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다 공항 내의 관광안내센터 직원인 A씨는 최근 외국인 입국 증가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는 “2022년 9월에 하루 평균 외국인 200~300명 정도 안내를 했다면 10월에는 500~600명, 11월에는 1000여 명으로 늘었다”며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최근 도쿄의 인기 관광지인 아사쿠사 센소지의 상점가는 일본인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쇼핑의 중심지인 긴자의 한 가방·의류 매장 점원 B씨는 “우리 브랜드는 외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인데도 최근 외국인 손님이 늘어 내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이 50 대 50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입국 규제가 완화되고 엔저가 더해지면서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고, 특히 한국인의 입국 증가세가 눈에 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쇼핑·호텔업계 등도 매출 회복의 순풍을 맞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2022년 10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숫자(영주권자 입국 제외)는 전달의 2.4배인 49만8600명이었고 이 중 한국인이 12만29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방일 외국인 숫자의 24.6%에 달하는 수치이다. 한국에 이어서는 미국(5만3200명), 홍콩(3만6200명), 대만(3만5000명), 태국(3만4100명), 베트남(3만800명) 등이 자리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촘촘한 중국인의 일본 입국은 2만1500명에 그쳤다. 2022년 10월 방일 한국인 숫자는 9월의 3.8배가량이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월의 62.3% 수준이다. 2022년 10월 방일 미국인 숫자가 2019년 10월의 34.7%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한국인 입국자의 빠른 증가세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인 입국자 가운데는 출장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많다. 하네다 공항의 입국장에는 출장 오는 손님을 맞기 위해 이름이나 회사명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외식업체 직원인 F씨는 최근 시장조사 등 업무를 위해 하네다 공항을 통해 도쿄를 다녀갔다. F씨는 “1박 2일 일정으로 도쿄 출장을 진행했다”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지고 나서 사내에서 일본 출장 수요가 꽤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외국인의 일본 입국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입국 규제의 완화이다. 일본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유지하던 입국 규제를 완화해 2022년 10월 11일부터 무비자 입국과 개인 여행 등을 허용했고 이에 따라 관광객 입국이 급증하고 있다. 또 다른 배경에는 엔저가 있다. 엔저로 인해 상대적으로 일본 물가가 싸게 느껴지자 관광에 나서는 외국인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엔저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화가치는 2022년 초 달러당 115엔대에서 10월에는 32년 만에 최저치인 151엔대를 기록하는 등 약세를 이어왔다. 2022년 12월 중순에는 달러당 136엔·137엔대 수준을 보이기도 했지만 연초에 비하면 엔저는 여전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2022년 여러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고 추가 인상도 예상되지만 일본은행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금융 완화를 고수하며 미일 금리 차가 벌어진 것이 엔화 약세의 큰 이유이다.
원·엔 환율의 경우 2022년 3월 100엔당 1069원대를 찍었던 것이 12월 중순에는 95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021년 말에서 2022년 11월 말까지 달러에 대해 엔화가치는 20%가량 하락한 데 비해 원화와 대만달러는 10% 정도 내려가는 데 그쳤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일본의 쇼핑·호텔업계 등의 매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10월 일본 전국 백화점의 면세점 매출은 전년 같은 달의 4.4배인 136억엔으로 증가했다. 특히 도시의 백화점 등에서는 한국·대만·홍콩 등 아시아권의 방문객이 급증했으며 제품별로는 화장품, 가방 등 엔저 효과로 체감 가격이 낮아진 품목이 호조를 보였다. 특히 고급 핸드백·손목시계 등 고가품도 비교적 잘 팔리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다카시마야 등 5대 백화점의 2022년 11월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달의 50~90%로 회복됐다. 수도권의 미쓰코시이세탄 점포에서는 지난 11월 말~12월 상순 매출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4%가량 늘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매출 회복세를 이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명품 핸드백과 고급시계 등 고가품이다.
일본 백화점협회에 따르면 2022년 10월 방일 외국인의 1인당 구매단가는 19만2000엔으로 2019년 같은 달의 세 배 가까이에 이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마쓰야 긴자점에서는 50만엔 안팎의 핸드백과 고급 시계가 빈번하게 팔리고 있다. 이 점포 관계자는 “2022년 12월 전체로 면세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의 실적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항공기 탑승률 증가로도 이어진다. 닛케이에 따르면 2022년 10월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의 국제선 여객 수는 9월보다 10%가량 늘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늘면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탑승률도 높아졌다. 대한항공의 김포-하네다 탑승률은 2022년 9월 57%에서 10월에는 81%로 높아졌다. 외국이 관광객 입국에 일본 정부의 국내 여행 지원(거주자 등 대상)도 더해지면서 호텔업계에서는 객실 단가 상승 등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도쿄 팔레스호텔의 평균 객실 단가는 2022년 11월부터 2019년 같은 달을 웃돌고 있다. 이 호텔의 경우 외국인 숙박객의 비율이 60%를 넘고 2012년 12월 매출이 1개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방일 외국인 수는 2023년에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무라총합(종합)연구소는 2023년 방일 외국인 숫자를 1384만 명으로 예상했다. 2019년의 3188만 명에 비해서는 적지만 2022년 1~10월에 152만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셈이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여행은 코로나19 기간 중 가장 억눌려있던 소비 분야”라며 “잠재 수요가 큰 분야로 소비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