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당연함을 만들다.’
스마트 패키징 솔루션 플랫폼 ‘칼렛스토어’를 운영하는 칼렛바이오의 비전이다. 친환경 포장재 제작을 시작으로 지속 가능한 포장재 등 다양한 제품의 플랫폼을 구축한 이 스타트업은 친환경 인증인 ‘스텝포넷제로’를 운영하며 각 브랜드와 제품 제조사가 당연히 가야 할 길을 묵묵히 준비하고 있다. 최근엔 포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 포장 로봇과 다품종 소량 인쇄 로봇 개발을 예고하며 주목받았다. 2019년 창업에 나선 권영삼 대표는 “모든 종류의 포장재를 쉽게 찾아 구매할 수 있고, 포장재에 관한 정보를 모두 담은 원스톱 쇼핑 플랫폼이 되겠다”며 “2025년 국내 친환경 포장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19% 수준인 366조원 규모인데, 이 중 점유율 1%를 꿈꾸고 있다”고 조심스레 포부를 밝혔다.
이베이코리아를 거쳐, 통그룹, 농업기술회사 코아피플 창업 등 사업기획과 제휴, M&A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9년 칼렛바이오를 창업하고 스마트 패키징 솔루션 플랫폼 ‘칼렛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Q 칼렛바이오는 친환경 포장재를 제작 유통하고 있는데, 사업영역이 궁금합니다.
A 친환경 포장재 전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품질 좋은 포장재를 발굴해 소재나 탄소배출량 등 친환경 부문의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요. 모든 종류의 포장재를 쉽게 찾아 구매할 수 있고, 맞춤주문도 가능하죠. 현재까지 저희 플랫폼에 1500개의 상품이 등록돼 있습니다.
Q 창업할 때 단계별로 계획을 세웠다고 들었습니다.
A 창업할 때 목표에 대한 그림을 그렸는데, 단계별로 마일스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1단계는 친환경 포장재 전문 플랫폼 구축 및 상용화, 2단계는 플랫폼 안정화 및 상품군 확대를 통한 운영 본격화, 3단계는 플랫폼 고도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포장 솔루션 구축, 4단계는 스마트 패키징 솔루션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 5단계는 글로벌 진출 본격화를 위한 글로벌 플랫폼 상용화, 6단계는 글로벌 포장 스탠더드 브랜드로의 도약과 IPO예요.
Q 현재는 어느 단계입니까.
A 지난해까지 3단계에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적재산권(IP)도 확보했어요. 리펄프 브랜드를 만들어 테이프, 박스 등을 선보였는데, 테이프는 재활용이 100% 가능한 종이 제품입니다. 농산물 전용 등 여러 용도에 최적화한 원터치 박스도 만들었습니다. 현재 기술 특허 4건, 디자인권 7건을 등록했고, 기술 특허 4건, 해외 디자인권 3건을 출원했습니다.
Q 그럼 칼렛바이오의 마지막 목표는 뭡니까.
A 좀 러프한데, 포장 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저희 목표입니다.
Q 전혀 러프하지 않은데요.
A 러프하다는 건 그러니까 “너희같이 작은 회사가 어떻게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건데?” “포장산업은 생각보다 메가마켓인데 제조 공장도 없는 너희가 어떻게?” 등의 질문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란 거죠.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저희 나름의 기술 개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Q 칼렛바이오의 핵심 기술이라면.
A 우선 오프라인 시장에 존재했던 맞춤제작이란 포장 영역을 저희가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플랫폼으로 전환시켰어요. 국내 첫 시도였죠. 도대체 쇼핑몰하고 뭐가 다르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핵심 기술 자체가 다릅니다. 저희는 이 기술을 ‘칼렛ERP’라 부르는데, 칼렛스토어에서 맞춤주문을 하게 되면 저희 OEM 생산자들에게 자체 개발한 ERP를 제공하거나 연동하는 방식이죠. 포장산업이 굉장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처음엔 거부감이 심했습니다. 그러다 팬데믹 시기에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Q 일종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진행된 건가요.
A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성장했잖아요. 택배 물량이 늘면서 포장산업의 파이도 훨씬 커졌어요. 원래 박리다매 성격이 강했는데, 규모까지 커진 거죠. 여기에 환경 규제도 한몫했습니다.
Q 친환경 포장재로의 전환에 물꼬를 튼 것이군요.
A 아직은 좀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UN이 제시한 글로벌 기준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규제가 세진 않거든요. 반면 소비자의 인식은 많이 달라졌어요. 이상기후와 탄소배출, ESG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각 브랜드와 유통사들이 오히려 고객의 눈치를 보게 된 상황이죠. 2021년에 칼렛스토어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재 70개의 협력사, 2800개의 고객사를 모시게 된 원동력입니다. 일례로 마침 탈플라스틱을 선언한 화장품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플라스틱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박스는 저희밖에 없었거든요. 그렇게 스킨푸드, 이솝코리아, 디마르3 등의 주문을 받았습니다.
Q 첫 주문도 중요하지만 플랫폼의 성패는 재구매율일 텐데요.
A 포장산업은 아무래도 B2B가 중심인데, 한번 주문이 이어지면 70~80%가 재발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객사의 반응에 지난해 포장 전문 로봇을 개발하면서 포장 설비까지 영역을 넓히게 됐죠.
Q 포장 로봇이요?
A 올해 마일스톤 4단계인 스마트 패키징 솔루션 플랫폼으로의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는데요.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자동 포장 로봇과 다품종 소량 인쇄 로봇으로 스마트 패키징 솔루션을 구축하는 겁니다. 지난해에 포장에 대한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자동 포장 로봇을 만들었는데, 박스 바닥 면을 위에서 아래로 꾹 누르기만 하면 박스가 저절로 접히는 디스펜서 원리를 적용했어요. 단 3초면 로봇이 제품에 맞는 박스를 골라 접을 수 있습니다.
Q 다품종 소량 인쇄 로봇도 생소한데.
A 여러 종류의 시안을 소량으로 인쇄할 수 있는 로봇이죠. 올해 완성될 겁니다. 이건 어쩌면 모든 포장재 제조사의 염원이기도 한데, 온라인 기반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늘면서 이들이 주문하는 수량이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최소 수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쩔 수 없이 고객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생기죠. 그런 이유로 다품종 소량 인쇄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높습니다. 올해 이 로봇의 개발을 끝내고 하반기부터 다품종 소량 인쇄 로봇을 프랜차이즈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Q 1인 창업이 떠오르는데요.
A 아직은 계획 단계인데, 이 설비가 완성되면 칼렛ERP와 연동해 원격 제어가 가능해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1인 창업 프랜차이즈로 확대시킬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Q 시제품 생산 시기는 언제쯤입니까.
A 올 상반기에 1단계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우선 100% 자동화는 안 되겠지만 반자동까지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Q 그렇게 되면 사업영역이 달라질 것 같은데요.
A 모든 영역의 시작과 끝에는 칼렛스토어가 있을 겁니다. 스마트 패키징 솔루션 플랫폼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죠. 칼렛스토어에서 설비를 구매할 수도 있고 다품종 소량 생산을 주문하면 그 지역의 프랜차이즈에서 생산한 후 배달할 수도 있는, 포장과 관련한 모든 솔루션을 칼렛스토어에서 수행하는 겁니다.
Q 현재 매출은.
A 2021년에 20억원을 넘겼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마감했습니다. 올해는 일단 로봇을 제외하고 50억원이 목푭니다.
Q 포장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사업 목표로 제시했는데, 스타트업으로서의 목표는 다를 것 같습니다.
A 2027년 무렵에 IPO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일스톤 6단계죠. 국내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에요. 니즈가 똑같거든요.
Q 그러기 위해선 우선 자금이 중요한데.
A 지난해 프리A 투자를 받았고, 올해 시리즈A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은 10억원이 좀 더 되고, 앞으로 약 30억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