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최 씨는 새해 목표를 ‘건강한 몸 만들기’로 정하고, 헬스장에 등록했다. 의욕이 앞섰던 최 씨는 유튜브를 보며 트레이너가 설명하는 고강도 운동법을 몇 시간씩 따라 했고, 수일째 반복하던 어느 날 콜라색 소변과 극심한 근육통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최 씨는 근육을 구성하는 성분들이 녹아 혈액을 통해 빠지는 횡문근융해증으로 진단받았다.
2024년 새해가 밝은 지도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올 한해 목표로 운동을 시작한 사람 중 과도한 열정으로 예상치 못한 질환이 생겨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러 가지 질환 중 하나가 바로 횡문근융해증이다. 이 병은 근육 손상 후 근육 섬유가 파괴되어 혈액 속으로 물질이 누출되는 심각한 질환으로, 적절한 주의와 관리 없이 고강도 운동에 참여하면 발생할 수 있다.
이 질병은 크게 외상성 요인 혹은 비외상성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외상성 요인으로는 교통사고, 낙상, 물리적 충격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근육 손상에서 비롯된다. 반면 비외상성 원인은 과도한 운동, 약물 남용, 알코올 중독, 감염, 고열, 전해질 불균형 등 다양한 내부 요인에 의해 근육이 손상될 때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근육 조직 내에서 산소 공급 부족, 염증 반응, 그리고 근육 세포 파괴를 초래하여 횡문근융해증으로 이어진다.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신장 손상이나 급성 신부전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예방 및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화학적 또는 약물에 의해 횡문근융해증이 악화할 수 있어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알코올 외에도 코카인, 헤로인, 암페타민, 엑스터시와 같은 독소 및 특정 약물 사용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외에 스타틴과 피브레이트(고지혈증 치료제), 리튬, 할로페리돌(양극성 장애 및 항정신병 치료제) 등 특정 약물은 횡문근융해증을 유발할 수 있어, 신경이완제악성증후군( Neuroleptic malignant syndrome)과 같은 심각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약물에 의한 횡문근융해증의 경우, 해당 약물의 중단 및 대체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 약물의 사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보호해야 한다.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주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부작용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지혈증, 양극성 장애 치료제 등 특정 약물 복용 시에는 의료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적절히 조처해야 한다.
횡문근융해증의 증상은 다양하며,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심한 근육통, 근육 약화, 콜라색 소변 등이 있다. 또한 미열, 전신 무력감, 탈수 증상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진단은 환자의 증상, 의학적 병력, 신체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혈액 검사를 통해 혈중 미오글로빈 수치, 신장 기능 지표, 전해질 수치 등을 확인한다. 필요한 경우 근육 조직 검사나 영상 진단 방법이 사용될 수도 있다. 횡문근융해증의 치료는 주로 증상의 심각성과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일반적인 치료 방법은 충분한 수분 공급과 전해질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손상된 근육 조직에서 유출된 미오글로빈과 다른 물질들이 신장을 통해 제거될 수 있도록 돕는다. 심각한 경우에는 혈액 투석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약물 치료가 추가될 수 있다. 또한 근본적인 원인(예: 약물, 알코올 중독)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횡문근융해증의 예방은 과도한 운동으로부터 근육을 보호함으로써 가능하다. 운동 전 충분한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예열하고, 운동 중에는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며, 운동 후에는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기 몸 상태와 운동 능력에 맞는 운동 강도를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횡문근융해증은 적절한 예방과 조기 치료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은 필수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인식과 적절한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동할 때는 항상 자기 몸을 잘 관찰하고, 어떤 이상 신호에도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 최혜민 명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운동 후 충분한 휴식에도 불구하고 심한 근육통이 지속되거나 소변 색깔이 콜라색과 유사하게 변한다면, 이는 횡문근융해증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단순한 근육통으로 여겨 방치할 경우, 급성신부전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2호 (2024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