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 인도네시아 머라피 화산 폭발과 올해 초 일본의 신모에다케 화산 활동에서 보듯이 화산 폭발은 인류에게 막대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큰 폭발 전력을 가진 백두산의 화산 활동 가능성을 지시하는 여러 과학적 관측 결과들이 제시되면서 백두산 화산 분출에 대한 우려가 최근 날로 커져 가고 있다. 이에 더해 각종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과 결합되면서 백두산 화산폭발에 대한 공포감은 더해가고 있다.
1702년 대폭발 징후
백두산은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에 위치해 있으며 기원전 1120년, 기원후 1050년, 1215년, 1413년, 1597년, 1668년, 1702년 등 수차례 폭발한 기록을 갖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1903년 분출한 바 있다. 특히 1000년 전의 폭발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화산 폭발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당시 분출된 화산재는 1200km 떨어진 일본열도에 두께 5cm의 퇴적층을 만들기도 했다. 이때 분출된 화산쇄설물양은 96~120㎦에 달한다. 지난 5000년간 여러 차례의 폭발로 백두산 정상부에는 지름 5km의 분화구가 형성됐고 분화구 내에는 최대 수심 370m, 가로 4.4km, 세로 3.3km의 크기의 천지가 생성됐다. 이 천지의 담수량은 약 20억 톤에 이른다.
백두산 화산 성인은 크게 두 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유라시아판과 인도판의 충돌로 인한 동북아 지역에 작용하는 회전력 효과가 그 하나다. 이 설명은 동북아 지역에 작용하는 회전력에 의해 중국 북부와 백두산 지역 하부 지각내의 압력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지각 내 암석의 녹는점이 낮아져 마그마가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다른 하나는 동해가 열리기 전 백두산은 판의 충돌대에 위치해 있었으며 이때 백두산 하부에 형성되었던 마그마가 지속적 상승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태평양판은 일본열도 동쪽에서 매년 7~10cm의 빠른 속도로 침강하고 있다. 이 태평양판은 일본열도 하부와 동해하부를 지나 한반도 북부 지역 하부까지 다다른다. 태평양판은 한반도 북부지역 지하 660km 깊이에서 수평으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태평양판의 빠른 이동으로 인해 북한, 러시아, 중국 접경지역 지하 500~600km 깊이에서 꾸준히 규모 6이상의 심발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심발지진이 7회 발생한 바 있다. 이렇게 빠르게 이동하는 태평양판은 심발지진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백두산 하부로 강한 상승류가 만들어 내고 마그마 생성을 가속화 시킨다. 백두산 화산 폭발 징후로 다양한 과학적 관측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먼저 2002년 6월 이후 급격한 지진발생수 증가가 꼽힌다. 2002년 여름엔 하루에만 30회 이상의 지진이 관측되기도 했다. 두 번째로 백두산 지각과 상부 맨틀에서 지진파 저속도층이 관측되는 점이다. 이 저속도층은 천지를 중심으로 횡적으로 광범위한 범위에서 퍼져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관측 결과는 지전류 탐사를 통해 밝혀진 저비저항층 관측결과와 일치한다. 이뿐 아니라 원거리 지진파 분석을 통해 저속도층이 지각하부와 상부 맨틀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측되었다. 세 번째로 1990년대 백두산 지역을 촬영한 인공위성 자료를 활용한 간섭영상(DInSAR) 분석을 통해 백두산 정상부가 매년 평균 3mm씩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관측됐다. 네 번째로 80°C에 이르는 뜨거운 온천수도 백두산 주위와 정상부 등지에서 관측이 되고, 이 온천수에는 맨틀 기원 가스의 성분 농도가 높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여러 관측결과들이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지시하는 대표적 징후들로 제시되고 있다.
핵실험과 백두산의 은밀한 접점
그럼 백두산 화산분출은 얼마나 임박했을까? 먼저 전 세계 다른 활화산 지역의 지진 발생 빈도와 비교해 볼 때 앞서 살펴본 백두산지역 지진발생빈도는 낮은 편이다. 또한 2002년부터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고된 지진발생빈도에 대해서도 신중한 해석이 요구된다. 일부에서는 2002년 6월 이후의 지진발생 빈도 증가 원인으로 2002년 6월28일 북한, 중국, 러시아 국경지역 지하 580km에서 발생한 규모 7.3 지진을 지목한다. 하지만 이는 두 개의 별개의 현상을 인과관계로 설명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화산활동이나 떨어진 지역의 지진활동이 가속화되기 위해서는 큰 규모의 지진이 얕은 깊이에서 발생해야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004년 12월26일 인도양 수마트라 섬 인근 지하 30km에서 발생한 규모 9.1지진에 의해 멀리 알래스카 지역의 지진대의 지진발생빈도가 증가했으며 진앙 인근 지역인 인도네시아 연안 화산지대의 화산활동이 증가한 보고가 있다. 이 예에서 보듯이 얕은 깊이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에 의해 화산활동이 촉발되거나 다른 지역 지진활동이 가속화된다. 얕은 지진에서는 지진파 에너지 가운데 가장 큰 에너지를 갖는 표면파가 강하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화산 활동이 촉발되기 위해서는 근거리에서의 에너지 적용이 필요하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에너지는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2002년 지진의 영향이 의심되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이전에 발생한 지진의 효과 때문이다. 2002년의 규모 7.3 지진에 앞서 지난 1999년 4월8일 규모 7.1 지진이 같은 위치에서 발생한 바 있다. 발생 깊이는 565km로 앞선 2002년 지진의 발생 깊이와 매우 유사했다. 하지만 1999년 지진에 의해서는 백두산 지역에 특별한 지진발생빈도 변화가 관측되지 않았다.
그럼 2002년 이후의 지진발생증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백두산 지역에 대한 중국의 지진관측은 1985년부터 시작됐다. 이마저도 1대의 이동식 지진관측기가 천지 북쪽 3km 지역에 여름마다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방식이었다. 1999년에 이르러 비로소 백두산 지역에 대한 365일 상시 지진관측이 가능해졌다. 이때도 단 1대의 지진계만이 운용됐다. 이로 인해 지진발생 자체는 감지할 수 있었지만 정확한 지진 발생시각이나 위치 추정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2002년 여름에 이르러 15대의 이동식 지진계가 새롭게 추가되며 비로소 백두산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정확한 위치 추정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백두산 지진활동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고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일반적으로 지진계 설치대수가 증가할수록 감지되는 지진의 수도 함께 증가한다. 이는 그간 거리가 멀어 감지가 되지 않았던 작은 지진들이 인근에 관측소가 설치됨에 따라 감지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지진계가 꾸준히 설치되고 있고, 이와 함께 규모 2.0 내외의 소규모 지진들의 감지횟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규모 3.0 이상의 유감지진의 발생빈도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우 한반도의 지진발생빈도가 증가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지진학적으로 특정지역에 지진발생빈도가 증가하게 되는 경우 작은 지진과 함께 중규모 이상의 지진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지진발생 특성을 고려해 백두산지역의 지진발생 증가에 대한 평가는 신중하게 재점검될 필요가 있다.
지진파 저속도층 해석에 있어서도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에서는 백두산 하부에 나타난 저속도층을 마그마방으로 해석하며 백두산 화산 폭발 임박의 증거로 제시한다. 마그마방이 지진파 저속도층으로 표현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속도층이 모두 마그마방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진파의 속도는 매질의 구성성분과 온도, 압력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관측된 지진파 속도 분포로 마그마 방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백두산 하부 지각의 구성성분, 온도, 압력 조건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백두산 정상부의 부품 현상에 대해서도 엇갈린 관측 결과가 존재한다. 1990년대 백두산 정상부 인공위성 관측 영상을 활용한 간섭영상 분석은 백두산 정상부에 솟아오름 현상이 관측됐다. 하지만 2000년대 백두산 정상부 영상을 바탕으로 한 간섭영상 분석에는 특별한 솟아오름 현상이 관측되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백두산 지역 지진발생빈도 역시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럼 백두산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백두산 정상부의 솟아오름과 지진활동도가 최근 들어 다소 감소되었다고 하지만 백두산의 화산 분출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는 화산활동이 마그마와 기포의 활동도가 소강과 긴장상태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앞서 제시된 여러 과학적 관측결과들은 백두산이 활화산이며 미래에 분출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런 측면에서 백두산과 고작 110km 정도 떨어진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수행되는 북한의 핵실험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의 핵실험은 규모가 4.2, 4.7 정도로 비교적 작은 편이었다. 핵실험 규모와 거리를 고래해 봤을 때 이 두 차례의 핵실험의 백두산에 대한 영향은 미미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과거 구소련과 미국 등지에서 수행된 것처럼 규모 6.0 이상의 대형 핵실험을 수행한다면 백두산 화산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점도 높은 마그마가 폭발 피해 관건
백두산의 화산 폭발 형태를 고려해 볼 때 많은 우려감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화산의 폭발력은 마그마 성분과 수분 함량에 따라 달라진다. 백두산과 같이 대륙지각위에 발달한 화산에서 생성되는 마그마는 규산염 함량이 높은 유문암질 마그마다. 이 마그마는 수분함량도 매우 높다. 마그마가 형성되는 고온의 환경에서 이 수분은 기포로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규산염 성분이 많은 마그마는 점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 마그마 내에 생성된 다량의 기포는 점도가 높은 마그마 내에 갇히게 된다. 이렇게 많은 기포를 품고 있는 점도 높은 마그마가 분출되면 폭발력은 매우 강력해진다.
백두산 화산 분출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마그마 내에 갇혔던 기포들이 일시에 배출되면서 강력한 폭발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화도를 따라 상승하는 점도 높은 마그마에 포획된 암석들과 화산 쇄설물들이 폭발과 함께 공기 중으로 일시에 분출된다. 이러한 강력한 폭발은 대기 중으로 수십 킬로미터까지 상승하기도 하며 분출된 화산쇄설물은 상층 대기를 타고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까지 이동하게 된다. 1000년 전 백두산 화산폭발에 의해 생성된 화산쇄설물이 멀리 일본열도에서도 발견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에 반해 하와이의 화산들과 같이 해양지각 위에 생성되는 화산의 경우, 현무암질 마그마가 주를 이룬다. 이 마그마는 점도와 수분함량이 낮다. 이런 마그마들은 분출시 격렬한 폭발은 거의 동반하지 않으며 화산 분출과 함께 용암이 산사면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리는 모양을 띠게 된다.
백두산 화산 폭발로 인한 피해 정도는 화산 분출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규모의 분출일 경우 피해는 국지적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분출규모가 크게 되면 피해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일본을 포함하는 동북아 지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백두산 화산 분출이 폭발력을 동반한 화산쇄설물 분출이 예상되므로 항공기 운항 및 물류 대란, 호흡기 질환, 농작물 냉해, 정밀기기 산업 피해 등 인명피해와 함께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동북아 지역이 세계 경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보면 백두산 화산 분출이 전 세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특별히 백두산 분화구 내 천지의 20억 톤의 물은 화산 폭발 규모에 따라 다양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백두산은 반만년 우리 민족의 얼이 깃든 곳이다. 앞으로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땅이기도 하다. 하지만 백두산의 지정학적 위치와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물려 백두산 화산에 대한 한국 과학자들의 연구에 많은 제약이 있다.
현재 백두산에 관한 과학적 관측결과들을 중국이나 외국으로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백두산 화산에 대한 우리의 과학적 이해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백두산은 가까이는 100년 전에 분출한 전력이 있는 활화산이며 미래에 분출이 예상되는 화산이다. 화산 분출 가능성과 분출 시기의 예측은 우리 민족뿐 아니라 인류 번영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백두산의 화산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할 뿐 아니라 분출 가능성에 대한 신속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구과학 여러 분야 연구자들의 긴밀한 유기적 협력과 연구가 필요하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의 백두산 화산관련 연구 지원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백두산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가능하도록 정부의 외교적 역량 발휘가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와 학계가 협력해 백두산 화산 분출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후손들에게 대대로 물려줄 우리 민족의 산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요즘이다.
■ 北, 백두산 화산폭발 공동연구 제안
지난 3월17일, 북한이 백두산 화산 폭발 문제를 협의하자고 우리 측에 제안했다. 북측은 이날 오후 지진국장 명의로 백두산 화산 공동 연구,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 사업 추진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자고 우리 측 기상청장에게 전통문을 보냈다.
북측 제안에 대해 정부는 “(백두산 화산 폭발 문제에 대한) 남북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긍정적인 검토를 시사했다.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사실에 양측이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기상청은 이달 초 백두산 화산활동과 관련해 만일의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화산 대응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백두산 화산 폭발 문제를 북측과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백두산 화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조만간 개최될 가능성이 커졌다.
[홍태경 /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tkhong@yonsei.ac.kr, 사진 = 매경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