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선은 문화전쟁이다. 트럼프가 선거를 주도할 것이다.”
지난 30년간 미국 한인유권자들의 풀뿌리 정치참여운동을 이끌고 있는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가 럭스멘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주 한인 중 미국 워싱턴 D.C. 정계 소식에 밝으며 특히 과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앞서 예측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문화전쟁이란 서로 다른 문화, 신념, 철학을 가진 집단 사이의 충돌을 뜻하는데 미 대선의 경우 백인 보수주의와 다양성 가치 간 충돌로 보았다. 이 때문에 총기규제, 낙태, LGBT(성적소수자), 환경 등이 대선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이어 “대개 선거에서는 인지도와 주목도가 중요하고 거기에 맞춰서 미디어도 따라가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을 주도하고 있다”며 “현직인 바이든 대통령에게 현재로서는 플러스될 만한 요소가 안 보이고, 그의 마이너스 요소는 공화당의 공격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이하 일문일답.
Q. 내년 11월 미국 대선 특징은?
내년 미 대선은 한마디로 문화전쟁이 될 것이다. 총기규제, 낙태, LGBT, 환경 등이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과거 대선 때마다 등장했던 경제, 안보, 워싱턴 중심의 리더십 등의 이슈보다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치 논쟁과 이념 논쟁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은 팬데믹 때 치러졌기 때문에 이젠 팬데믹이 끝나고 새로운 시대로 전환된 뒤 미국 시민들의 선택이므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Q.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고 있다. 승리할 것으로 보나?
현재 미 대선은 트럼프가 나와야 관심을 끈다. 모든 미디어도 트럼프를 중심으로 뉴스를 보도한다. 그래서 내년 선거는 현직인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11월 초 뉴욕타임스 경합주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가 5개 주에서 모두 우세한 것으로 나오면서 판세가 더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 미국 대선은 이 경합주에서 결판이 나기 때문이다. 바이든 캠프 쪽에서는 난리가 났고,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정치 컨설턴트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바이든을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교체하라고까지 주장한 상황이다.
Q. 트럼프가 이해할 수 없는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은 이유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표심은 기독교인들이다. 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등 남부지역의 복음주의자들이다. 이들은 “하나님은 악인의 손을 빌려서 우리를 지켜주신다”는 성경의 말씀을 인용해 트럼프를 지지한다. 이 보수 기독교인들이 이민자에 반대하고 백인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차원에서 트럼프를 선택한 것이다. 미국 근현대 역사 속에서 이 백인 인종주의자가 사라지지 않고 미국 사회에 우파 세력을 만들어왔다.
Q.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무엇인가? 바이든은 정말로 교체되나?
현직이 한다 그러면 말릴 사람이 없다. 다만 부통령 얘기는 많이 나온다. 과거 고령인 루스벨트 대통령이 네 번째 선거에 나올 때 민주당 지도부가 모여서 부통령을 해리트루먼으로 바꿔서 결국 트루먼이 대통령을 승계했다. 여론은 아직 모른다. 바이든은 후보로서의 리스크가 있고 트럼프의 경우 사법 리스크가 꽤 크다. 트럼프와 맞붙었을 때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만큼 지지율을 낼 만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민주당에서도 바이든과 가야 되지 않느냐며 고민 중이다.
Q. 내년 바이든과 트럼프가 다시 맞붙는다면 2020년 1차전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선거 운영상 보자면 단연 ‘우편 투표’다.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역대 패배자 중에서 가장 많은 7420만표(46.9%)를 얻고도 바이든(8120만표, 51.3%)에게 700만표 차이로 졌다. 트럼프는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우편 투표가 없었다면 이겼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선거운영제도는 생각보다 허술해서 우편으로 투표한 사람이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를 하더라도 이를 100%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공화당 측에서 중요한 경합주 투표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Q.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더 유리한가?
한미 관계나 한국의 분단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바이든이 유리하다. 트럼프에게 동맹은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동맹을 바탕으로 한 관여 정책(engagement)이 아닌 고립주의(isolationism)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외교관계를 설정한다. 이는 북한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적용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이 같은 정책이 미국 시민 절반에게 먹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에는 너무나 큰 리스크다. 반면 바이든은 미국이 세계 지배 국가로서 세계 질서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책을 취하고 있다.
Q. 두 후보의 경제 통상 정책을 비교하자면?
통상 문제는 정치나 안보보다 훨씬 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같은 생각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9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무력화시키는 수정 법안에 대해 당시 민주당이 다수당이던 미 하원에서 93%가 동의한 바 있다. 미국은 팬데믹을 겪고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더 강해졌다. 팬데믹 당시 마스크 같은 필수품이 중국에서 생산되면서 공급 부족 문제가 불거진게 결정적이었다. 특히 재래식 교역이 아닌 테크 부문에서 더 타이트하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와서 해외 빅테크 규제를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하며 자국 빅테크를 보호하고 있다.
Q. 북한 관련한 두 후보의 입장은?
남북 문제에서 주의해야 될 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북한은 러시아나 중국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목표다. 북한은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과 채널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모든 국가 관계를 1 대 1로 본다. 미국에 이익이 있으면 개입을 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다. 예컨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푸틴 편을 들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할 수 있다. 전쟁 종식이 미국의 이익이라면 말이다. 한국은 2차 대전 후 미국의 힘에 의존해 정치와 경제가 발전해왔다. 이에 점진적인 안정성이 북한 문제에서도 중요할 것으로 본다.
윤원섭 매일경제신문 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