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최화(利剪催花)’
명리학으로 풀어본 2011년 대한민국 운세다. ‘날카로운 가위로 꽃을 자른다’는 뜻이다. 무언가 섬뜩한 느낌이다.
명리학자 이수씨의 풀이는 이렇다. “신묘년의 태세 간지(干支)를 물형에 비유하면 신금(辛金)은 서슬 퍼런 가윗날과 같고 묘목(卯木)은 화초의 생김새로 볼 수 있다. 좋게 말하면 ‘다듬어진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말해 싹이 잘려나가는 형세다.”
‘서슬 퍼런 가윗날’과 ‘냉정하게 잘려나가는 싹’의 실체가 궁금하다. 정통명리학자로 알려진 이선종 월간역학교육원 교수는 갈등의 기운이 강한 한 해로 이를 풀이한다. 남북은 물론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과 대립이 표출되는 운세라는 것이다. 장애가 따르고, 노력한 만큼의 보상은 나오지 않고, 주변의 방해까지 겹치는 불리한 형국의 한 해라고 덧붙인다.
풍수학자인 박민찬 신안계물형학연구원 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절망’과 ‘흉(凶)’이란 단어를 동원한다. 풍수적으로 수도 서울의 배를 갈라놓았는데 잘 되길 바라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청계천 복원을 일컫는 말이다. 박 원장에 따르면 서울의 풍수지형은 머리가 인왕산, 좌청룡은 청와대 뒷산, 우백호는 남산으로 청계천은 곧 사람의 배에 해당한다. 따라서 비단 2011년만이 아니라 청계천을 덮지 않을 경우 나라의 운세는 흉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묘년 한 해를 힘들게 할 악재는 무엇일까.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표면화된 남북 대치상황과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대립이 가정 먼저 꼽힌다. 명리학자 두 사람은 연평도 사건과 같은 직접적인 남북 재충돌 상황을 예측한다. 한 사람은 올 입춘 전에, 또 다른 한 사람은 내년 입춘 전으로 시기까지 못을 박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수(壽)가 2012년을 전후로 다할 것이라는 사주풀이와 함께 북한 내부의 권력다툼을 그 배경으로 해석한다.
이수씨는 “김 위원장은 2012년 임진년에 탈관(奪官)에 식신(食神)이 입묘(入墓)되는 시기로 수(壽)를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이선종 교수도 “김정은의 권력장악 시기는 2013~15년경”이라며 “김 위원장이 사망하지 않더라도 사망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풍랑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올해 운세가 다소 강하다. 이수씨는 이 대통령의 올 운세가 오직 숙살(肅殺)의 금기(金氣)로만 짜인 종혁(從革)의 일행득기(一行得氣) 격국이라며 금수(禽獸) 물상에 비유하면 솔개가 토끼를 사냥하는 형국이라고 말한다. 레임덕과 권력 이양 이후를 대비하려는 이 대통령의 개헌 카드가 유력 대권후보의 앞길을 가로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선종 교수는 “상대적”이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선거라는 게 아무리 품종이 같다 하더라도 상대를 알아야 경쟁관계를 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풍수학자인 박 원장도 경쟁상대에 따라 다르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풍수적으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보다 제3의 인물 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
경제 문제로 화제를 돌려보자. 총론에서는 대체로 견조한 상승을 예측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간지의 오행(五行) 작용이 ‘상고하저(上高下低)’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코스피 지수 2000시대로 장을 연 주식 시장의 경우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에서 경착륙 가능성과 위험 경보가 아닌가 의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인이 주식에 투자한다면 이수씨는 중국 관련주, 이선종 교수는 자동차와 기계 관련 업종을 꼽았다. 이 교수는 “신묘년 국가적으로 상승의 기운이 약할 때는 종이, 섬유 등 약한 소재보다는 강하고 단단한 것들이 강세를 보인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다. 이수씨가 동남축선상을 예측한 반면 이 교수는 서쪽 방향을 예측한다. 이수씨는 정권 후반기 내수 진작을 예상한 저평가 부동산의 한풀이 기간으로 풀이한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집값 상승을 이끄는 축이었던 동남축선상의 부동산 가격상승 운이 도래했다고 말한다. 반면 이 교수는 한반도 전체를 놓고 동쪽과 서쪽으로 특정하기보다는 경기도의 서쪽, 강원도의 서쪽 등 현재의 위치에서 서쪽이 유리하다고 전망한다. 즉 “대전을 놓고 볼 때 동쪽은 방해의 기운이, 서쪽은 안정적인 기운이 흐른다”는 것이다.
한편 동양의 예측술은 ‘반복되는 수식 체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고 이수씨는 밝힌다. 예를 들면 2001년 9.11테러를 진주만 공습에 비유하는데 두 사건은 모두 신사(辛巳)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인(庚寅)년이었던 2010년의 60년 전 경인년에는 한국전쟁이 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떠올리는 이유다. 따라서 항상 60년 전, 120년 전의 사건을 통해 현재를 예측할 수 있다고 이수씨는 주장한다.
그럼 올해를 보자. 60년 전인 1951년 신묘년 4월에는 중공군의 춘계대공세가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또 1952년 임진(壬辰)년 7월에는 평양대공습으로 북한의 기간시설을 초토화해 휴전의 기반이 마련됐다. 올해와 내년 이 두 사건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