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에 자리한 웨스틴조선호텔은 천자가 하늘에 제사를 드리던 환구단(圜丘祭)을 품고 있다. 3층 8각 지붕의 황궁우(皇穹宇)가 빌딩 숲 한가운데에서 잠시 산책할 여유를 선사하고, 날이 좋을땐 약속장소가 되기도 한다. 호텔로 들어서 20층에 오르면 그 환구단을 한눈에 들일 수 있는 전경이 펼쳐진다. 일식당 ‘스시조(鮨朝)’를 둘러싼 서울 도심의 일상은 이렇듯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숨겨두고 있다.
2008년 11월, 호텔 20층으로 자리를 옮긴 스시조는 깔끔한 인테리어가 차분하다. 그래머시 키친, 분더샵 등을 디자인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구이도 스테파노니가 동서양의 미를 조화시킨 모던함을 연출했다. <코리아 스타일>의 저자이자 일본의 유명 레스토랑 컨설턴트 마샤 이와타테가 총괄한 메뉴와 스타일링, 서비스는 보고 음미하는 요리인 일식에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한 퓨전을 선보인다.약 408㎡에 별실 8개, 스시 카운터, 메인홀을 포함해 총 97석. 규모는 예전과 비슷하지만 홀 중앙에 스탠딩 사케바를 마련해 황실신년 제용주, 황태자 성혼축하주, 주류감평회 국장상, 금상 수상주등 예술품이라 불릴 만한 일본의 사케 13종을 적당한 온도로 맛볼수 있다. 사케 초보자라면 네 명의 기키사케시(利き酒師 ; 사케 소믈리에)와 일본 소주 어드바이저가 추천을 돕는다.
프라이빗한 공간의 특별한 서비스
홀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히노키 스시 다이(8m)는 셰프의 서비스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간. 히노키 나무의 향이 스시의 향과 어우러져 그 맛을 더한다. 350년 된 히노키 나무를 15년간 자연 건조시켜 일본의 장인이 만들었다. 별실에서도 이러한 서비스는 그대로 진행된다. 이름하여 ‘스시 라이브 스테이션’(1인당 30만원~40만원)이 설치돼 셰프의 손놀림, 입맛 돋우는 요리 한 점이 비즈니스 미팅의 어색함을 자연스럽게 상쇄한다.그런가 하면 생선의 산지를 고를 수 있는 것도 스시조만의 특징. 일본 내 정재계 인사와 예술인들의 단골 레스토랑 ‘스시 큐베이’와 제휴해 스시 기술뿐 아니라 현지 생선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물론메뉴에는 일본 생선과 한국 생선을 따로 표기했다. 덕분에 특별한순간을 기념하거나 색다른 비즈니스 미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