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적인 방위비 지출 증액과 새 국가 안보 전략을 기반으로 우리는 군사 동맹을 현대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월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말한 내용이다. 작년 연말 일본이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에 나선 것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정상회담 후의 공동성명에는 ‘미국은 일본의 새로운 국가안보정책에 대해 동맹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진전으로써,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명시했다. 중국의 팽창주의와 북한 등을 견제하기 위한 미일의 안보 협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미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방위력 강화와 군사대국으로 가는 길로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적의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적 기지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유지되던 방위비를 2027년도 2%까지 높이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안보 전략과 방위력 등에 대한 방침 등을 담은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작년 말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의했다. 3대 안보 문서 중 자위대 역할과 방위력의 편성 방향 등을 담는 ‘방위계획의 대강’은 ‘국가방위전략’으로 이름을 바꾸고 방위 장비의 조달 계획 등이 담긴 ‘중기방위력정비계획’도 ‘방위력정비계획’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에서 적 기지 반격 능력과 관련해 ‘필요로 할 때 최소한의 자위 조처로서 상대 영역에 반격하는 능력을 보유한다. 능력 행사는 미국과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적 기지 반격 능력의 확보를 위해 금년부터 5년간 5조엔가량을 투입해 장사정 미사일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27년까지 미국의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최대 500발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자국산 미사일 ‘12식 지대함 유도탄’의 사정거리를 늘려 배치할 것으로 보이는데 개량작업 등에 시간이 소요돼 실제 배치는 2026년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 전에는 토마호크를 구입해 공백을 메우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은 지상뿐 아니라 함정과 항공기, 잠수함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본은 중국과 북한이 개발하는 극초음속·변칙궤도 미사일 등이 요격이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적 기지 반격 능력 보유를 추진해왔지만 이에 대해 태평양 전쟁 패전 후 유지해온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전수방위는 상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하고 그 내용도 자위를 위한 최소한에 그친다는 내용으로 헌법 정신에 따라 유지돼 왔다.
일본 정부는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2023년부터 5년간 약 43조엔의 방위비를 확보하기로 했다. 2022년 일본의 방위비는 GDP의 0.97%인 5조3687억엔 수준인데, 이를 2%까지 늘리면 11조엔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1조엔 수준의 방위비가 달성되면 현재 세계 8위 수준인 일본의 방위비 규모가 미국·중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로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안보 3문서 개정에서는 중국에 대해 북한·러시아보다 먼저 다루고 기존에 ‘국제사회의 우려’라고 표현했던 것을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바꿨다.
또 북한에 대해서는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으로 현행 표현을 유지한다. 이와 함께 사이버 공격을 사전에 막는 ‘능동적 사이버 방어’ 도입을 위해 법률을 정비하고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를 외국에 판매·양도하는 것을 금지한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 지침도 재검토한다. 요미우리신문과 갤럽이 작년 1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대해 일본과 미국의 찬성 비율은 각각 68%, 65%였다. 반대는 일본과 미국 모두 27%였다.
1월 13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은 양국의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대해 미국이 지지를 표명하는 자리였다. 특히 안보 위기를 언급하며 미일 동맹을 아시아 안보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도록 강화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 억지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곳으로 거론한 곳은 중국과 북한이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리의 오늘날 협력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와 불일치하는 중국의 행동과 북한의 도발로 인도태평양은 증가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는 “우리의 안보 동맹은 이보다 더 강력한 적이 없다”면서 “핵을 포함한 모든 자산을 이용해 일본을 방어하겠다는 미일상호안보조약 5조(집단방위)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지상 방위를 넘어서 사이버·우주 분야 안보 협력도 포함됐다. 공동성명에는 “우리는 사이버 및 우주 영역 등 새롭게 등장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집단적 전력 태세와 억지 역량을 일치시키고 있다”고 명시했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 문제와 관련한 공조 논의도 있었다.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재강조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일 정상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의 보호와 경제, 에너지 등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양국 정상은 중국이 미래 전략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우주산업에서도 힘을 합칠 것을 예고했다.
[김규식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9호 (2023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