요. 산을 오를 때는 무척 힘들지만 막상 올라보면 아름답기만 하잖아요. 사는 일도 그렇더라고요. 고생하는 것만 생각하면 괴롭지요.”
초짜 귀농인 장 담그기에 눈뜨다
귀농 당시 처가는 농촌 일자리 갖기 운동의 일환으로 전통 장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된 적자로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던 상태. 만화에서 위기 때마자 등장하는 영웅처럼 최씨는 화구를 집어던지고 두 팔을 걷어 붙였다. 그러나 장을 담그는 건 보기와는 달랐다. 원하는 맛을 내기 쉽지 않았던 것.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장을 담그기 전 길일을 받아 새벽같이 목욕재계하고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까지 했다고 하지 않던가. 1년간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겪은 가운데 버린 장의 양만해도 엄청났다. 그는 “귀농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고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예전보다 더 치열하게 고생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청국장 쪽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된장과 달리 1주일이면 만들 수 있어 연구와 도전이 간편한 이유에서였다. 냄새나지 않는 청국장을 개발했다는 대학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비결을 묻기도 했다. 각고의 노력과 실험 끝에 전통 장에 입문한지 2년째인 2002년 농촌진흥청 주관 전통 장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각종 품평회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수상을 했다. 수상 소식에 입소문이 더해지며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성장을 거듭해온 끝에 현재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명문 전통 장인 오색옹기장이 탄생한 것이다.
늘어나는 수익에 여유까지
귀농 후 쉼 없이 달려온 지 10여 년, 최씨는 요즘에야 조금 안정과 여유를 찾아 창고 속 화구를 꺼내들었다고 한다. 비로소 만화에 눈을 돌릴 여유를 찾은 것이다.
작년 소득은 1억5000만원. 올해는 1억8000만원의 소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씨는 자신의 삶이 설악산 자락에서 장을 담그며 지내는 유유자적한 삶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성공을 위해 무수히 실패하고 치열하게 도전한 결과 비로소 결실이 보였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제가 만든 장 맛에 만족해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런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게 행복이죠. 새해에는 장맛처럼 구수한 만화도 그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