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환경을 고치고 살고 싶어 하는 수요도 높아졌다. 자연히 기존 아파트를 진단하고 수리하는 서비스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신규 분양이 아닌 노후 아파트는 1100만 호가 넘는다. 이 중 40%가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다.
GS건설 자회사인 ‘하임랩(HEIMLAB)’이 주목하는 곳도 바로 이 시장이다. 지난해 3월 출범한 하임랩은 건설업계 최초로 주거 데이터 기반 아파트 점검·보수 서비스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윤호 하임랩 대표(44)는 “하자 보수기간이 끝난 10~25년 이상 아파트 가운데 주거환경 관리가 필요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체계화된 점검과 유지관리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집 주소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한 번에 예상 견적 확인, 서비스 신청, 결제가 가능하며 서비스 진행 과정도 온라인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라고 강조한다.
Q 하임랩이 제공하는 노후 아파트 진단 서비스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기존 방식으로 노후 아파트를 수리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누수부터 단열시공, 각종 하자 등을 업체나 전문가별로 따로 따로 점검하고 별도로 고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불편은 물론이고 뭐가 진짜 문제인지조차 파악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합적인 하자는 도대체 어디에 의뢰해야 하는지조차 난감할 때가 있죠. 하임랩이 주목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전문장비와 직영 엔지니어가 직접 고객 집을 진단하고, 이에 따른 분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필요하다면 직계약된 업체를 통해 전문 시공 서비스도 연결합니다.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고, 꼭 필요한 기능과 부문에 대해 시공을 제안하는 말 그대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예요.
‘하임랩’은 독일어로 집을 의미하는 ‘HEIM’과 연구소를 뜻하는 ‘Lab’을 결합한 것이다. 단순히 수익을 추가하는 것보다, 집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브랜드 슬로건 역시 ‘Happy HEIM Life’, ‘건강한 우리 집’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건강을 챙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집’ 역시 똑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Q 기존에도 노후 아파트를 수리하고, 리모델링하는 서비스는 있었는데요, 어떤 차별화 요소가 있는지요.
A 단순한 하자 수리나 리모델링이 아닌, 복합적 하자 상황에 대한 원스톱 방식의 솔루션에 집중합니다. 환자에게 종합병원에서 제공해주는 ‘진단-치료’를 연상하시면 됩니다. GS건설이 50년 동안 쌓아온 아파트 기술력이 있지만, 신축 아파트와 같은 전방 시장 영역에서만 주로 제공된 측면이 있어요. 이를 기존 아파트 거주자들에게도 제공해주자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GS건설이 수십 년 쌓아온 아파트 시공기술력과 하자 및 수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IT 솔루션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 엔지니어들이 철저하게 매뉴얼에 따라 분석하고 리포트를 제공합니다. 그만큼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죠. 진단이 끝나면 필요에 따라 전문 시공 서비스도 제안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회사의 디지털 고객센터를 통해 직접 관리됩니다.
하임랩은 진단을 하는 체크 서비스, 문제를 시공 해결하는 솔루션 서비스, 인테리어까지 시행하는 리모델링 서비스 등 3가지 단계가 연계돼 있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수준까지 구매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 형식으로 제공된다. 이 대표는 “모든 과정이 원스톱이라 편의성은 높이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부분 구매할 수 있도록 모듈화돼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Q 집수리나 리모델링을 하면 불투명한 비용 산정과 AS 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중고차처럼 ‘레몬마켓’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하임랩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입니다.
A 앞서 설명드렸듯이, 하임랩의 서비스는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진단에서 출발합니다. 통합 IT 솔루션과 전문 장비, 인력 등 일반적인 수리, 리모델링과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입니다. 소비자가 집을 인테리어하고 싶다고 했을 때 집에 뭐가 문제인지 어느 부문을 어디까지 손댈 것인지, 공사 기간은 어떻게 되는지 등 불안 요소가 많습니다. 하임랩은 이 부문에서 정반대로 접근합니다. 기존 집에 대한 진단부터 시작하지요. 소비자들이 살다보면 느끼는 불편한 지점, 페인포인트(Pain Point)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에 대해 기술적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예요. 이 시장은 표준화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더욱 기술적인 접근과 매뉴얼에 따르는 품질관리가 요구됩니다. 계약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체 과정을 정해진 시스템으로 처리하고 채널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구매와 공사 과정에 대해 투명한 설명을 통해 서비스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자체 IT 시스템을 통한 과정 설계와 시공에 대해서도 인증 서비스와 함께 AS를 보장합니다.
Q 최근에 아파트 수리나 리모델링 비용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하이엔드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에 대한 대응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A 사실 동종 업계 상황을 보면, 인건비와 건설용 자재의 인상 폭이 가파릅니다. 원가 상승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서 관리비와 마진을 줄이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해요. 이런 현상은 현재 시장 상황이 뚜렷한 기술적 차별성이나 브랜드 독자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을 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거꾸로 기술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도가 남다르다면 가격만이 경쟁 요소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집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준다는 믿음을 준다면 무조건 싼 서비스만 찾지는 않을 거예요. 결국 가격에 우선하는 기술력과 브랜드, 고객 확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보장한다면 그게 곧 경쟁력이죠.
Q 노후 아파트는 전국에 걸쳐 있습니다.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지역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으로 보입니다.
A 지난해엔 강남구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고, 좋은 고객 반응을 많이 확인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를 포함한 주변 지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거점 지역 내 우수 업체를 발굴해 장기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지역 업체와 상생해야 고객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좋은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 서비스 제도 역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단 2025년까지 서울 25개 구와 수도권 1기 신도시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아파트는 1195만 호가 넘는다. 이 중 20년 이상 된 아파트는 525만 호다. 특히 강남 3구의 경우 전체 아파트 32만 호(임대 제외) 중 20년 이상 된 아파트 비중이 52%에 이른다. 전국 대비 8%포인트나 높은 수치. 하임랩에서 먼저 강남 3구에 주목한 것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이윤호 대표는 “18년 차 노후 주택 비중이 60%에 이르는 반면 3년 이내의 신규 공급 주택 비중은 4%에 불과하다. 노후 아파트 비중 증가에 따른 관리 분야 수요 증가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를 잘 관리해 사용하면 환경 부문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Q 하임랩이 출범한 지 1년여가 됐습니다. 앞으로 어떤 회사로 만들어 나가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장기적으로 이 시장이 크게 열릴 것으로 보고 있고,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합니다. 이미 나와 있는 그저 그런 서비스가 아닌 꼭 필요한 고객의 수요를 정확하게 해결해주는 솔루션 업체를 지향하고 있어요. 일종의 프롭테크(잠깐용어 참조)라고 생각해요. 고객이 가장 필요한 부분을 해결하고,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주는 회사가 목표입니다. 소비자들의 불편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데 집중하면 새로운 기회가 생겨날 거라 자신합니다.
하임랩은 GS건설 신사업부문(대표 허윤홍)의 독립 자회사로 출발했다. GS건설의 여러 신사업 중 유일하게 직접 최종 고객을 상대하는 B2C 회사다.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평소 ‘상생’을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성공의 핵심 요소는 사람, 파트너,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어야 회사도 성공할 수 있어요. 좋은 협력 관계(파트너)도 사업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전문 시공업체나 투자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중요합니다. 끝으로 소위 MZ세대에게 열정만 강요해선 곤란하다고 봐요.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게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줘야죠. 이게 저와 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병수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1호 (2023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