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ist]네트웍트 인텔리전스 시대 `협업 역량 키우는데 집중하라`…미래학자 돈 탭스콧
입력 : 2012.10.05 17:52:02
수정 : 2012.10.26 15:27:46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X세대(1965~1976년) 등 한 세대를 아우르는 명칭이 있다.
1980년대 이후 탄생한 세대는 인터넷·디지털 기술을 잘 다룬다고 해서 넷세대 혹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불린다. 넷세대, 디지털 원주민은 글로벌 베스트셀러 <위키노믹스> <패러다임 시프트>를 저술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돈 탭스콧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성인이 된 뒤 디지털을 접한 부모 세대가 디지털이라는 언어를 새롭게 배워야 하는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였다면 넷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자연스럽게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스피커(원어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탭스콧은 디지털 원주민을 역사상 가장 스마트한 세대로 꼽는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데 능숙해 요즘처럼 웹 문화가 기업 비즈니스를 쥐락펴락하는 시대에 보다 높은 생산성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탭스콧이 집중하는 화두는 네트웍트 인텔리전스(Network ed Intelligence)다.
전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은 지식정보가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같은 네트웍트 인텔리전스 시대에 글로벌 시티즌들이 집단적으로 경제·문화·사회 등 전 분야에서 생각을 공유하고 협력하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탭스콧의 생각이다. 2007년 저서 <위키노믹스>에서 제시한 비즈니스 협업(Collaboration)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협업의 외연을 더 크게 넓힌 셈이다.
웹의 진화로 집단지성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점도 글로벌 협업 기반을 한층 키우고 있다. 기업들이 협업을 통한 혁신과 집단지성을 십분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더 많은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탭스콧의 혜안이다. 디지털 시대에 기업 조직이 직면한 도전과 해결방안에 대해 디지털 전도사 탭스콧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산업화 시대가 마무리되고 웹이 진화하면서 모든 조직들이 도전을 받고 있다.
조직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불타는 플랫폼(Burning Platform)’을 이야기하고 싶다. 불타는 플랫폼은 인터넷 확산 등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기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보여준다. 플랫폼은 기존에 기업들이 해오던 사업방식과 관행이다.
그런데 바다 위에 설치된 플랫폼에 불이 붙었다면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바다로 뛰어내릴 수밖에 없다. 불에 타는 플랫폼은 인터넷이 몰고 온 개방·투명의 시대에 위기상황에 처한 기업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로 뛰어내린다는 것은 기업이 변화·혁신에 나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어떻게 보면 등을 떼미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이 무서워 억지로 뛰어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불타는 플랫폼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미리 글로벌 협업과 집단지성 활용이 경쟁력이 되는 웹 시대에 걸맞는 변화와 혁신을 시도해 보다 많은 경제적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단순히 기존 패러다임을 수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 체질을 인터넷이 요구하는 변화·혁신·개방 트렌드에 맞도록 완전히 바꿔야 한다.
기업들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웹을 활용하는 기업들의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 일반적으로 웹사이트 개발이든 신상품·서비스 출시 혹은 신고객 관리 방식이든 매번 기업들은 자신들만이 콘텐츠 창조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네트웍트 인텔리전스 시대에 성공하려면 기업들은 자신만이 콘텐츠 프로바이더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기업들이 콘텐츠 제공자(Contents Provider)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콘텐츠 큐레이터(Contents Curator)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협업을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외부와의 소통 채널과 플랫폼을 만드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만약 기업 웹사이트를 구축한다면 단순히 기업의 일방적인 콘텐츠만 올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외부인들이 각자 콘텐츠를 올리고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는 틀과 수단을 함께 제공해줘야 한다. 이처럼 더 큰 협력의 생태계를 구축하면 그 안에서 집단적인 협업을 통해 기업내부 소수의 전문가들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협업·공유 시스템은 기업이 상품·서비스를 혁신하고 창조하는 방식과 관행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인터넷 확산으로 기업들이 더 개방되고 투명해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계속해서 정부 극비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정보까지 대외에 까발릴 것이다. 인터넷의 진화로 정부·기업 등 모든 조직들이 앞으로 더욱 더 투명성을 제고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내부고발자, 언론, 구글 등 포털, 시민·지역 커뮤니티가 끊임없이 현미경으로 내려다보듯 기업을 감시할 것이다. 웹의 진화로 보다 많은 정보가 공개되고 소통 채널이 확대되면서 어차피 기업은 발가벗겨질 것이다. 발가벗겨질 거라면 기업이 몸짱이 될 필요가 있다.
시장 신뢰을 얻고 혁신을 통해 더 좋은 성과를 올리는 성공적인 기업이 되려면 수동적으로 투명성을 강요당하기 보다는 기업 스스로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만큼 투명하게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패를 막는데 햇빛이 가장 좋은 살균제가 되듯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접근성 확대·공유는 정부와 기업을 보다 투명하고 개방된 길로 인도할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충돌을 극복하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조직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방안은.
넷제너레이션의 주요 관심은 기술이 아니다. 기술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인터넷 확산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활용해 세계를 더욱 개방되고 투명한 사회로 이끄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넷제너레이션 직원들은 실용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다. 자신만만하며 낙관·개방·창조적이고 독립적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다 많은 학습의 기회, 즉각적인 피드백, 일과 가정생활 간의 균형, 보다 친밀한 직장 내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넷제너레이션의 요구를 들어주는 일이 도전적인 과제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넷제너레이션을 잘 관리하면 조직 혁신과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넷제너레이션은 단순히 명령·통제를 받는 것보다는 상호 소통과 교류에 무게 중심을 둔다. 베이비부머들은 기업 경영진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아는 것에 만족했지만 넷제너레이션은 경영진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알기 원한다. 이들이 반항적이어서가 아니다. 단지 결정을 내린 배경을 이해하면 시행과정에서 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당신은 현시대를 네트웍트 인텔리전스 시대라고 말한다.
현 사회는 정보화 시대(Information Age)가 아니다. 다양한 지식정보들이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대 즉 네트워크 인텔리전스 시대(The Age of Networked Intelligence)다. 중요한 것은 이제 단순상품(Commodity)이 돼 버린 지식정보가 아니라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생각을 공유하고 협력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협업(Collaboration)의 틀을 만드는 역량이다.
글로벌 협력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웹을 활용해 전 세계적인 협업에 나서면 조직의 신진대사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물론 사회의 번영과 진보를 가져올 수 있다.
한때 내부적으로 비밀리에 혁신을 이뤘던 폐쇄적이고 관료적인 기업들도 이제는전 세계에 산재돼 있는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픈소싱을 통해 연구를 더욱 빨리 진행시킬 수 있고 초짜든 경험이 많든 간에 많은 연구원들이 새로운 업무에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이 소셜미디어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전 세계적으로 70억명의 사람 중 60%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14억대의 휴대폰이 팔렸다. 덕분에 소셜 네트워킹은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 8년여 만에 소셜 네트워킹 이용자가 전 세계 인구의 10%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1억명의 사람들이 매일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이 같은 쌍방향 플랫폼은 아이디어 공유를 위한 블로깅 기술, 소식을 전하기 위한 마이크로 블로깅 그리고 콘텐츠 협업을 위한 위키스(Wikis)와 같은 기술의 진보를 가져왔다. 이 같은 소셜 네트워킹 기술은 정부 정책을 바꾸고 부패를 노출시키는 한편 사상 유례가 없는 정보공유라는 사회적 혁명을 이끌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기업이 혁신하고 부를 창출하고 경쟁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때문에 소셜미디어는 갈수록 강력한 비즈니스 수단이 될 것이다.
기업들이 앞으로 인터넷의 역할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까..
웹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연결성(Connectivity)과 정보공유(Information Sharing)를 근간으로 한다. 광섬유의 개발은 더 낮은 가격에 전 세계 어디에서나 웹에 접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제 웹이 인류의 기본적인 인권(Human Right)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웹은 전 세계적인 협업의 수준을 높이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돈 탭스콧
돈 탭스콧은 미래를 꿰뚫어보는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미래학자이자 세계적인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가다.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이 기업·가계·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이 시대의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며 25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위키노믹스>를 필두로 <패러다임 시프트> <디지털 네이티브> 등 14권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작가가 된 것도 그의 이 같은 재능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디지털 전략을 세울 때 자문을 받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사람 중 한 명도 바로 탭스콧이다. 워싱턴 테크놀로지 리포트는 그를 세계적인 사상가이자 미디어학자인 마샬 맥루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분야 권위자’로 평가했다. 지난해 ‘씽커스 50’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구루 중 한 명으로도 선정됐다.
싱크탱크 엔제너라 인사이트 회장으로 있는 탭스콧은 지난 2007년 저서 <위키노믹스>를 통해 똑똑한 소수가 경제를 이끌던 이코노믹스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다수의 집단지성이 경제를 주도하는 위키노믹스(Wikinomics, 위키피디아의 Wiki + 경제학의 Economics)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지난해 발간한 <매크로위키노믹스>를 통해 대규모 협업(Collaboration)과 지식공유가 경제분야 외에 사회·정치 등 삶의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봉권 매일경제 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