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관련된 용어에 ‘마리아주(marriage)’라는 단어가 있다. ‘결혼’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흔히 삼겹살과 소주, 파전과 막걸리의 궁합을 논하듯 와인에도 잘 어울리는 그 향과 맛을 배가시켜주는 음식 매칭이 존재한다. 와인만 즐기는 것이 와인 본연의 매력과 캐릭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지만 예상 밖으로 잘 어울리는 음식과 함께 한다면 비로소 그 빛을 발휘한다. 특히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는 다양한 음식과의 매칭이 가능케 한다.
보통 와인과 음식을 거론할 때 생선은 화이트 와인, 육류는 레드 와인이라고 한다. 이 규칙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구분해 놓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산도가 있는 음식과 와인을 함께 할 경우 음식의 산도가 와인의 과일 향과 달콤한 맛을 두드러지게 한다. 생선회에 레몬즙을 짜서 먹는 것과 같은 이치로 화이트 와인에 들어있는 산(acids)은 생선의 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 레드 와인의 풍성한 맛과 매혹적인 색감을 내는 것은 타닌으로 육류의 지방질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를 때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각기 음식과 와인이 가진 농도와 성질 그리고 질감이다. 음식 재료를 기본으로 완성된 음식의 느낌을 생각하며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요소 중 하나라도 삐죽 튀어나온다면 그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실패하게 될 것이고 차라리 따로 즐기는 것이 한층 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육류
육류를 선택했을 때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와 함께 즐기는 풀바디의 레드 와인은 빼 놓을 수 없는 매칭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울리는 레드 와인은 타닌과 단맛, 산도 그리고 입안에서 묵직하게 느껴지는 바디감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레드 와인 속의 타닌 성분이 고기와 함께 할 때 고기 속의 단백질과는 잘 결합해 맛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트라피체의 싱글빈야드 말벡과 같은 강한 캐릭터의 와인은 힘차게 느껴지는 타닌의 향과 맛이 육류와 잘 어울린다. 와인 3대 전문지 중 하나인 '디캔터' 2009년 7월호 전면표지를 장식했을 정도로 그 놀라운 품질을 자랑한다. 2003년부터 시작된 아르헨티나의 대표 와인 브랜드 트라피체사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탄생한 트라피체의 싱글빈야드 말벡은 트라피체와 계약을 맺은 100여 개의 생산자들 가운데 매년 엄격한 심사를 거쳐 단 세 개만을 선별해 출시했다. 육류뿐만 아니라 양념이 도드라지는 한식과도 잘 매칭이 된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 회, 해산물, 트러플 등
특별한 양념이 들어가 있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회 종류나 해산물, 찜통에 익힌 닭고기 요리 등에는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 곁들일 만하다. 화이트 와인의 대표적인 신맛은 짠맛이 느껴지는 음식에 함께 매칭시키는 것이 대부분이다. 높은 알코올 도수로 바디감이 있는 힘찬 와인들은 향도 풍부해서 섬세한 음식의 맛과 향을 압도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 단맛의 음식과는 적절한 조화를 기대해 볼 만 하다.
또한 트러플(송로버섯)과 같은 향이 돋보이는 음식을 먹는다면 피노누아 품종의 와인이 잘 어울린다. 부드럽고 섬세한 피노누아의 특징은 음식의 향과 잘 어우러지며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레드 와인 포도품종 중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포도가 바로 피노누아라고 하며 또한 가장 섹시한 포도품종으로도 여겨진다. 하지만 까다로운 것만으로 피노누아가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까다로운 만큼 맛과 향과 그 감촉이 그 어떤 포도 품종과는 구별되는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매혹적인 품종이다. 부르고뉴의 꼬뜨 드 뉘 지역은 전 세계 와인 생산지 중 가장 우수한 피노누아 와인을 만드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알베르 비쇼 부르고뉴 피노누아 비에유 빈뉴를 추천할 만하다. 어둡고 진한 심홍색 컬러는 신선한 과일 향과 부드럽고 균형 잡힌 바디감을 지니고 있다. 오래된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수확, 선별된 포도로 생산되어 섬세한 부르고뉴 피노누아의 특징을 가장 정직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매운 음식
매운 음식과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쉬라 품종의 스파이시한 매력을 가진 와인이라면 매운맛을 기분 좋게 느끼게 도와준다. 1865 싱글빈야드 쉬라는 어둡고 진한 바이올렛 컬러로 블랙베리, 자두 등의 검은 과일류의 풍성한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스모키한 기운과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부드러운 타닌이 형성하는 볼륨감이 특별한 풀 바디 와인으로 산 페드로의 설립년도인 1865를 레이블로 옮긴 시리즈 중 하나다. 전 세계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골퍼들 사이에서 18홀을 65타에 치라는 의미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국내에서 칠레 와인 단일 브랜드로 최고 판매율을 자랑한다. 국내 론칭 이후 2011년 3월까지 총 누적 판매량이 120만 병에 이를 정도다.
기름진 음식
기름진 음식을 함께 할 때에는 가볍고 상큼한 스파클링 와인을 즐겨보자. 스파클링 와인의 깔끔한 미감과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 산도는 무거워 질 수 있는 기름기를 상큼한 느낌으로 전환시켜 준다. 간치아 플래티늄 까를로 간치아는 이태리 최초, No.1 스파클링 와인 생산자 간치아에서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의 품격을 한층 높이기 위해 160여 년의 노하우를 모두 담아낸 프리미엄 와인이다. 프로세코는 19세기 말부터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으며 전형적인 아로마 덕분에 만들어진 와인에도 프로세코라는 이름이 와인 스타일 자체를 뜻하는 용어가 됐다. 오늘날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중 하나인 간치아 플래티늄 프로세코는 옅은 볏짚 컬러가 도는 옐로 빛을 띠며 상큼하고 프레시한 사과 향이 난다. 프라이한 풀바디 와인이며 기분 좋은 아로마가 좋은 밸런스를 자랑한다.
단 음식
마지막으로 달콤한 와인과 단맛이 느껴지는 음식은 좋은 매칭이 될 수 있다. 단 곁들이는 음식보다 당도가 더 높은 와인으로 준비해야 와인 맛이 죽지 않는다. 디저트로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여성들도 반하는 프랑스의 소테른이나 독일의 아이스바인을 고른다. 세계 최상의 디저트 와인으로 꼽히는 독일의 아이스바인 중 대표적인 블루넌 실바너 아이스바인은 실바너 품종의 포도가 얼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를 수확해 만든다. 이 때 수분이 얼어버리기 때문에 당분이 농축되나 포도나무에서 떨어져 유실되는 경우가 많아 생산량이 적은 귀한 와인이다. 엷은 호박색의 컬러로 꿀 향과 달콤한 오렌지 향, 잘 익은 복숭아 향, 호두 향 등이 복합적으로 펼쳐진다. 과일의 느낌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여운이 돋보인다.
이렇듯 복잡할 수도 간단할 수도 있는 와인과 음식의 매칭은 여전히 탐구 대상이다. 과감한 도전을 통해 예상치 못한 환상의 궁합을 찾는 방법도 있겠지만 무난하게 즐기고 싶을 때 세 가지만 기억하자. 비슷한 향과 비슷한 맛. 그리고 비슷한 질감.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달콤한 음식에 스위트 와인을 선택하듯, 가벼운 음식에 싱그러운 화이트 와인을 선택하듯 잘 어우러지는 와인과 음식 매칭은 알고 보면 간단한 공식으로 해결된다.
■ 이달의 추천 와인트라피체 이스까이(TRAPICHE ISCAY)
잉카어로 ‘둘’이라는 뜻의 이스까이는 프랑스의 대표 품종 메를로와 아르헨티나의 대표 품종 말벡을 1대1로 블렌딩 해 만든 구대륙과 신대륙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와인이다. 세계적인 와인 컨설턴트 미셸 롤랑과 트라피체의 수석 와인메이커 다니엘 피의 합작으로 탄생했다. 2005 빈티지부터는 미셸 롤랑의 자리를 트라피체의 포도재배 총괄 담당자인 마르쎌로 벨 몬떼가 대신하게 됐다. 흰 바탕의 깔끔한 레이블에는 와인 메이커들의 서명과 테이스팅 노트가 레이블을 대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올렛 톤의 짙은 적색, 짙은 송로향의 흙내와 초콜릿 부케가 특징이다. 벨벳처럼 부드럽게 입안에 머무는 진한 타닌 또한 압권이다.
문의 금양인터내셔날 02-2109-9200
[유동기 /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 차장 dkyoo@keum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