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출시된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Speed Ultra 7·중국명 수치)’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했다. 출시 첫날에만 9만 대 가까운 주문이 접수됐고 주요 매장에는 시승을 원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SU7에 대한 긍정적인 후기와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SU7은 3월 28일 오후 10시(현지시간)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주문량은 판매 시작 4분 만에 1만 대, 27분 만에 5만 대를 돌파했다. 24시간 동안 접수된 총 주문량은 8만 8898대에 달했다. 주문이 몰리면서 일부 모델은 출고까지 8개월가량이 걸릴 정도다. SU7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르면서 샤오미의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2026년 샤오미 매출을 6% 상향했다.
SU7의 최대 흥행 요인으로는 가격이 꼽힌다. SU7의 표준 모델은 21만5900위안(약 4000만원), 중간 모델인 ‘프로’는 24만5900위안(약 4500만원), 고급 모델인 ‘맥스’는 29만9900위안(약 5500만원)으로 책정됐다. 표준 모델 가격은 경쟁사인 테슬라의 ‘모델3’보다 550만원 정도 저렴하다. 앞서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SU7을 저가로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고 시장에서는 SU7의 가격이 높게 책정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그러나 출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소비자 반응을 감안하면 SU7의 가격이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SU7 출시와 함께 ‘미펀(米粉·샤오미 팬을 지칭하는 용어)’으로 불리는 샤오미 팬덤도 한층 공고해지고 있다. SNS에 SU7을 찬양하는 영상과 게시글이 넘쳐나는 것은 물론이고 경쟁사 전기차 라이브 방송에 SU7에 관한 문의 댓글이 폭주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지난 4월 1일 중국의 가오허(高合)자동차를 판매하던 한 라이브 방송은 계속된 SU7관련 질문에 ‘샤오미 얘기하지 마세요. 계속하면 방송을 종료합니다’라고 적은 A4 용지를 차량에 붙여놓고 방송을 진행했다. 지리자동차 등 다른 자동차 브랜드의 라이브 방송에서도 진행자가 ‘SU7은 판매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방송하는가 하면, BYD 전기차를 판매하는 라이브 방송에서는 진행자가 방송 도중 “여기는 BYD 방송인데, 왜 여기서 자꾸 ‘샤오미 대박’을 외치고 있느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말 SU7를 처음 공개하면서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사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당시 레이 CEO는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앞으로 15~20년간 꾸준히 투자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핵심 기술 측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달성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전기차 사업에 10배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를 설명하면서 “보기에 좋고 운전하기 쉬우며 편안하고 안전한 스마트 공간을 만들 것”이라며 “샤오미 모터는 2만7200rpm으로 포르쉐와 테슬라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샤오미에 따르면 SU7의 최고 속도는 시속 265㎞이고, 정지 상태에서 100㎞ 도달 시간은 2.78초다.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는 800㎞로 알려져 있다.
샤오미 SU7의 성공적인 데뷔에도 일각에서는 ‘짝퉁 포르쉐’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 주요 매체 제일재경은 지난 4월 3일 ‘중국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산자이(山寨·짝퉁) 차가 한 대 더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SU7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차량 외관이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을 빼닮은 점을 지적했다. 제일재경은 “SU7을 처음 보면 타이칸을 떠올릴 정도로 비슷하다”며 “온라인에는 ‘바오시미(포르쉐와 샤오미의 합성어)’라는 말까지 떠돈다”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는 상황에서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리드할 최고의 기대주를 향해 중국 언론이 ‘셀프 비판’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온란인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SU7의 안전성 논란도 이러한 비판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3월 말 중국 우한시에서 촬영된 한 영상에는 우회전하던 SU7이 갑자기 균형을 잃고 그대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사고 영상에서는 도로 연석을 밟은 SU7의 타이어가 터지기도 했다. 샤오미 측은 시승 고객의 운전 미숙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 후발주자인 샤오미가 의미 있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샤오미가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 브랜드보다 자금력이 풍부한 데다, 전기차가 갈수록 전자제품화되고 있어 스마트폰 등 다른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샤오미가 다른 전기차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SU7의 판매 호조로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한 단계 도약할지도 관심이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103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다만,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는 지난 3월에만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6% 증가한 약 30만 2500대의 신차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승용차 수출 규모는 188% 증가한 3만 8434대를 기록했다. 사실상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셈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가격 인하’ 경쟁 또한 거세지는 분위기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샤오펑과 니오는 샤오미의 SU7 출시에 맞춰 각각 2만위안(약 360만원)과 1만위안(약 180만원)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계획을 내놨다. 니오는 소비를 촉진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따른 프로모션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아이토의 M7을 최대 2만위안 할인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전기차 굴기’를 잇따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하며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율 10%를 큰 폭으로 올릴 방침을 시사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12월부터 개편·시행 중인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중국산을 제외하기도 했다. 미국은 일찌감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했다.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중국 자본 지분율이 25%가 넘는 합작사는 해외우려기관(FEOC)으로 지정해 FEOC가 제조·조립한 부품을 탑재한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2025년에는 배터리 핵심광물도 FEOC에서 조달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중국은 즉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에는 EU가 원산지인 수입 브랜디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EU산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중국이 수입하는 브랜디 중 프랑스산이 99%여서 중국산 EV를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한 프랑스를 사실상 본보기로 삼은 셈이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