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tay-dessel] 작품의 일부. 90cm x 90cm, digital print, 2007
일전에 남녀의 섹스를 ‘귀두대첩’으로 묘사하는 지인이 있었다. 남자의 굵은 페니스는 오랫동안 계속되는 피스톤운동을 통해 여자의 성기 표면에 마찰되면서 강렬한 접촉감각을 일으키고 이때 남자의 섹스 메이트인 여자의 (음순이라는 민감한 살갖 주름에 에워 싸인) 질구가 귀두와 도킹을 시작함으로써 ‘사랑의 전쟁’에 긴장감이 시작된다. 꼭 들어맞는 귀두를 포함한 페니스의 반복적이고 율동적인 융단폭격이 시작되면 여자의 성적 흥분은 고조된다. 가장 치열한 순간들이 시작되면 귀두는 물이 가득한 진홍색 풍선처럼 커지고 터질 때까지(사정할 때까지) 쉴 새없이 여자의 질을 왕복한다. 그리고는 2억~4억개에 이르는 정자를 3~4회에 거쳐 0.8초 간격으로 쏟아냄으로써 사랑의 전쟁을 마무리한다. 듣고만 있어도 숨가쁜 이것이 이른바 귀두대첩의 요지다.
성과 관련해 남자들은 전통적으로 다소 더 부담스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 남자를 성적인 공격자, 여자를 정복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데서 오는 문제다. 완전한 정복과 승리를 위해 남자는 더 빨리, 더 오래, 더 단단한 발기상태를 유지하고자 한다. “왔노라, 싸웠노라, 이겼노라”는 귀두대첩의 군가요 기치다.
남자는 귀두가 자극되면 쾌감이 수직상승하면서 승리를 위해 돌진한다. 그런 태도에 여자가 움찔하며 전의를 상실해 아예 퇴각을 서두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귀찮고 피곤해 잠자리를 피하고 사랑의 전쟁에 의욕을 보이지 않는 아내가 있다면 귀두를 숨기고 속도를 늦춰야 한다. 조심스럽게 정석대로 과정을 밟아나감으로써 여자의 쾌감을 일깨워야 한다. 여자가 가장 바라는 것은 귀두의 돌진이 아니라 남자의 부드러운 손길이므로.
그렇다. 쉽게 말해 여자는 남자가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갖고 주변을 지분거리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성적 욕망과 흥분이 강렬해지기 전까지 여자는 부드러운 손길을 즐기길 원한다. 남자는 가장 민감한 부분을 직접 자극해주기 원하지만 여자는 천천히 그곳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더 좋아한다. 단번에 옷을 벗기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머뭇거리며 움직이는 손길에 열광한다.
여자는 천천히 접근하길 원해
남자의 음경은 외관상 귀두(Glans), 몸통(Shaft), 뿌리(Roots)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구형의 약간 확대된 음경의 머리를 가리키는 부분이 귀두(Glans)다. ‘Glans’의 속뜻은 도토리라고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선 귀두란 ‘거북이 머리’다. 딱딱하며 결코 호감을 줄 수 없는 생김을 거북이에 빗대어 표현했다. 섹스의 첨병으로서 삿갓 모양을 한 귀두의 그 못생김은 신체에서 최고다. 여자가 준비되기 전에 언제든지 달려 나갈 준비가 된 이 거북이 머리는 여자를 움찔하게 만든다. 여자가 귀두를 흉물스런 괴물 보듯 화들짝 놀라게 하지 않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며 입 맞추게 하려면 긴장을 풀 시간을 줘야 한다.
거북의 느릿느릿한 걸음걸이의 여유로움과 끈기를 섹스 행위에서 배울 일이다. 0.8초 간격으로 정자를 총알처럼 쏟아내는 기관총 총구 같은 귀두의 속성을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귀두가 사랑의 최첨병으로 목표 지점을 점령해 오르가슴이라는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여성의 클리토리스, 젖꼭지, 발, 질 입구, 귀, 목, 엉덩이, 허벅지 안쪽, 항문 부위 등 사랑의 지뢰밭인 여자의 성감대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통과해야 한다.
진료실에서 부부를 상담하다보면 남편은 아내의 클리토리스 애무에만 5~10분 정도 공을 들인다고 자신한다. 자신이 성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하지만 아내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곳의 애무에 남편이 1분도 할애하지 않는다고 성토한다. 아예 전희가 없다는 여자도 5% 정도 된다. 남자는 자신이 더 많은 시간을 전희에 쏟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당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시계를 침대 머리 맡에 두고 재보아도 좋다.
실제로 클리토리스를 소홀히 취급하다보니 파트너의 그것을 제대로 찾아 애무하지도 못하고, 또 제대로 찾는다 해도 대충대충 하는 척 하다가 넘겨 버려 불만이 쌓인 여자들이 넘쳐난다. 여자의 쾌감이 남자의 쾌감에 그렇게 중요하다고 이야기들을 하면서 왜 여자의 흥분을 위해 한 치의 노력도 행하지 않느냐고 그녀들은 반문한다.
어떤 남자들은 클리토리스의 중요성을 정말로 인식하지 못한다. 파트너를 존중하거나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말 몰라서 못한다. 여성이 경험하는 오르가슴의 대부분은 클리토리스 자극과 직접 연관이 돼 있다. 페니스에 대한 자극 없이 섹스를 한다고 상상해보라. 클리토리스 자극 없이 귀두대첩을 몰아친다면 당신의 파트너는 페니스 자극 없는 섹스를 하는 딱 그 기분이 된다. 멋진 섹스를 위해서는 반드시 5~15분의 클리토리스 자극이 필요하다. 남자는 성기를 중심으로 중앙집권적 성감 구조를 가진데 반해 여자는 다분히 지방분권적이다. 서로 확연히 다르므로 속도를 늦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왕 전쟁을 할 거면 승리로 이끌어야 하지 않겠나?
귀두대첩을 준비하는 남자들이여. 키스만 하더라도 갑자기 입안으로 혀를 쑥 밀어 넣지는 말아라. 가벼운 입맞춤으로 시작해 그녀의 입을 홅다가 조금씩 깊이 들어가라. 여자의 욕망을 증대시키려면 직접적인 자극은 아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전술이다. 가장 예민한 성감대를 직접 자극하기에 앞서 여자의 온몸에 두루 손길을 주거나 어떤 부분에 자극의 강도를 조절해보라. 그러다보면 그녀는 더 예민한 부분에 자극받길 원할 것이다. 은근하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더 민감한 부분에 접근해야 한다.
여자의 욕망을 증대시키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전술은 자신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여자를 쾌감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경험과 그로 인해 축적된 자신감이 그것이다. 남자가 상대를 만족시킨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낄 때 여자는 더 편안하게 섹스에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해 보시라. 어쩌면 여자는 상대가 자신을 쾌감의 정상으로 인도할 수 있다고 머리가 믿어야 몸과 마음이 열리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