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으로 성공한 재미있는 마케팅 사례가 많다. 일반적으로 마시면 살이 찌기 쉬운 맥주에 다이어트 효과를 돕는 성분을 함유해 ‘몸매 관리 맥주’가 선보이는가 하면 바나나 하면 노란색이 떠오르지만 본래 속살은 하얗다는 것에 착안, ‘흰 바나나 우유’도 등장한 바 있다. 이처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역발상’은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오며 ‘재미’를 준다.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의 보졸레 지역에서 생산되는 햇와인을 말한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남단에 위치한 보졸레에서 생산되는 이 와인은1950년 이전까지는 그 지역 농민들이 포도 수확을 마치는 무렵, 동네에서 삼삼오오 모여 편하게즐기는 일상의 와인이었다. 100% 가메(Gamay)품종으로 만들어지는 보졸레 와인은 다른 지방의 것과는 달리 빛깔이 매우 선명하고, 화사하고 향긋한 꽃 향과 신선하고 생기가 넘치는 과일향이 강하다. 특히 텁텁한 맛을 내는 타닌이 적어 무겁지 않고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가메로 만든 와인은 다른 지방의 와인처럼 오랜 숙성기간과 장기보관이 힘들어 짧은 시일 내 마셔야만 제 맛을 느낄수 있다.
11월의 와인에도 ‘역발상 마케팅’이 숨어있다.보졸레 누보를 생산하는 지역인 보졸레는 프랑스 최대의 도시 리옹 외곽에 위치한 탓에 예로부터 이 도시와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 예전부터리옹의 선술집에서는 모든 성인의 날 축제가 끝난 후 손님들에게 햇와인을 권하는 것이 하나의관례였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남쪽 리옹으로 피난 온 파리의 지식인들 및 기자들은 이 신선하고 향기로운 와인에 열광했고 곧 이 풍습을파리로 가져오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보졸레 누보 마케팅을 처음 시작한 ‘조르쥐 뒤뵈프’는 장기보관이 힘든 대신 4~6주 만의짧은 숙성만으로 보다 빨리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착안, ‘빨리 만들어 금방 마시게 하자’는발상의 전환을 시도했고, 이는 전 세계 와인 축제로 이어졌다.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을 그해 수확한 포도로 처음 생산한 보졸레 누보 출시일로 지정하고, 그날 자정을 기해 전 세계에서동시해 판매하도록 했던 것.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현재 프랑스는 11월에 들어서면 50여 양조장에서 나오는 150만 병의 보졸레 누보를 하루 전에 4대륙의 각국에 배송하고자 전 세계 화물 비행기가 동원되는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또한 전세계 각지에서는 신선한 햇와인 보졸레 누보를공수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와인 생산 방식 중 와인의 숙성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보졸레 누보의 생산을 간단히 설명하면다음과 같다. 껍질이 벗겨지면서 다량의 타닌 성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포도를 압착하지 않고포도송이채 이산화탄소가 가득한 양조통에 담가발효시킨다. 이렇게 되면 타닌 성분이 들어 있는껍질은 그대로인 채 포도송이 안에서 과육만 발효가 진행된다. 그리고 양조통에 담가 두는 침용기간이 일주일씩 걸리는 레드 와인과는 달리 단기간인 4~5일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과육에 들어 있는 과일 향은 듬뿍 발산하되 타닌의 강한 맛은 절제하는 보졸레 누보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와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올해 국내에서는 11월18일, 2010년의 첫 보졸레누보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와인은고급문화’라는 편견이 뿌리내리면서 와인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데 반해 보졸레 누보에 대한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입안을 조이는 듯 한 묵직함이 최고의 레드 와인으로 대접받으면서 보졸레 누보의 상큼함은 기품 없고 질 낮은 와인으로잘못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프랑스 보졸레 지방의 농민들이 그 해의 포도로 갓 만들어진 와인으로 수확의 즐거움을 나누어 온 보졸레 누보의 시초를 되새겨보면, 우리의 명절날햇곡식을 맛보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 아시아와인 강국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약 9배 정도 많은 보졸레 누보가 소비되며, 와인의 기쁨을나누는 문화로 정착되어 보졸레 누보 온천까지생겨났다. ‘알베르 비쇼 보졸레 누보’는 2006년일본에서 <신의 물방울> 작가와 함께 기획, 디자인한 레이블로 ‘신의 누보’라는 별칭을 얻으며 한달여 만에 매진되기도 했으며, 국내에도 매년 새로운 <신의 물방울> 레이블 디자인의 보졸레 누보가 런칭되고 있어 많은 와인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몇 가지만 알면 보졸레 누보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의외로 한국음식과도 조화가 뛰어날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음식과의 조화가 쉽기 때문에 햄버거, 중국음식, 파스타 등 간편한 파티 음식과도 훌륭하게 매칭할 수 있다. 또한 굳이 안주가 없어도 충분히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일반적인 레드 와인보다 조금 차가운 온도인 10~12도에서 즐기면 더욱 맛이 살아난다. 마시기 전에가볍게 칠링해서 즐기며, 글라스에 얼음 한두 개를 띄워 온더락으로 즐기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또한 달콤한 화이트 와인 맛에 익숙해레드 와인의 텁텁한 맛이 부담스러운 초보자도즐길 수 있어 여럿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파티용와인으로 부족함이 없다.보졸레 누보는 신선한 맛을 즐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6개월 이내에 소비하는 것이 좋다.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의 국립원산지통제기구(INAO)에 의한 법률 규제를 통해 유통기한을 두고 있는데, 출시된 이후 그 다음해 8월31일까지유통이 허용된다는 것을 알아두면 유용하다.이로써 보졸레 누보를 이해했다면, 아래 네 가지를 꼭 해볼 것을 권유한다.
1. 눈을 감고 코끝으로 보졸레 누보의 향을 즐겨라. 2. 사랑하는 사람과 보졸레 누보로 연말 파티를 즐겨라. 3. 2010년 12월31일, 올해의 보졸레 누보와 함께 마지막 밤을 보내라. 4. 2011년 1월1일 지난해 보졸레 누보의 맛을 기억하고,2011 보졸레 누보를 기대하라.
<Luxmen>이 최초 공개하는 2010 알베르 비쇼 신의 물방울 라벨링
1. 알베르 비쇼 보졸레 누보 2010, 신선한 맛의 대명사로 매우 밝은 루비빛을 띠며 강렬하고 붉은 과일, 아이리스와 라일락 등의 꽃 향이 향기롭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부담 없을 정도의 가벼움으로 초보자에게 권하기 좋다. GS25에서 단독 판매된다.
2. 알베르 비쇼 보졸레 빌리쥬 누보 2007은 선명한 보랏빛을 지니고 있다. 레드베리와 캔디, 바이올렛을 비롯한 다양한 꽃향기가 후각을 사로잡는다. 유순하고 과실 향이 풍부한 전형적인 보졸레 지역의 특징을 지녔으며 균형이 잘 잡힌 와인이다.
보졸레에 관해 알아두면 좋을 기초 상식
첫째, 보졸레 레드 와인 양조에는 오로지 한 가지 품종, 가메만 쓰인다.
둘째, 보졸레는 프랑스에서 샹파뉴 지방과 더불어 포도를 꼭 손으로만 수확해야 하는 유일한 산지다. 그만큼 포도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
셋째, 보졸레 와인은 칠링해서 마시는 몇 안 되는 레드 와인 중 하나다.
넷째, 생선 등 각종 해물요리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흔치 않은 레드 와인이다.
와인이 말을 건네다 최성순 칼럼니스트 그리고 루피노 산떼다메
나는 와인보다는 달콤한 칵테일이나 독주를 더욱 즐겼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내게 묘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연히 누군가가 건네준 와인의 맛과 향기에 끌려 단순히 ‘와인 = 술’이란 고정관념이 달라졌고, 내게 또 다른 세계를 열어준 것이다.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와인마다 등급과 가격 등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사실이었다. 그 후 와인을 파고들기 시작했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와인 정보 포털 사이트 ‘와인21닷컴’을 런칭했다. 옛 생각을 하니 이탈리아 와인과의 수많은 만남이 기억 속에서 스쳐지나 간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와인을 꼽아보면, 끼안띠 와인의 진수를 알게 해준 루피노가 있다. 수많은 루피노 와인 중에서도 산떼다메는 ‘와인은 문화의 한 부분으로써, 토양과 인간의 가치를 반영한다’고 말했던 루피노의 설립자 ‘일라리오 루피노’의 철학에 대해 공감하게 만든 와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떼다메는 깨끗한 공기와 긴 일조량이 특징인 루피노의 산떼다메 빈야드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신선하고 잘 익은 산지오베제 포도를 사용해 파워풀하고 깊이감 있는 와인으로 탄생되었다. 이러한 와인을 만든 루피노 사람들을 만나보면 루피노 와인 같이 부드럽지만 강하고, 그리고 깊이 있는 와인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또한 산떼다메 와인을 마실 때 루피노 와인과 같은 그들이 함께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 최성순 와인21닷컴 대표 와인 칼럼니스트, <와인 공감> 저자
[유동기/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