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왕으로 알려진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은 최근 본업보다 부업 때문에 더 바쁘다. 한반도의 해안가를 쭉 따라 두 발로 뛰어 종주를 해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달린 거리는 무려 5228㎞로 국토 종단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리다.
한국기록원에서도 그의 이번 완주를 공식 인정했다.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 국토 경계 한바퀴’다. 2021년 12월 3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과 DMZ길, 제주도, 울릉도, 교량으로 연결된 도서지역 등을 거쳐 다시 통일전망대로 돌아왔다. 총 걸린 시간은 116일, 518시간 57분 59초다.
그가 두 발로 뛴 자취를 담은 ‘대동런(RUN)’지도도 이번에 탄생했다. 장장 13개월 동안 주말을 이용해 ‘무모한 도전’을 끝낸 조 회장은 벌써부터 다음 구상을 하고 있다. 뭔가 목표가 없으면 인생의 의미가 사라지는 듯했다.
그의 다음 도전은 ‘유럽 완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을 도는 일정은 과거 ‘필’ 받으면 했던 것과는 다소 양상이 다를 전망이다. 유럽은 낯선 곳이고,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함은 당연해 보인다. 차제에 완성도 있는 영상 기록물 제작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동시에 창립 50주년을 맞아 회사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생각이다. 해외 진출을 구상하고 있는데, 목적지는 미얀마다.
“한류 열풍에 아세안에서 소주의 인기가 큽니다. 미얀마를 거점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할 생각입니다.”
우리 주류 기업이 아세안 현지 진출을 한 경우는 없다. 조 회장이 성공한다면 첫 사례다. 정정이 불안한 미얀마를 현지 거점으로 삼는 이유가 궁금했다.
“물맛이 소주를 만들기에 적합합니다.” 경영자로서의 마인드는 전혀 괴짜가 아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미얀마뿐만 아니라 태국, 라오스,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의 맥주 맛은 애호가들에 정평이 나있다. 19세기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강대국들이 동남아를 식민지화했을 때, 유럽의 맥주 제조 기술이 이곳의 물맛과 결합돼 현재의 맥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맥주’들이 탄생했다. 조 회장이 현지에서 소주를 생산해 시장을 장악한다면 유럽 이후 새로운 현지 물맛과 해외 제조 기술이 접목된 술이 탄생하는 셈이다.
“K소주는 아세안서 한류 못지않게 인기를 끌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회장의 당찬 포부다.
그의 ‘대한민국 국토 경계 한바퀴’ 도전은 현재 책으로도 준비 중이다.
Q 국토 경계 종주를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굳이 이유를 찾자면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다 차단되고 국가적으로 활력은 없어지고 사업적으로도 힘들어지는 상황을 돌파해보자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무언가를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아하는 달리기로 남들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도전에 나섰습니다.
Q 만족할 만한 결과는 얻으셨나요.
A 개인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얻었고. 그리고 희망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뛰면서 가장 많이 보여준 것이 ‘끈기’라고 생각하는데, 나이가 많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니 결국 해내지 않았습니까. 우울한 상황이지만 도전을 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와 조직에 던졌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뿌듯한 부분입니다.
실제 완주를 끝내고 젊은 직원들이 편지를 많이 보내왔습니다. ‘뭘 하더라도 금방 좌절하고 포기한 적이 많았다는 젊은 직원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다’는 것입니다. 달리기는 혼자와의 싸움이지만 자연이란 동반자가 항상 함께합니다. 그 자연을 느끼면서 달리게 되면 자연적인 내면의 치유도 됩니다. 저는 이를 ‘에코 힐링’으로 부릅니다. 이번 달리기에서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자연에서 받은 것들이 많습니다.
Q 5000㎞를 넘게 뛰는 일이 쉽지는 않은 일인데.
A 아무래도 날씨가 가장 힘든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혹한기나 혹서기는 정말 힘들었고요. 특히 진부령 고개를 넘어갈 때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나 됐습니다. 최강 한파라며 외출을 자제하라고 할 때였죠. 가족들도 빙판길에 위험하다며 만류했지만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뛰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뛰다 보니 어느 순간 극한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조 회장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본업인 소주 회사 회장직을 수행하고, 매주 금요일 새벽에 대전을 출발해 일요일까지 13개월을 뛰었다.
Q 왜 달리기에 빠지셨나요.
A 에너지를 얻기 위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늘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인데, 달리기만 한 것이 없었습니다. 달리기 전후의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사람들과 나누려 하다 보니 ‘괴짜’라는 별명이 붙은 것 같습니다.
계족산 황톳길 조성, 셰이셀 국제마라톤대회 등 그가 그동안 해온 수많은 달리기 관련 이벤트에는 딱히 이유가 없다. 그냥 해보면 “재미있겠다”가 이유였다. 물론 대외적 명분은 있지만 무모하리만치 달리기에 진심인 사람이다. ‘국토 경계 완주’의 이유가 있는 것이 특이한 경우처럼 보였다.
Q 정말 궁금한 것이 무릎 상태입니다. 괜찮으신가요.
A 아주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달리기를 할 때 제1원칙이 ‘절대 무리를 하면 안 된다’입니다. 이상 신호가 오면 무조건 멈추고 근육을 풀어줘야 합니다.
달리기 과정에서 신호가 온다는 것은 몸에 독소가 쌓여간다는 뜻입니다. 이걸 빨리 빼내야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요가도 꾸준히 합니다. 이번 달리기 완주에서도 달리기 하루 일과의 끝은 독소 빼기였습니다. 아직 무릎은 튼튼합니다.
Q 달리기를 통해 에너지를 얻으신다고 하셨는데, 사업에도 보탬이 되나요.
A 중요한 결정의 대부분이 달리기 과정에서 이뤄집니다. 당연히 사업에도 도움이 되지요. 우리 회사에 오래된 원액들이 많은데 이를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마침 올해가 창립 50주년이라 의미 있는 행보가 될 것 같습니다.
Q 겨냥하고 있는 시장이 있으신가요.
A 미얀마에 소주 공장을 설립해 아세안 시장 전체를 겨냥할 계획입니다. 아세안 한류 열풍을 K소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 현재의 구상입니다. 아세안 각국은 무관세라 미얀마에서 소주를 생산하게 되면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얀마 현지 공장 설립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국내 주류 업체 중 아세안 현지 진출을 한 곳이 없습니다. 실제 가동에 들어가면 저희가 1호가 되는 셈입니다.
Q 왜 미얀마인가요.
A 소주를 만들기에 물이 적합합니다. 직접 맛을 보니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것이 술을 만들기에 적합했습니다. 현재 지으려고 하는 부지 옆에 맥주공장이 있는데, 그 일대가 술을 만들기에 적당한 곳이란 것을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현지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인맥이 확보된 것도 한몫했습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유통시키지 못하면 현지에서 사업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지 진출은 미얀마와 합작회사 형식이 될 것입니다.
Q 미얀마에서도 달리기를 하실 건가요.
A 당연히 마케팅 측면에서라도 할 것입니다.(웃음) 그리고 미얀마에서 트레킹 가이드를 하는 꿈도 가지고 있습니다.
Q 소주 외의 사업 확장과 관련한 구상은 없으신가요.
A 본업에만 충실하려고 합니다. 테마파크였던 라뜰리에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명화 속 세상을 가상현실 기술로 현실에 구현한 것인데, 현재의 메타버스와 비슷한 콘셉트입니다. 150억원가량을 투자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사업 포기를 결정했는데, 당시 너무 성급하게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빠른 결정으로 손실이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었더라면 꽤 부담이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 3월 초에 새 소주가 나옵니다. 14.9도인데 보리 원액을 사용했습니다.
Q 달리기 예찬론자이신데 특별히 더 강조하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A 정말 달리기만큼 좋은 운동은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맨발로 걷거나 뛰면 우리 몸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맨발과 땅이 접지하면 우리 몸 안의 활성산소가 빠져 나갑니다. 계속 하다보면 노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죠. 제가 계족산에 만든 황톳길에 꼭 오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4.5㎞의 황톳길을 맨발로 걷다보면 자연과 몸이 합쳐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 회장이 2006년 만든 계족산 황톳길은 이미 전국적 명물이 됐다. 조 회장은 매년 황토를 새로 까는 데 꽤 큰 비용이 들지만 황톳길을 걸어다니는 이들을 보면 절로 행복해진다고 했다. 계족산 황톳길 맨발 걷기는 암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는 소문이 나기도 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코로나19 이전 한 해 100만 명이 넘게 찾던 관광지다.
Q 달리기의 다음 목표가 있으시다면.
A 유럽 완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실행에 옮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달리 낯선 곳이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Q 달리기는 언제까지 하실 예정이십니까.
A 90살까지 42.195㎞를 완주하는 것이 내 인생의 최고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 하루에 5분씩 운동량을 더 늘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요즘 젊은 세대의 화두는 경제적 자유입니다. 회장님의 몸에다 투자를 하라는 지론과는 다른 사회적 흐름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A 경제적 자유는 너무도 중요한 키워드임은 맞지요. 경제와 몸을 동시에 챙기면 좋겠지만 사실 힘든 것이 현실이고요. 하지만 굳이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몸을 먼저 챙기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결국 버틸 수 있는 힘은 체력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너무 일찍 달성하려 하기보다는 체력을 키우면서 나아가면 훨씬 그 길이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0호 (2023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