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실러의 시를 토대로 교향곡 9번 4악장을 완성했다. 괴테는 음악가와의 교류를 통해 '파우스트' 등 대표작들을 썼다. 독일에 유난히 위대한 예술가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음악과 문학이란 장르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교류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일 문학이 어떻게 음악을 바탕으로 한층 더 수준 높은 미학을 갖게 됐는지 설명한다. 철학, 사회학, 미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활용해 음악과 문학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풀어냈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베서니 맥린·조 노세라 지음, 자음과모음, 1만7000원
이 책은 ‘금융위기가 왜 발생됐으며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팩션 형식의 경제경영서이다. 미국 경제 기자 출신의 저자들은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증언, 논문 등 방대한 자료를 통해 윌스트리트를 둘러싼 금융위기의 음모와 진실을 파헤쳐나간다. ‘악마’ 같이 끝없는 탐욕에 찬 인간들이 윌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펼치는 치열한 암투는 마치 한 편의 스릴러 드라마 같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캐스 R 선스타인 지음, 프리뷰, 1만3800원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편안함을 느끼곤 한다. 반대 의견에 구태여 맞설 필요도 없고 부정할 필요도 없기 때문. 그런데 이 ‘편안함’ 뒤에 가려진 ‘위험’에 대해 책의 저자는 지적한다. 서로 같은 생각을 가진 집단의 폐쇄성이 극단적 사고와 행동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주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종교집단, 기업, 정부, 시위대 등 심지어 인터넷 토론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목격된다.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해서 그런 극단적인 생각과 신념에 이르게 됐는지를 분석하고 비판한다.
권태 피터 투이 지음, 미다스북스,1만5000원
‘권태’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어느 샌가 우리 삶의 일부분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권태’ 라는 감정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많을 걸 알고 이해하고 있을까. 이처럼 저자는 오랫동안 권태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재밌는 조사를 해왔다. 그는 권태 이면의 또 다른 모습들을 과학과 심리 이론을 통해 유명한 예술과 문학 작품들을 재조명했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권태의 모습들을 두루 눈여겨보며 권태가 드리우는 미묘한 그림자들과 그 놀라운 역사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오기 오가스·사이 가담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1만6800원
저자들은 전 세계 50만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물에 최신 뇌과학 연구 성과를 결합했다.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웹 사이트는 모두 성인 동영상 사이트였던 반면 여자들 사이에서는 로맨스ㆍ성인 소설 사이트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남자는 보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여자들은 읽는 것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성 심리와 자극 받는 성적 신호, 이를 처리하는 방식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중국재계 이너서클 중국주간 편집부 지음, 미래의창, 1만3000원
중국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승승장구 하고 있다. 제대로 중국 경제를 바라보기 위해선 중국 재계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표 경제지 <중국주간>의 밀착 취재로 완성된 이 책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 재계 이너서클의 실체를 추적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부자 클럽들을 소개하고 중국 기업 총수들의 인맥과 그들만의 은밀한 네트워크를 낱낱이 공개한다. 더불어 이들 집단과 주요 비즈니스 사건 간의 역학관계를 다뤘다.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언 브레머 지음, 다산북스, 1만7000원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회장인 저자는 새로 등장한 국가자본주의를 분석하고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비교 우위를 역설한다.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중심으로 국가자본주의 운영방식 등을 살펴본 후 국가자본주의가 자유시장과 글로벌 경제를 어떻게 위협하며,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국가자본주의의 위협에 어떻게 응전해야 할지를 보여준다.
완전한 승리, 바다의 지배자 존 R 헤일 지음, 다른세상, 2만6000원
애초 아테네 권력은 1%의 귀족들 차지였다. 허나 서서히 나머지 99%의 시민들에게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저자는 아테네의 민주주의 수립과 세계 최강의 해상 제국으로 거듭나게 했던 동력을 해군에서 찾는다. 아테네 해군은 강대국 페르시아를 이기고 동지중해와 에게해의 해권을 장악, 그리스 문명의 황금시대로 가는 길을 열수 있었다. 현대 국가들이 고민하는 문제인 진보와 보수, 과학적 탐구와 종교적 신념 사이의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간 아테네인들의 비결을 엿볼 수 있다.
인섹토피디아 휴 래플스 지음, 21세기북스, 2만8000원
인터넷에서 체르노빌 방사능 오염으로 기이하게 변형된 곤충의 사진을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변형된 곤충들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이야기는 아는가? 이를 포함한 다양한 곤충 이야기를 A부터 Z까지 다양한 키워드로 들려준다. 지구 온난화의 전조이자 원인으로 지목받는 소나무 안 좀벌레, 아프리카 대기근의 원인이자 고급 음식인 메뚜기, 변태적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일부 곤충들, 거액의 판돈이 걸린 귀뚜라미 씨름, 일본의 곤충 수입 열풍 등을 통해 인간과 공존하는 존재로서의 곤충 이야기는 물론 인간 존재까지 해부한다.
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 박수현 지음, 문학동네, 1만2000원
우리는 명화를 많이 알고 있지만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당시의 시대상, 화가의 내면세계, 그림에 얽힌 사연 등 명화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걸고 있는지 비로소 알게 해준다. 이 책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신선한 구성과 알찬 내용 덕분이다. 같은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두 명화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며 감상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장인지 luxme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