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함께하는 스타트업생존방정식] 비즈니스캔버스 |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문기업 표방한 국산 토종 스타트업, ‘타입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진검 승부
안재형 기자
입력 : 2022.10.28 16:21:35
수정 : 2022.10.28 16:21:48
<매경LUXMEN>이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함께 새로운 기획 시리즈 ‘스타트업생존방정식’을 시작합니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K스타트업의 성장과정과 성공비결을 소개합니다.
일단 가정해보자. 새로 맡은 프로젝트를 위해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팀원 중 한 명이 같은 주제의 자료를 찾아 분류해놨다면, 언젠가 읽어볼 심산으로 어딘가에 저장해둔 자료가 이 프로젝트와 연관된 자료라면, 문서 파일 간 호환이 안 돼 여러 뷰어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설치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을 다른 이들이 전혀 몰라 모두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면, 이 팀의 업무효율은 늘 제로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문서 협업 툴 ‘타입드(Typed)’를 모른다면 이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비즈니스캔버스가 운영 중인 타입드는 자료 수집과 관리, 문서 작성이 동시에 가능한 협업 툴(Tool)이다. 시스템과 기술을 통해 사용자에게 업무와 관련된 사내 자료를 추천한다. 2020년 7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올 5월 B2B 시장에 진출하며 현재 184개국에서 글로벌 문서 협업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일회성 설치 또는 구입이 아닌 구독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하는 방식)로 발돋움하고 있다.
김우진 비즈니스캔버스 대표는 “2020년 초 팬데믹이 본격화되면서 비대면 협업이 활성화됐다”며 “자료를 서면화하고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타입드의 업무 효율성이 주목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타입드는 비대면 업무환경에 최적화됐다. 한 페이지의 화면에서 문서 작성뿐 아니라 웹 검색과 자료 수집, PDF나 이미지 자료 저장을 할 수 있고, 기존 소프트웨어와의 호환 작업도 가능하다. 특히 작업 연관성을 분석해 필요한 자료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기술의 우수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알아봤다. 지난해 2월 비공개 베타서비스에 전 세계 5000명 이상이 신청했는가 하면, 3월엔 소프트웨어 업계의 글로벌 빌보드차트라 불리는 ‘프로덕트헌트(Product Hunt)’에서 최다 표를 획득하며 ‘오늘의 상품’에 선정됐다. 베타버전으로 글로벌 1위 소프트웨어가 된 셈이다. 오는 11월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 ‘컴업(COMEUP) 2022’에서 로켓리그에 선정된 비즈니스캔버스는 최근 시리즈A2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 선도를 위한 또 다른 발판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소프트웨어보다도 일하는 문화, 협업 방식 등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선도 기업이 되고 싶다”며 “K스타트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하루 24시간을 쪼개 쓰는 것 같습니다. 오늘 새벽에도 미국 지사와 회의하느라 잠을 설쳤어요. 좀 더 성장하면 덜 바빠지겠지 했는데,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네요.
▶2020년 7월에 설립했으니 이제 3년 차 스타트업인데.
▷정확히 2년 2개월 됐어요.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문서 협업 툴 ‘타입드(Typed)’에 대한 관심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다고 들었습니다.
▷글로벌이란 단어가 좀 추상적이어서 ‘뭔가 밖에서 잘되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최근엔 글로벌 시장에 포커스를 맞춰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찾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협업 툴은 사실 일반인들에겐 꽤 생소한 분야인데요.
▷정확히 맞는 얘기예요. 재작년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아사나(Asana)’나 ‘먼데이닷컴’ 같은 협업 툴만 해도 사실 미국의 모든 이들이 알진 못하거든요. 그럼에도 기업가치가 최대 10조원까지 올랐습니다. IT 업계에선 이 협업 툴이란 게 일반화됐기 때문에 IT가 기반인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일상화되고 있는 추세죠.
▶현재 타입드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올 5월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 사업도 시작했는데. 현재 전 세계 184개국, 3만여 명의 가입자가 타입드를 활용하고 있고, 국내 기업 중에는 스타트업을 포함해 약 300여 개의 팀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가입자가 조금씩 늘고 있어요.
▶타입드의 어떤 기능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겁니까.
▷타입드는 쉽게 말해 문서 툴이에요. 문서라는 건 결국 지식의 컨테이너잖아요. 지식을 만든다는 건 기존의 정보를 종합하는 것인데,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를 활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이미 갖고 있는 자료들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만든 게 타입드죠. 예컨대 타입드는 기업이나 팀에서 문서 작업을 할 때 주제에 따라 연관된 사내 자료를 추천해줍니다. AI 기술도 첨가했고, 처음부터 정보 간 관계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해놨어요.
문서 툴 덕후가 직접 개발한 협업 툴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이 타입드 개발의 동기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딜로이트코리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늘 문서 기반으로 일하다보니 지식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잘 돼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개선할 점이 많더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싶어서 창업에 나섰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일?
▷제가 스무 살 무렵에 스마트폰이 보급됐는데, 당시에 메모 앱인 에버노트에 푹 빠져있었어요. 거의 중독 수준이었죠. 전 세계에서 개발된 비슷한 앱을 모두 다 써보고 이러한 협업 툴을 어떻게 활용해야 효율적일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특이한 경우이긴 한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습니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유학 생활을 한 인재들이 창업 멤버로 참여했다고.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됐고, 그곳에서 교환 학생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어요. 이게 창업에 도움이 될진 몰랐었는데, 제가 유학생이다 보니 주변에 그런 분들이 많았어요. 구성원들 중에 다양한 국가에서 살다오거나 공부한 분들이 많기는 합니다. 아, 국적은 정확히 대한민국입니다.
▶함께 스타트업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요.
▷처음엔 회사에 컴퓨터 살 돈도 없었어요. 딱 한 달 정도 지금 이 사무실을 임대할 돈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이 곳이 엄밀히 말하면 살짝 반지하인데, 다음 주에 지상으로 이사 갈 예정이에요.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함께해준 인연들이 정말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럼에도 수익을 무시할 순 없는데요. 타입드를 통한 이익 창출은 어떻게 진행되는 겁니까.
▷타입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예요. 대부분의 SaaS는 구독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저희도 월간, 연간 구독 모델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기라 미미한데, B2B 분야가 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투자 유치도 곧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올 8월까지 누적 투자액이 73억원입니다. 이 외에 새로운 투자를 유치한 겁니까.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고 10월 말이면 최종 결정될 것 같네요. 시리즈A2 단계고 액수는 70억~80억원에서 조율하고 있습니다.
투자 혹한기에 시리즈A2 유치 확정
▶경기 불황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현 시점의 투자 유치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렵긴 한데 저희가 활동하고 있는 B2B SaaS 시장은 그럼에도 잠재력을 많이 인정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유니콘 중 80%가 이 분야 스타트업이거든요. 저희가 그런 면에서 수혜를 많이 입은 것 같아요. 이제 실력과 결과를 증명해야 할 단계라 부담되기도 합니다.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투자를 이끌어냈는데요. 시장 상황이 어떻게 달라진 것 같습니까.
▷정말 너무나 많이 달라졌어요.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런 거시경제 여파도 만만치 않고, 아직 스타트업 3년 차의 시각에서 보면 그동안 스타트업 시장에 전반적으로 거품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게 이제 조금씩 가라앉는 시기가 된 것이죠. 지난해와 비교하면 확실히 투자가 소극적으로 돌아섰습니다.
▶투자자들의 요구 중 달라진 게 있다면.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캐시플로(현금 흐름)가 정말 중요해졌어요. 사실 그 전에는 사용자(유저) 수나 거래량 같이 가시적인 지표가 미래 성장의 담보가 돼줬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매출 외에 수익이 얼마나 나는지 소요되는 비용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살펴야 합니다.
▶정부 정책에 바라는 점이 있을 법한데요.
▷SaaS 산업의 특징은 초기 투자, 개발 비용이 높다는 점이에요. 통상적으로 개발에만 2~3년이 소요되거든요. 타입드는 온전히 국내에서 출발해 개발부터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국내 스타트업이 SaaS 시장에 도전할 수 있게 전용 모태펀드나 선도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합니다.
▶롤 모델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굳이 말하면 애플인 것 같아요. 제품보다도 문화와 브랜드를 파는. 현재 비즈니스캔버스는 타입드에 집중하고 있고 상당 기간 그럴 테지만, 결국은 디지털 전환 선두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저희가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면 K스타트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취하고 싶습니다.
▶후배 창업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스타트업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앞으로 계속될 겁니다. 비즈니스의 본질로 돌아가 결국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더 많이 공부하는 게 지름길일 수밖에 없습니다.
He is
1989년생. 파리비즈니스스쿨과 런던정치경제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딜로이트컨설팅을 거쳐 2020년 7월 비즈니스캔버스를 창업했다. 최근 시리즈A2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