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언제 어느 정도의 물량을 얼마에 내놓아야 성공할 수 있을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일반인에겐 SF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AI솔루션기업 ‘임팩티브AI’엔 이미 현실화된 서비스다. AI 예측모델 ‘딥플로우(DeepFlow)’로 제품의 출시부터 재고관리까지 최적화를 돕는 이 시스템은 기업 입장에선 반드시 필요한 솔루션. 한동대 교수로 재직하며 2021년 임팩티브AI를 창업한 정두희 대표는 “명확한 밸류를 창출하는 건 AI기업의 숙명”이라며 “사용자가 일을 더 잘하도록 뒷받침하는게 AI 솔루션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에서 기술경영을 전공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지식경영실 수석, LG그룹 AI 자문교수, MIT 테크놀로지 리뷰코리아 편집장, 기술경영경제학회 학술부위원장 등을 거쳤다. 한동대 ICT 창업학부 교수로 2021년 임팩티브AI를 창업했다.
Q 신제품을 언제, 몇 개나, 얼마에 출시할지 예측한다니. 생각만으로도 신통방통합니다.
A 저희는 기업을 위한 예측 중에서도 제품 판매와 재고관리, 생산관리에 적용되는 수요 예측에 집중하고 있어요. 판매량이나 출고량, 원자재 수요 등을 예측하는데, 혹시 보조배터리가 언제 많이 팔리는지 아십니까.
Q 글쎄요. 휴일에 많이 팔리나요?
A 평균적으로 비 오는 날 많이 팔립니다. 비가 오면 실내에서 휴대전화 보는 시간이 늘거든요. 그런데 보조배터리 판매량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비뿐일까요. 날씨부터 경제 상황, 휴대전화 기종, 이용자의 부채 상황 등 많은 점이 고려될 수 있죠. 사람은 보조배터리가 얼마나 팔릴까를 생각할 때 ‘이런 게 중요하지 않을까’란 감에 의존하는데, AI는 수많은 데이터에 기반해 하나하나의 요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계산해 예측합니다.
Q 영향을 미치는 경우의 수가 대단히 많을 것 같은데요.
A 데이터 안에 수많은 패턴들이 포함돼 있어요. 사람은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지만 AI는 패턴을 캐치해 각각의 변수가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정밀하게 계산합니다. 딥플로우에는 여러 AI모델이 내장돼 있는데요. 여기에 고도화된 데이터 엔지니어링 기법이 적용됐어요. 5만여 개의 데이터 풀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데이터로 예측을 수행합니다.
Q 오차를 줄이는 게 중요할 텐데, 딥플로우의 오차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A 어떤 걸 예측하느냐에 따라 다른데요. 출고량의 경우 기업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최근엔 금 가격을 예측하기도 했는데, 1주 후, 2주 후, 3주 후 평균 가격과 최저, 최고 가격을 예측했어요. 99% 이상 정확하게 나왔습니다.
Q 관련 기술력도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A AI 특허는 현재 28개이고, 6월에 31개가 될 예정이에요. 올해 최소 35개 이상의 AI 특허를 출원하게 될 것 같습니다.
Q 신제품 외에 예를 들어 지역 축제가 열리기 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찾을지,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등도 예측할 수 있는 겁니까.
A 이론적으로 가능한 분야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축제를 찾았는지, 어떤 변수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데이터가 있는지 등이 관건입니다.
Q 데이터가 존재한다면 국책사업이나 지역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거군요.
A 물론이죠. 예측 분야는 지금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AI기술은 데이터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데, 주어진 데이터로 얼마나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지, 꾸준히 더 좋은 방법을 개발 중이죠. 특히 데이터 부족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데이터 증강 기술들을 예측에 접목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Q 데이터 증강이라면 없는 데이터를 만들어서 개발한다는 의미인가요.
A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 갖고 있는 데이터를 마중물 삼아 증강시킬 수 있어요. 패턴을 만들고 학습시키는 것이죠. 존재하지 않지만 출시하려는 제품과 관련한 특정한 산업의 데이터가 있다면 이걸 기반으로도 수요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Q 실제 고객사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A 대기업부터 중견,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고객사에 솔루션을 납품했는데, 저희 고객사 중 매출 1조원 기업이 있어요. 재고가 남거나 부족해서 겪는 1년 재고손실이 약 200억원이었습니다. 얼마나 팔릴지 미리 알아서 팔릴 만큼만 생산하면 아무 손실이 없는 거잖아요. 결국 정확한 예측이 답인 셈이죠. 딥플로우를 통한 예측으로 30~90%까지 재고 손실이 줄었습니다. 솔루션 이용 금액이 적진 않지만 손실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수준이죠.
Q 작업 속도는 어떻습니까.
A 기업의 의뢰를 받고 서비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주예요. 그 시간 안에 최적의 데이터로 예측모델을 만들고 개발합니다. 저희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사의 작업속도는 획기적으로 향상되죠. 일례로 고객사 중 재고·구매관리에 매월 15일 이상 소요하던 기업이 있었는데, 딥플로우 시스템을 도입하곤 단 7분 만에 작업 초안이 완성됐습니다.
Q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경쟁사도 있을 법한데.
A 머신러닝 기반의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AWS(아마존웹서비스), IBM,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이 있어요.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머신러닝 서비스를 통해 수요 예측을 수행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딥플로우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기업들의 서비스는 범용 서비스이기 때문에 수요 예측에 특화돼 있지 않거든요. 딥플로우는 수요 예측에 선택과 집중을 한 모델이죠.
Q 글로벌 고객사가 궁금해지는데요.
A 수요 예측을 위한 데이터는 우리나라나 해외나 모두 똑같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현재까지 베트남의 패션회사와 인도네시아의 유통회사, 미국의 가구회사에 솔루션을 제공했습니다.
Q 최근 프리A 라운드 투자를 마무리했다고 하던데.
A 지금까지 26억원을 투자받았어요. 2023년에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인라이트벤처스, 신용보증기금,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이번에 기업은행 등의 투자자로부터 21억원을 유치했습니다.
Q 2021년에 창업했으니 4년차 스타트업인데, 실적은.
A 시작단계에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로 시간을 쏟았습니다. 특허는 현재 30개 이상 출원 또는 등록을 했습니다. 저희 기술력을 알아봐주시는 고객사들이 늘어나면서 작년과 올해 매출은 꽤 차이가 클 것 같아요. 향후 5년간 매년 200% 이상 성장이 목표이고 현재 그 이상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Q 성장의 근거라면.
A 일단 솔루션 판매가 늘고 있고, 글로벌 진출에 대한 청신호가 확실해졌습니다.
Q 어느 때보다 AI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기인데, 국내 AI산업의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A 기대는 굉장히 높은데 현실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요. AI가 중요하니 웬만한 기업들이 대부분 AI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유의미한 재무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그중 11%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약 90%는 AI로 뭔가 하려고는 하는데 결국 시도만 한 실패 케이스라는 거죠. 너무 기술만 바라보고 있어요. AI는 잠재성이 높은 기술이지만 대단히 특별한 기술로 봐서는 안 됩니다. AI기술이 적용된 제품 중 사용자가 AI를 인식하지 못하는 제품은 결국 실패한 케이스예요. 좋은 기술이 적용됐지만 AI가 주는 밸류는 크지 않은 거죠. 결국 소비자는 그 제품을 재구매하지 않습니다. 명확한 밸류를 창출해야 하는 게 AI기업의 중요한 숙제예요. 사용자가 일을 더 잘하게 만들어주는, 그 나름의 밸류를 만들어내는 게 AI 솔루션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기술보다 가치가 중요합니다.
Q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창업했는데, 어떤 직책이 편하십니까.
A 경중을 따질 순 없는데, 일단 회사를 운영하는 건 굉장히 힘들다는 게 팩트죠.(웃음) 불확실성과 싸워야 하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올해는 안식년이어서 서울에서 회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목표가 있다면.
A 우선은 수요 예측 분야의 글로벌 톱티어가 돼야죠. 또 하나가… 저희 회사 멤버들과 경제적인 수익을 목표로 의견을 나눈 적은 없는데, AI의 이점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제대로 전달하자는 역할에 대해선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실제로 AI의 혜택에 소외된 지역이 많거든요. 그래서 매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AI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로 스스로 사업을 하고 밸류를 낼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어요.
Q 스타트업 입장에선 비용도 무시 못 할 텐데.
A 좋은 일에는 늘 함께하는 기관과 서포터가 있더라고요. 아프리카에 현지 법인도 설립했어요. 저희가 직접 한건 아니고 40% 정도 지분이 있는 법인인데, 현지에 필요한 기술이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재직하는 한동대의 모토 중 하나가 ‘배워서 남 주자’인데, 잘 배우고 실력을 키운 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수해 줄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5호 (2024년 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