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멘토’ 김미경(58)이 돌아왔다. 스타 강사이자 온라인 지식 교육 플랫폼인 MKYU 대표를 맡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40대와 AI(인공지능)를 화두로 내세웠다.
먼저 40대를 위해 그가 준비한 것은 신간 <김미경의 마흔 수업>이다. 30대 남녀에게 독한 인생 코칭을 제공하며 ‘국민 언니’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언니의 독설>을 출간한 지 12년 만이다. 그런 그는 ‘왜 마흔이냐’는 질문에 “40대쯤 되면 보통 많은 걸 이뤘을 거라고 생각한다. 돈도 많이 벌어서 집도 마련했을 것 같고, 30대에 시달렸던 불안과 초조함, 열등감도 잦아들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인생이 ‘안정’될 줄 아는 거다.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더 초조해진다. 하지만 사실은 그래도 되는 나이인 거다. 지금 이 나이까지 와서 보니 애쓰는, 지쳐 있는 마흔에 대한 위로와 조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미경 대표의 또 다른 화두는 최근 챗GPT로 가속화된 초거대 AI다. 김 대표는 이를 대중 눈높이에서 풀어내기 위해 ‘어웨이크 비즈니스 포럼(ABF·Awake Business Forum)’을 새롭게 선보였다. ABF는 MKYU 설립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프리미엄 오프라인 포럼이다. 5월 2일부터 총 10회에 걸쳐 세계적 AI 전문가 11인이 연사로 나서 초거대 AI 시대에 필수적인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전달한다.
김 대표는 현재 160만 구독자를 가진 MKTV, 18만 회원의 지식 커뮤니티 MKYU를 각각 운영하는 스타 강사지만 늘 성공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30년 강의 과정을 돌아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는 오프라인 강의만 했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로 모든 일이 사라졌다”며 “대신 저는 디지털과 코딩, ‘웹3.0’을 공부하며 현재의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냥 있었다면 지금의 김미경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Q ‘초거대 AI 시대, 리더들의 비즈니스 전략’을 주제로 포럼을 선보이셨는데,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코로나 때 외부 강연이 끊기면서 30년간의 커리어가 외부 환경에 의해 끝날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2020년 1월 외부 강연을 끝으로 그해 아예 강의를 못했습니다. 당장 직원들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큰일이 닥친 거였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다고 사람들이 아예 경제 활동을 안 하거나 돈 흐름이 멈춘 것도 아니었어요. 결국 다른 곳으로 자원이 이동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책을 수백 권 보고, 신문도 다시 구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책, 미디어, 자료 등을 읽다보니 떠오르는 단어가 딱 하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이더군요. DT를 해야 하기는 하는데, 방법을 궁리하다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세계에 자신의 상상력을 옮겨놓기 위해서는 기본 설계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이후 디지털 세계에 제가 하던 오프라인 강의를 어떻게 옮길지 고민했고, 그 결과가 MKYU입니다. 온라인 성인 평생 교육원 개념으로 30·40·50대에 DT를 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3년 전부터 DT 관련 기초교육. SNS에 사진, 글 등을 쓰는 법, 메타버스·NFT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먼저 오픈했습니다. 현재 30대 여성 NFT 커뮤니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큽니다. DT에선 몇몇 전문가를 제외하면 전 국민이 초등학교 1학년인 셈입니다. 막연하게 두려워만 말고 일단 공부를 시작하면 됩니다.
Q 그래도 일반 대중들은 왜 갑자기 김미경 대표가 초거대 AI를 얘기하는지 조금 생소해 할 수도 있습니다.
A 쭉 말씀드렸듯이 그동안 DT 관련 교육과 강의를 꾸준히 진행해오는데, 생성형 AI가 튀어나왔어요. 생성형 AI를 접하자마자, 우리의 소통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 분야를 가장 잘 알 것 같은 분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네트워크를 만들어왔습니다. 교육 과정을 오픈해서 저도 배우고 학생들도 배우자는 맥락에서 포럼을 구성했어요.
실제 김 대표는 ABF를 위해 발로 뛰었다. 진짜 전문가들을 찾기 위해 직접 찾아가 명함을 전달하고, 외부 강의를 할 때 가서 기다리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와 뜻이 통했다. 김 대표는 “이 교수님이 AI가 일자리를 뺏어가는 게 아니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적용하고 자기 능력을 키워나가는 걸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로 CEO부터 오피니언 리더, 일반인까지 현재 하는 일에 AI를 적용 가능한 사람들 위주로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라고 설명했다.
Q 챗GPT 등장 이후, 다른 포럼이나 교육 프로그램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MKYU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강의를 듣는 데 차별점을 두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어요. 가장 큰 특징이라면 모더레이터의 존재입니다. 저하고 이경전 교수님이 모더레이터로 직접 참여합니다.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전문 분야에서 수준이 높지만, 듣는 사람들은 천차만별이에요.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모더레이터들이 사전에 궁금한 점을 미리 질문 받고, 이에 따라 강의를 준비합니다. 간극을 메우는 셈이죠.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도 예습하고 오게 만들었습니다. 일방적인 강연이 아니라 실제로 실습 과정을 넣은 점도 특징입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실제 챗GPT를 깔고 활용해보는 과정이 들어가 있어요. 중요한 건 그냥 보고 듣는 게 아니라 해보는 겁니다. DT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활용하는 데 의미가 있죠. 예를 들어, 기업에 기획, 개발, 운영, 마케팅 각 단계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얼마만큼 효율성을 높일지 등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거죠.
김 대표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소위 AI 리터러시(Literacy) 격차다. 앞으로 AI 활용 여부에 따라 개인 간, 혹은 세대 간 간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같은 맥락에서 AI 컨설턴트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효율성 문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당장 나이가 많은 세대에선 많은 사람들이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고, 앞으로 이에 대해 사회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 나올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각 분야에서 AI 활용을 도와주는 컨설팅이 활발해져야 한다. 젊은 층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Q 주제를 좀 돌려보면, 최근에 출간한 <김미경의 마흔 수업>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지난 3년 서점가를 보면 부동산 증권 등 재테크가 인기였어요. 그래서 이 책이 팔릴까 생각도 들긴 했어요. 저는 10년을 살아보고 몇 년 후에 거기에 대해 책을 내는 일을 패턴으로 삼고 있어요. 지난해 40대 남녀가 가장 많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나만 가난한 것 같다는 거예요. 부동산만 해도 집이 있든, 없든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예요. 또 다른 하나는 시간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40대에 재테크, 커리어 등 무언가를 다 이뤄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미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요.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커질 수밖에 없죠. 솔직히 처음에는 ‘달려!’로 책 주제를 삼으려 하다, 100명이 넘는 40대를 인터뷰해보니 달려가 아니라, 용기를 주고 위로를 해야 할 시기라고 느꼈고, 책의 주제도 거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꼭 하고 싶었던 얘기는 “당신의 마흔은 매일 나아지는 중”이라는 거예요. 저는 마흔에 집도 없었고, 40대 후반에서야 인지도가 생겼어요. 40대의 단면 하루를 떼서 보면 지치고 힘들죠. 뭐 하나 된 거 없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돌아보면 모든 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습니다. 40대에 다 이루려 할 필요가 없습니다. 40대에 반만 이루고 나머지는 50대 해도 된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Q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초조해지고, 주변의 충고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A 요즘 흔히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50살이 됐을 때 인생 시계로 12시인 셈입니다. 40대는 오전이에요. 60대도 2시밖에 안 된 거죠. 우리는 흔히 남을 통해 월급을 받거나 하는 에이전트 시장에 익숙합니다. 회사원이 대표적이죠. 본인이 직접 무언가를 하는 다이렉트 시장에 뛰어드는 걸 두려워해요. 40대에는 다이렉트 시장에 노출될 때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남들이 나한데 그걸 배우러 오게 됩니다. 남이 나에게 조언을 구할 만큼 한 분야를 꾸준히 파고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앞서 DT도 마찬가지 맥락이에요. 디지털 세상에서 개인들도 자기들의 판을 까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결국 다시 공부하는 수밖에 없어요. 직장 다니면서 주말에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그걸 가지고 은퇴까지 걸어가야 하죠. 저는 40대까지를 퍼스트 라이프, 50~70대를 세컨드 라이프, 80대 이후를 노후라고 규정해요. 지금 있는 곳이 영원한 자리가 아니라면, 두 번째 명함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Q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수저론’이 유행할 만큼, 노력해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A 참 안쓰러운 게 노력해도 안 될 거라고 생각부터 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모든 제품, 발명품이 다 노력의 산물이고, 누군가가 헌신한 결과예요. 노력을 안 해보고는 ‘해도 안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꼭 하고 싶은 게 있지만 지금 할 수 없는 거라면 나중으로 미룰 수도 있고,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뭐든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오는 11월 미국에서 영어 강연을 시작한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 영문판의 출간에 맞춰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의 영어 공부는 50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이제 겨우 5년 정도다. 그가 말하는 ‘공부’는 하루 4시간 이상의 집중 투자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2년 후쯤 유학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 김 대표는 “20대 해외 유학을 꿈꾸다 여러 사정으로 포기했지만, 가까운 미래에 실현할 것”이라 다짐했다.
Q MKYU를 어떤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고 싶으신지요.
A 최근 새벽 5시 매주 월요일 미라클 모닝 프로그램을 론칭했습니다. 습관을 만들면 정체성이 되고, 이루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앞으로 습관과 트렌드를 만드는 곳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30대 이후에 학생이라는 습관을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반대가 돼야 합니다. 죽기 전까지 배워야 하고, 학생의 신분을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MKYU를 학생이라는 신분 유지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습관을 잡아주는 일에 계속 몰입해서 할 생각입니다. 세상은 개인보다 빨리 발전하고 있어요. 변화하는 세상을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먹기 좋게 제공해주는 게 제 일이라고 자부합니다.
김병수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