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LUXMEN×디플아트 신진작가 NFT展] (2) 임소진 팝아티스트 “토끼곰은 선택장애를 앓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
박지훈 기자
입력 : 2022.08.03 11:01:11
수정 : 2022.08.03 11:01:33
“짜장면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점심 메뉴를 정하는 사소한 문제부터 삶을 결정지을 진중한 문제까지 우리는 항상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잖아요. 여러 가지 구상을 하던 중 토끼곰이란 캐릭터가 탄생했고 이를 통해 다양한 문제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안정적인 학교 미술 선생님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전업아티스트의 길을 선택한 임소진 작가의 삶은 그가 탄생시킨 토끼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고 주변에서 부러움을 사는 직장을 창작활동을 위해 뛰쳐나온 선택을 하기까지 수많은 만류와 고민을 이겨내야 했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 될 수 있고, 그 선택의 순간을 스스로 정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잖아요? 보편적인 삶이 정답으로 규정지어지는 문화가 선택의 어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인 것 같아요. 20대에 회사에 들어가서 30대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보편적인 생활이 꼭 정답이 아닐 수 있잖아요?”
임소진 팝아티스트
토끼곰은 선택이 아닌 우연으로 탄생했다. 달에서 사는 토끼가 우주의 기운을 받아 갑자기 달이 기울어져 땅에 떨어졌는데 그 떨어진 곳에 하필 곰이 꿀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둘이 만나 탄생한 친구가 바로 토끼곰이다. 작가적 상상력에 의해 태어난 토끼곰의 양쪽 눈은 O, X라는 선택지로 가득 차 있다.
“다양한 선택을 강요받는 우리의 삶에 조그마한 위로가 되는 작품을 남기고 싶습니다. 키스 해링이라는 작가에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 작품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그가 생애에 남긴 다양한 활동에도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틀 안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통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매경럭스멘과 디플드롭스가 함께하는 신진작가 NFT展의 두 번째 주인공은 임소진 작가가 선정됐다. 임 작가의 NFT 작품은 디플아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NO ANSWER series no.1
2022 (91x117㎝)
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
▶NO ANSWER series no.1
우리가 살아가며 보편적으로 원하는 달콤한 두 가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많은 사람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는 것. 또 하나는 넉넉했으면 하는 나의 지갑. 꽉 차 있으면 하는 통장. 보통 우리는 이 두 가지만 있다면 행복하고 성공한 삶이라고 여기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정답일까? 삶이 그렇게 단순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토끼곰은 이런 자신의 욕망에 물음표를 띄운다. 이런 욕망을 하트와 달러 표시의 기호로 표현한 작품이다. 한 가지만 원해도, 두 가지 모두 원해도, 두 가지 모두 원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정답은 이미 우리 각자의 삶 속에 녹아 있다는 사실을 자유로운 붓질에 담긴 다양한 색채를 통해 표현한다.
NO ANSWER series no.2
2022 (91x117㎝)
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
▶NO ANSWER series no.2
너무나 복잡한 세상에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모두에게 해당하는 확실한 정답이 과연 있을까? 우리가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 정해진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선택하길 두려워하기 때문은 아닐지 추측해본다. 토끼곰은 우유부단한 캐릭터라 눈이 O와 X로 되어 있는데 이제는 이 2가지뿐인 선택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토끼곰으로, 한 단계 나아간 모습을 보이는 작품이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괜찮고, 모두 선택해도 괜찮고,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아도 괜찮다.
BREATHING NO.1
2021 (73x91㎝)
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
▶BREATHING NO.1
외부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야 할 때, 숨이 스스로 안 쉬어질 때 필요한 방독면. 그렇다면 마음의 숨을 쉬기 위해 우리는 어떤 방독면을 써야 할까. 가끔 답답한 나머지 숨을 쉴 수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 것처럼, 고민이 많아서 답답할 때는 자신의 마음에만 귀 기울여보자는 마음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마치 외부의 모든 요소로부터 차단이라기보다는 잠시 동떨어진 채, 자신에 집중해보려는 방독면을 쓰고 있는 토끼곰의 모습이다.
BREATHING NO.4
2022 (73x91㎝)
Silkscreen, 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
여러 고민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그렇게 쉽게 해답을 내릴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정답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하나의 방식만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련의 복제된 토끼곰들이 다양하게 변주되어 있다. 복제된 토끼곰이 계속해서 복제되면서 수많은 토끼곰 중에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헷갈리게 되었다. 모든 토끼곰이 오리지널일 수도, 모든 토끼곰이 복제물일 수도 있다.
정답이 무엇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을 깨트리고자 함을 전달하기 위한 작품이다.
TODAY NO.1 2021 (61x73㎝) Acrylic & Mixed media on Wood.
TODAY NO.2 2021 (61x73㎝) Acrylic & Mixed media on Wood.
TODAY NO.3 2021 (61x73㎝) Acrylic & Mixed media on Wood.
▶TODAY NO.1
▶TODAY NO.2
▶TODAY NO.3
TODAY 시리즈 작품은 토끼곰의 오늘의 감정에 대해 표현한 작품이다. 우리 삶의 모든 날이 즐겁기만 하면 너무 좋겠지만, 속상할 때도 화가 날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왔을 때 썩 좋지 않은 감정이 우리를 휩싸고 있을지라도 내일이 되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새로움이 우리를 설레게 할 수도 있다. 누구나 그런 날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힘든 날들을 담담하게 넘길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표현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