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상은 비난을 받을 만한 직업이다. 정가가 매겨져 있는 입장권에 불법으로 프리미엄을 얹어 팔아 폭리를 취하는 직업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중심 인물인 월터 블록 미국 로욜라 대학 교수는 색다른 견해를 제기한다. 암표상 역시 시장경제의 필연적 산물이며 나름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어쩔 수 없이 암표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입장권 수가 고정돼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입장권에 정가가 찍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식처럼 정가가 없다면 암표상도 있을 수 없다. 셋째 이유는 공급 가능한 수보다 구매 희망자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시장에서 암표를 없애려면 입장권 할당 방법을 바꿔야 한다. 할당 방법을 바꾸는 방식은 ‘가격할당제’, ‘비가격할당제’ 등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가격할당제는 말 그대로 입장권 가격을 높여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기 있는 축구경기라고 평소 입장료의 몇 배를 받는 일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같은 영화인데 흥행이 되는 영화라고 보통 영화의 다섯 배쯤 되는 가격을 받는다고 치자. 큰 저항에 부딪칠 것이 분명하다. 즉 시장원리상 받아들여지기 힘든 방식인 것이다.
비가격할당제 역시 마찬가지다. 비가격할당제는 쉽게 이야기해서 선착순 같은 방식을 의미한다. 이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혼란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고 줄을 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공정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른바 암표상은 인간의 욕망과 경제구조가 어울려 탄생시킨 직업인 셈이다.
월터 블록이 쓴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은 암표상을 정당화한다기보다는 이른바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직업들을 통해 경제의 속성을 드러내 보여주는 책이다.
블록은 ‘광고주’에 대해서도 논한다. 사실 광고주들은 전혀 구매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꾀어 물건을 사도록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월터 블록에 따르면 광고주도 자본주의 경제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광고는 공교롭게도 정보제공이라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도 학교도 가르쳐주지 않는 제품에 관한 정보를 전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만약 광고가 없다면 소비자들은 시간이나 발품을 팔아 정보를 얻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 역시 비용이다.
광고는 신생업체 지원과 산업 내 경쟁을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광고가 금지돼 있다면 이미 지명도를 확보한 선점 업체들만이 시장을 독점할 것이다. 그러나 광고는 신생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식으로 월터 블록은 사재기, 브로커, 악덕기업주, 고리대금업자, 심지어 매춘부와 마약밀매업자, 부패경찰까지 이른바 자본주의 역사와 함께해온 ‘공공의 적’들을 통해 경제의 이면사를 풀어낸다.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유명 경제학자인 머레이 로트바르트가 이 책에 대해 평한 내용을 보면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가장 극단적인 사례를 선택해 애덤 스미스의 이론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존경받는 사업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늘어놓는 수많은 학술서보다 자유시장의 실행 가능성과 도덕성을 훨씬 더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경제는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창이다.
사랑에도 경제적 원리는 숨겨져 있다.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보자. 균형이론으로 유명한 존 내시는 친구들과 술집에 갔다가 한 무리의 여자 일행을 발견한다. 친구들이 가장 예쁜 여자에게 마음 도장을 찍었다고 서로 옥신각신하자 내시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 저 미인에게 접근하면 아마 몽땅 차일 거야. 그렇다고 그녀에게 차인 뒤에 다른 친구들에게 간다면 그 친구들에게도 거부당하겠지. 꿩 대신 닭이라는 걸 알 테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도 저 미인에게 접근하지 않는 거야. 그러면 우리끼리 싸울 필요도 없고 다른 여자에게 상처 줄 일도 없고, 우리가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야. 다 같이 이기는 길이기도 하고. 애덤 스미스는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집단에도 최고의 이익이 된다고 했지만 그 이론은 불완전해. 최고의 이익은 자신뿐 아니라 집단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만 실현이 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