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nvestor] 코리아펀드 운용 헨리 세거맨 IIA 대표…성공하려면 Super Growth 기업을 사라
입력 : 2012.05.04 13:25:42
수정 : 2012.05.25 09:23:57
한국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헤지펀드 운용사인 IIA의 채권형 펀드는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운용 시작 후 연율(평균) 23%의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2008년 11월 설정된 이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97.35%이다. 한국 주식에만 투자하고 있는 이 회사의 이머징마켓펀드인 KIIF는 설정 이후 연율 9.1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누적 수익률은 439.48%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15.4%)의 3.8배나 된다.
이 같은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갓 출범한 한국 헤지펀드들은 이 회사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이고 또 일반 투자자들이 얻을 지혜는 무엇일까.
최근 한국을 방문해 일주일 동안 머물다 돌아간 헨리 세거맨 IIA 대표의 움직임을 보면 투자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발로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거맨 대표는 “휴일을 뺀 5일 동안 하루 여섯 회사 정도씩 방문했다. 이번 방문기간에 총 30사를 돌아봤다”고 밝혔다.
뉴욕에서 날아왔으니 그가 당연히 삼성전자나 현대차, POSCO 등을 방문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얘기를 들려줬다.
펀드의 50%는 스몰캡
“이번에 방문한 회사들은 대부분 스몰캡이다. 우리는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번에 본 기업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회사는 테라세미콘이었던 것 같다.”
IIA의 이머징마켓펀드인 KIIF는 한국에만 투자하고 있다.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이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을 보는데 세거맨 대표는 이 펀드의 50% 정도 스몰캡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그 덕분에 차·화·정 등 대형주가 주도할 때보다는 실적장세에서 좋은 성과를 올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출범한 한국 헤지펀드들이 한자리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훨씬 높은 수익률을 유지한다. IIA는 롱쇼트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기 때문에 한국 펀드들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것 말고도 IIA가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데는 다른 비결이 있을 것 같아서 재차 캐물었다.
그러자 세거맨 대표는 주식이 아닌 회사를 산다고 밝혔다.
“성공 비결은 주식을 좇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성공하는 기업의 스토리를 찾아서 투자한다. 좋은 가치를 갖고 있는 회사를 찾는다. 지속 가능한 성장 잠재력을 찾는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아주 길게 투자한다. 초고성장(Super Growth)을 할 기업을 찾아서 초창기에 투자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여기에 곁들여 기술적으로 고평가된 종목을 찾아 쇼트를 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거맨 대표를 수행한 제이슨 리 이사는 종목 발굴 비결에 대해 “PEG(주가성장성비율)를 기반으로 해서 성장주를 발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들보다 더욱 강한 기업 방문을 통해 경영진과 직접 면담하면서 회사의 스토리를 듣고 산업의 성장성과 같은 흐름을 타는 기업들을 찾아 투자하는 게 고수익의 비결이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제이슨 이사는 먼저 글로벌 시각에서 매크로 테마가 될 만한 산업의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관련주를 찾아 그 가운데서도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며 평균 투자기간은 1년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유망하다고 보는 섹터는 스마트폰 부품주와 아몰레드 장비 관련주, 바이오, 전기차용 2차전지 관련주 등이라고 밝혔다.
대형주 몰빵 우스꽝스러운 짓
세거맨 대표에게 소위 차·화·정 등 특정 종목에 집중하는 최근 국내 펀드매니저들의 움직임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한국 펀드매니저들이 대형주를 추구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펀드 규모가 크다 보니 유동성을 추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 랩어카운트의 약점이기도 하다. 모든 매니저들이 매우 제한된 유니버스(투자할 수 있는 종목군)의 종목만을 찾아 집중 투자함으로써 주가가 과도하게 평가(over value)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30명의 펀드매니저가 2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꼴이다. 한마디로 우스꽝스러운(ridiculous) 짓이다.”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그렇다면 운용사들이 펀드를 쪼개야 한다는 얘기인가. 세거맨 대표는 이에 대한 직답은 회피했다.
“대형 펀드를 운용하려면 포트폴리오 조정 상 유동성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좀 심했다. 물론 펀드가 크다 보니 이해는 한다. 펀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는 어느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거래량이나 매니저의 운용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다만 중형주(Mid-cap) 중에도 유동성이 높은 종목이 있다는 것은 밝혀두고 싶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세거맨 대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UBS가 지수 2400을 타깃으로 예상했는데 제대로 본 것 같다. 나 역시 현장세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지난 18개월 동안 이머징마켓에 전반에 비해 언더퍼폼(저조한 성과) 했는데 이제 아웃퍼폼이 시작된 것 같다.”
“한국에선 주택 부문의 버블이 있었지만 지금 그것을 지우고 있는 중”이라는 그는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인 글로벌 시장 전망과 관련해서 그는 “서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좋지 않다고 본다. 유럽의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데 이쪽에 투자를 배분하는 것은 현명한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가 꼽은 리스크 요인도 역시 서유럽이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의 디폴트 가능성을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는데 실제로 (부도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뱅킹섹터(금융부문)가 다시 위험에 빠질 것이다.”
일본에 대해서 그는 기존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년 동안 지지부진하게 이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더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당장 악화될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모두가 고생했지만 일본은 그래도 선방했다.”
IIA와 세거맨 대표는
IIA는 1992년 헨리 세거맨 대표의 부친인 해리 세거맨이 뉴욕에 세운 헤지펀드 회사다. 현재 3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머징마켓펀드인 KIIF(Korea International Investment Fund)는 한국시장에만 투자하는 헤지펀드로 롱쇼트 전략을 함께 구사한다. 대안펀드는 펀드오브펀드와 레버리즈드 인컴펀드 두 가지가 있다. 채권형인 레버리즈드 인컴펀드는 골드만삭스가 프라이머리 브로커리지를 맡고 있으며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
펀드오브펀드는 40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인덱스 펀드로 매수 후 보유(long only)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996년 회사에 합류한 헨리 세거맨 대표는 뉴욕대 석사 출신으로 미 외교협회 멤버이며 월스트리트저널 등 여러 언론에 한국 경제와 정치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한국, 북한과의 교류 끈 놓지 말아야
부친의 뒤를 이어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세거맨 대표는 김치는 물론이고 시원한 무국까지 즐길 만큼 한국을 너무나도 잘 아는 지한파다. 그러기에 한국 정세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총선 전 과거 문제가 불거진 것과 관련해서 그는 미국의 사례부터 설명했다.
“미국에선 (교사들이) 베트남전에 대해 가르치지 않고 있다. 아이들에게 베트남전을 아느냐고 물으면 25명 가운데 3~4명이 손을 들 정도다. 아픈 부분이니 꺼내려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서 어느 나라 역사에서든 점령군에 협력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말로 과거사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비시 프랑스(Vichy France) 시절 프랑스 여인들이 아침에 (함께 자고) 일어나 독일군의 면도를 해줬다. 나라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정권이 넘어갔을 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집권세력)에게 협조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선 아직도 일제에 협력한 기업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한국 기업인들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협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북한에 대해 그는 한국이 넓은 마음에서 베풀고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일을 위해 김정은에게 다른 나라에서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재스민 혁명으로 축출된 튀니지의 벤 알리 전 대통령은 사우디로 망명해 잘 살고 있다. 우간다의 이디 아민은 식인을 했다는 소문까지 날 정도로 악행을 일삼았지만 리비아를 거쳐 사우디로 망명해 잘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북한에도 그런 제안을 해보면 어떨까. 김정은과 김경희, 장성택, 리영호 등 4인방과 수십여 명의 장군들 때문에 통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통일이 된다면 김정은은 나이가 어리니 죄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장성택이나 리영호 등은 유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미국이 싫어하는 베네수엘라로 망명을 허용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서 북한과 교류의 끈을 놓지 말라고 했다.
“혁명에 의한 전복은 어려울 것이고, 고르바초프가 동독의 변화를 유도했듯이 그런 시도가 필요할 것 같다. 개성은 그런 면에서 미래의 지향점이 될 수 있다. 점진적 변화가 필요하다. 동독과 서독은 극한 상황에서도 교류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국이 극한대립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 같다. 25~30년 후면 북한에도 휴대폰이나 인터넷이 보편화될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실질 세계의 창이 될 것이다.”
“북한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게임을 잘한다. 긴장이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그들은 더 행복해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들을 자극하는 군사훈련보다 그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