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부동산 시장] 부동산 투자 전략은 | 똘똘한 한 채부터 챙기고 세준 집 실거주가 유리, 공공재개발지역 연립·다세대 투자도 절세 해법
정지성 기자
입력 : 2020.08.25 14:27:55
수정 : 2020.08.25 14:28:10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시장 혼란에도 세태를 비관만 할 순 없다. 부동산 투자자라면 규제의 실체와 허실을 분석해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장마도 그치기 마련이다.
▶살던 집은 전세 주고 세준 집에 실거주로 들어가기
임대차 3법 중 보증금을 5% 이상 올릴 수 없는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 시만 적용되고 임대차 신규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같은 점을 활용해 2주택자인 경우 본인이 살던 집을 새롭게 세를 주고, 기존 전셋집에 본인이 실거주로 들어가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본인이 기존에 살던 집은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 신규로 전세 계약을 체결하면 임대료 5% 상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된다. 반대로 기존 전셋집의 경우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면(실거주 목적) 기존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기존 임차인을 정당하게 내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집주인이 직장, 교육 등 문제로 이사가 쉽지 않은 경우 직계존비속(부모나 자녀 등)이 실거주해도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
일단 실거주를 목적으로 기존 세입자를 내보낸 뒤에 2년 뒤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맺으면 전월세상한제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계약 갱신을 거부당한 세입자는 언제든 전에 세들어 살던 집에 집주인이 실제 거주 중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다른 세입자에게 세를 준 게 확인되면 이전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해진다.
실거주한다고 하고 집주인이 2년간 집을 그냥 비워두는 방법도 가능하다. 현행 임대차법은 새로 세입자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 집을 비워두는 경우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의무를 지지 않는다. 자금 여유가 있다면 2년간 집을 비워두고 2년 뒤에 새로 계약을 맺는 것도 방법이다.
▶임대차 계약서에 ‘세입자 수리 의무’를 적어라
개정된 임대차 3법은 세입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다. 세입자는 원한다면 계약기간을 연장(2+2년)할 수 있고 임대료도 갱신 시 5% 이상 올릴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집주인)이 최대한 손해를 줄이려면 작은 비용도 아낄 수밖에 없다. 비용 절감법 중 하나로 아예 임대차 계약 당시에 수리 의무를 세입자가 지도록 하는 특약사항을 넣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천장 누수, 보일러 하자 등과 같이 임대(전월세)를 준 집에 세입자가 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집주인이 이를 수리해 주는 것은 법적인 의무다. 민법 제623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 목적물에 대해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반대로 전등, 샤워기 등 소모품 교체나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간단한 수선 등은 임차인이 비용을 무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화장실 변기 수리나 도어록 교체 등 살아가는 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과 세입자의 부담을 나누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다. 과거엔 집주인들이 시세에 맞춰 세입자를 ‘유치’해야 하는 을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자질구레한 수리도 해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임대차 3법 통과로 임대료를 시세에 맞춰 올릴 수 없는 데다 전세 물건이 워낙 적어져 ‘집주인 우위’ 시장이 되면서 이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면 수리를 해줄 필요가 없는 분위기다. 특히 집주인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 당시 특약사항으로 세입자의 수리 의무를 넣는 사례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화장실의 세면기나 변기 수리는 세입자가 부담한다” 같은 식으로 세입자의 구체적인 의무수리 범위를 특약으로 기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경우 “집 수리 비용은 세입자가 부담한다” 같은 식으로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범위가 없는 특약사항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또 특약을 걸었다고 해도 천장 누수와 같이 큰 비용이 들어가는 중대한 하자에 대한 수리는 여전히 임대인의 의무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임대사업자는 “지금까지는 문고리 교체 등 세입자가 사소한 요구를 해도 웬만하면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임대차 3법 시행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앞으로는 계약서상에 세입자의 수리 의무에 대한 특약사항을 최대한 많이 적어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1년마다 보증금 인상 가능?… ‘차임증감청구권’ 활용
임대차 3법 개정에 맞서 임대인(집주인)들이 1년마다 최대 5%까지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권리인 ‘차임증감청구권’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임대차 3법에 반발하는 집주인들 사이에서 임대료를 매년 합법적으로 올리기 위해 차임증감청구권을 미리 특약 사항으로 넣는 등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유되고 있다.
차임증감청구권이란 최초 임대차계약을 해서 전·월세 금액을 정했더라도 조세, 공과금, 경제 사정 변동 등으로 가격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에 계약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5% 범위(확정 인상률은 지자체가 정함)에서 인상(집주인 측)이나 인하(세입자 측)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쉽게 말해 최근처럼 재산세가 매년 30%씩 폭등하는 상황이라면 계약 갱신기간이 아니라고 해도 집주인이 조세 부담을 근거로 차임증감청구권을 발동해 1년마다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권리를 잘 활용하면 임대 기간 4년이 끝날 때까지 매년 최대 5%씩 임대료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론상 총 3회(갱신 시 포함)에 걸쳐 최대 15%까지 올릴 수 있다. 한 임대사업자는 “차임증감청구권을 활용해 매년 보증금을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올린다고 특약에 넣어 세입자에게 미리 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권리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안(7조)에도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상가 세입자들이 임대료 감면에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최근 많이 소개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처럼 세입자의 감액청구권(월세 감면 등)의 근거 규정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함부로 없애자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고 기본법인 민법에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도 없다.
다만, 임대인의 인상 요구에 세입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결국 법원 조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인상하지 못하거나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게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현재 세입자 보호에 치중하는 법원 성향을 고려할 때 조세 증가에 따른 임대보증금 상향 비율을 어느 선까지 인정해줄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규제 사각지대… 공공재개발 빌라를 노려라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에 비해 소외되던 연립·다세대주택에 투자하는 것도 절세 해법이 될 수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7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6596건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7월(3644건) 대비 81% 급증했다. 2008년 4월(7686건) 이후 최대치다.
정부는 6·17 대책에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있는 3억원 초과 집을 살 경우 기존의 전세대출을 회수키로 했지만 빌라와 다세대주택은 갭투자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규제대상에서 뺐다.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공공재개발 후보지역의 노후 빌라 매입에도 투자자가 몰리는 추세다. 정부가 공공재개발로 서울에 2만~4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정비구역뿐 아니라 정비구역 해제 지역, 정비예정구역 등으로도 공공재개발 대상을 확대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성북1구역 한 주민은 “소방차도 들어올 수 없는 곳에서 오래 살다가 집값이 올라 팔고 나가면 전 집주인도 이득”이라며 “새 주인은 재개발 후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으니 윈윈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연립·다세대주택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빌라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가치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면서 “시장 침체기에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빌라 시장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 전 무더기 매물 나오는 아파트 노릴 만
대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실거주자나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라면 입주 직전 시기에 있는 새 아파트 입주권 급매를 고려할 만하다. 5일 입주를 시작하는 서대문구 북아현동 힐스테이트 신촌은 입주를 앞두고 지난달부터 21건의 입주권이 무더기로 거래됐다.
잔금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지난달 말에도 거래는 이어졌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 같은 거래가 절세 목적의 매물 출회로 인한 것으로 분석한다. 입주 후부터는 입주권도 주택이 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 다주택자라면 취득세를 아끼기 위해 입주 전 처분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7·10 대책에서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율을 인상했는데,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이나 법인은 12%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부동산 취득과 보유, 처분에 대한 증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절세 목적에서 빠르게 입주권을 매도한 것이다.
그러나 통상 절세 매물이 가격을 낮춰 급매로 거래되는 것과 달리, 오히려 몸값은 높아졌다. 이것은 서울의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2억원대에 거래된 59㎡의 지난해 말 실거래가는 10억3642만원으로, 올 들어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신축에 대한 선호도를 고려하면 입주 후 몸값 역시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집 처분해야 한다면 지방 싼 아파트부터
2주택자가 집을 처분해야 한다면 둘 중 저렴한 주택(양도차익이 적은 주택)부터 처분하는 편이 양도세 절세를 위해 유리하다. 최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청주-반포 아파트 처분 결정을 두고 양도세 절세혜택을 노린 ‘기막힌 한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노영민 실장이 보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신서래아파트 전용 45.72㎡(6층) 매물이 지난달 24일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11억3000만원은 해당 면적 역대 최고 거래가다. 그는 2006년 5월 이 아파트를 부부 공동명의로 2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노영민 실장은 가격이 싼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팔고 반포 아파트를 팔면서 양도세를 2억원 가까이 아끼게 됐다. 노영민 실장이 내야 할 양도세는 2000만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노영민 실장이 반포 아파트를 먼저 팔고 청주 아파트를 판다면 내야 할 양도세는 부부 합산 기준 2억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노영민 실장은 관사에 거주 중이면서도 지난달 2일 1주택 처분 의사를 밝히며 반포 아파트는 남기고 자신의 지역구인 청주 아파트를 팔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비판이 거세지자 노영민 실장은 뒤늦게 서울 반포 아파트도 매각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노영민 실장의 절세법에 대해 ‘모범 답안’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