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대륙이 넓고 역사가 오래된 만큼 술의 종류도 다양하다. 4000여 가지의 중국술은 크게 백주, 황주, 약미주, 과실주로 구분할 수 있다. 백주는 약 1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곡물을 원료로 한 증류주다. 백주는 이름 그대로 색이 투명하고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중국명주의 대부분은 백주다. 백주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술은 고량주다. 고량주는 명나라 때 톈진에서 만들어졌고 지금은 대만이 주 생산지다. 영화 소재로도 자주 등장한다.
문둥병 환자인 남편이 의문의 살해를 당한 뒤 지우얼(공리)은 병이 옮을까봐 방에 들어가지 못한다. 집 마당에서 누워 자고 있을 때 양조장 최고참 일꾼이 다가온다. 그녀의 주변에 고량주를 뿌리면서 말한다. “이 고량주가 병균을 막아줄 거야.”
영화 <붉은 수수밭> 속 한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고량주는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화합과 항쟁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고량주는 영화 타이틀에 나와 있듯 수수를 원료로 하며 알코올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중식당 홍보각 여경래 대표는 “중국술은 일반적으로 중국음식과 잘 어울린다. 기름진 음식에 진한 고량주의 배합은 최고의 궁합이다”고 설명한다.
중국술의 이름은 대부분 원료와 지명 또는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짓는다. 그냥 마시지 말고 이 점을 기억했다가 추측해보자. 술자리 분위기도 고조될 테고 술맛도 더욱 특별해질 거다. ‘깐!(건배)’을 따라해 보는 것도 좋겠다. 중국인들은 식사 모임에서 한 명이 대표로 잔을 들어 건배사를 늘어놓은 뒤 ‘깐!’을 외친다. 그럴 때면 잔을 든 모든 이들이 한 번에 다 들이켜야 하는 것이 예의다. 마시던 도중에 내려놓는 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행동이다. 심하게는 얕본다고 생각한다. 술이 약한 사람의 경우 음주 전에 양해를 구해 물이나 다른 음료로 ‘깐!’에 동참한다.
1. 마오타이종류 백주 알코올 도수 45도 중국의 8대 명주 중에서 일품으로 알려진 고급술. 각종 육류요리와 잘 어울리며 숙취도 없다. 독특하고 진한 향기를 지녀 빈 잔에도 그 향기가 오랫동안 남아 있다. 미국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모택동 주석이 건배주로 사용하기도 했다.
2. 죽엽청주 종류 혼합주 알코올 도수 45도 1400여년의 긴 역사를 지닌 술. 대나무 잎 특유의 향이 특징이다. 대나무 잎과 10여종의 한방약초를 넣고 빚었다. 첫잔은 톡 쏘는 맛이, 둘째 잔은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오래된 것일수록 대나무 잎 향기가 진하다. 여름에는 차게 마시거나 칵테일 해서 마시면 맛도 좋고 스태미나에도 도움이 된다.
3. 백년고독 종류 백주 알코올 도수 38도 긴 제조 과정과 오랜 숙성 기간 때문에 ‘백년고독’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중국의 전통의 비법에 따라 소맥과 고량을 주재료로 해서 나무통에 장기간 숙성시킨 후 만들어진다. 덕분에 그윽한 향과 깊은 맛이 뛰어나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도수가 낮아 부드러운 맛과 뒤 끝이 깨끗한 술이다.
4. 공부가주 종류 백주 알코올 도수 39도 중국 명나라 때 공자 집안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맛과 향이 그윽하고 향기롭다. 술을 빚기 위해 공자가 직접 연구했다고 전해져온다. 명나라 때 처음 나온 이후 제사주로 쓰이다가 이후 공자 가문에 드나드는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한 연회주로 사용됐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술이다.
5. 수정방 종류 백주 알코올 도수 52도 최고의 자연환경으로 수많은 명주를 생산했던 쓰촨시 수정로에서 오늘날까지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이 술의 특징은 전통 증류주 제조법으로 가장 단순한 듯 하면서 최고의 순도를 지향한다. 수정처럼 맑고 은은한 고운 향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6. 연태고량주 종류 백주 알코올 도수 34도 중국의 산동 연태시에서 제조한 술. 중국술 특유의 강한 알코올 향을 제거하고 단맛을 더해 만들었다. 다른 술과 비교할 때 도수가 10도 이상 낮은 수준이라 부드럽게 마실 수 있다. 향은 진하지만 도수가 낮아서 목 넘김이 부드럽다. 여성들이 마시기에 좋다.
7. 금문고량주 종류 백주 알코올 도수 58도 대만 금문도라는 섬에서 자란 고량을 엄선해 제조했다. 고량주 중 으뜸이라 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독특한 향과 맛이 일품으로 대만에서는 최고급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귀한 술이다. 현지에서는 특급 고량주로 불린다.
[장인지 jindalri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