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끈 눈을 감았다. 아마 공포 때문이었을 것이다. 눈을 감아도 잔상은 떠나질 않는다. 콰콰콰. 쉬지 않고 이어지는 굉음. ‘폭포’라고 하기보다는 공포스러운 악마가 입을 쩌억 벌린 채 ‘파아~’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며 폭 2㎞가 넘는 이과수강을 통째 삼켜대고 있다. 그 양은 초당 6만여 톤. 상상이 가는가. 물을 가득 실은 1톤 트럭 6만여 대가 일제히 그 목구멍 속으로 빨려드는 장면이. 맞다. 그 이름만으로 소름이 돋는 바로 그 이과수(Iguazu Falls) 폭포다. 단언컨대 실망은 없다. “설마 그 정도 일까”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을 위해 ‘기사 리콜’까지 선언한다. 실망스럽다면 직접 전화 주시길. ‘세계 빅3’(이과수·빅토리아·나이아가라) 중 으뜸으로 꼽히는 게 바로 그 이과수니까.
275개 폭포 줄기의 합주
원주민(파라과이 과리니 인디오) 말로 이과수는 ‘큰물(Big Water)’이다. 무려 세 나라(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의 국경을 걸친다. 폭포 전체의 폭만 4㎞ 남짓. 이 장대한 줄기를 따라 275개 폭포가 합쳐져 장엄한 화음을 만들어낸다. 숫자를 세기조차 힘든 이 폭포 줄기들의 평균 낙차는 64m. 수직으로 100m를 떨어지는 괴물도 있다. 쏟아내는 물의 양도 상상 초월이다. 우기(11~3월)에는 초당 1만3000여 톤의 물이 쏟아진다. 단 1초만 이 물을 받아도 올림픽 규격 수영장 7개를 채운다.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는 이과수를 본 뒤 넋을 잃고 이런 말을 했다 한다. “가엾은(poor) 나이아가라”라고. 가엾은 정도가 아니다. 불쌍할 정도다.
투어 일정은 이틀로 잡았다. 첫날 브라질 사이드에서 전경을 둘러본 뒤 다음날 아르헨티나로 넘어가 이과수의 핵 ‘악마의 목구멍’을 보는 코스다. 275개 폭포 중 270개가 아르헨티나에 속하지만 폭포 전체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은 브라질 쪽이다. 출발지는 포스두 이과수시.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를 달리니 이내 이과수 국립공원이다. 입구에선 놀랍게도 비옷을 팔고 있다. 폭포를 보는 데 비옷을 준비하라고? 이거 우습게보다간 큰 코 다친다. 꼭 준비하시라.
입구에서부터 ‘고오오’ 묵직한 첼로의 저음이 귓전을 때린다.
이과수의 숨소리다. 계곡과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5분쯤 걸었을까. 서서히 이과수가 속살을 드러낸다. 275개 폭포는 차례차례 그 위용을 드러낸다. 첫 눈에 박히는 건 영화 <미션> 촬영지로 유명한 ‘삼총사 폭포’. 영화 속 가브리엘 신부(제러미 아이언스)가 맨손으로 기어오른 바로 그 절벽이다. 잠깐이지만 그가 연주한 오보에 소리가 흘러간 듯하다. 브라질 사이드의 하이라이트는 전망대다. 수십 개 폭포가 겹쳐 있는 그 절벽 바로 아래턱까지 이어져 있는 200여 미터의 철판 데크를 밟고 둘러보는 길이다. 걸음을 뗄 때 마다 미세하게 출렁이는 데크를 따라 현기증은 심해진다. 비옷으로 머리까지 덮었지만 이내 속옷까지 축축해진다. 이과수가 뿜어내는 거대한 포말. 난간을 꽉 잡아도 괴물처럼 굉음을 내며 물기둥을 내리꽂는 절경에 몸이 확 딸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과수 폭포의 지존 ‘악마의 목구멍’
악마의 목구멍이 코앞이다. 관람객이 많아 제대로 보려면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둘째 날 코스는 아르헨티나 사이드다. 같은 폭포를 그것도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푸념하지 마시길. 이건, 이과수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브라질 쪽 이과수를 275개 폭포의 합주라 한다면 아르헨티나 이과수는 리더가 펼치는 독주의 향연이다. 그 리더가 275개 폭포무리의 수장인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o Diabo)’이다.
사실 첫날 브라질 쪽에서부터 도는 것도 이 악마 때문이다. 놈을 먼저 보면 나머지 274개 폭포가 모두 시시해져 버린다는 것. 아르헨티나 쪽은 북부 푸에르토이과수시가 거점이다. 아르헨티나로는 차로 국경을 넘는다. 절차는 까다롭다. 평소에도 1시간 이상 엄격한 검문검색 뒤에야 문이 열린다. 국경 경비대를 통과한 뒤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까지는 20여 분. 악마의 목구멍까지는 앙증맞은 기차가 안내를 한다.
기차역은 두 곳이다. 첫 번째 역은 Cataratas 역. 영화 <미션> 촬영지를 구석구석 볼 수 있다. 두 번째 정거장이 바로 ‘악마의 목구멍’ 역이다. 기차에서 내리면 간신히 사람 2명이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데크를 따라 15분 정도 이동한다.
놈을 찾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와아~” 앞서가던 관광객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바로 그 곳이다. 이건 장관이다. 100명 이상이 몰려 넋을 잃은 채 입만 벌리고 서 있다. 낙차는 20층 고층 아파트 높이인 82m. 길이만 700m, 폭 150m에 달하는 목구멍처럼 U자형으로 굽어져 있다. 누구나 질끈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입을 쩍 벌린 채 ‘파아’ 거친 숨소리를 내며 폭 2㎞짜리 이과수강을 벌컥벌컥 삼켜대는 놈. 순식간에 영혼까지 쑥 빨려들 것 같은 공포스런 광경이다.
넋을 잃고 있는 기자에게 가이드의 짤막한 경고가 이어진다. “이곳에서 30분 이상 이 악마와 눈을 마주치지 말라”는 것. 1분엔 근심을 가져가고, 10분엔 생의 시름을 삼켜버리는 이 순둥이 폭포가 30분 눈을 맞추면 악마로 돌변해 영혼을 가져간다는 살벌한 의미다. 끔찍한 통계도 소개한다. 이곳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와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 자살이 잦은 곳으로 꼽힌다는 것. 아쉽더라도 딱 10분만 즐기시길.
눈으로 본 뒤엔 직접 속살을 보는 보트 투어에 나섰다. 이름하여 ‘마쿠코 사파리’. 20분 정도 이어지는 오프로드 질주에 이어 모터보트를 타고 이과수강을 거슬러 오르는 프로그램이다. 이거 놀랍다. 선착장에서 중무장은 필수. 카메라를 포함해 심지어 소지품까지 모두 빼 두고 비닐 우의로 꽁꽁 감싼 채 출발해야 한다. 그냥 여유롭게 폭포를 관조하는 낭만 보트 여행도 아니다. 시속 35노트(약 시속 60㎞)로 질주하던 보트는 폭포수 앞에 잠깐 멈추는 가 싶더니 그대로 폭포 아래로 쑥 들어가 버린다. 이른바 ‘이과수폭포 샤워’. 곱게 드라이를 한 머리와 속옷이 다 젖어도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다.
■ 이과수 여행 100배 즐기기
볼 것 없다. 180만원에 남미를 왕복하는 ‘카타르항공’이 최선이다. 주 7회 운항하는 인천~상파울루 노선은 도하를 경유해 약 24시간(도하 체류시간 제외) 정도 걸린다. 미국을 경유하는 타 항공사 비행기와 견줘도 차이가 없다. 이코노미클래스 왕복 최저 가격은 180만원대. 최저 250만원대를 훌쩍 넘는 대한항공보다 훨씬 저렴하다. 02 - 3708 - 8548
※ 취재 협조=카타르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