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택트 전성시대] Part Ⅰ 온택트 기업 ➋ 카카오 | 국민메신저에서 플랫폼, 테크핀, AI, 콘텐츠 아우르는 IT 공룡으로… 창업 10년 만에 대한민국 대표그룹으로 우뚝
안재형 기자
입력 : 2020.06.26 14:47:03
수정 : 2020.06.26 14:47:19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어느 곳일까. 최근 한 취업 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성인남녀 3781명)에서 1위는 삼성, 2위는 LG, 3위는 카카오가 꼽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총액 순으로 나열하면 한국의 재계 순위는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순이다. 국민들의 의식 속에 카카오가 현대차와 SK를 제치고 한국 대표 기업으로 올라선 모양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매일 주고받는 카카오톡 메시지 110억 건, 월 이용자 4485만 명, 하루 평균 41분 사용….’
올해 10주년을 맞은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의 단편적인 기록이다.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18일 탄생한 이후 국민(사용자)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출시 1년 만에 1000만 건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고, 이듬해인 2012년 이용자 4000만 명을 넘어서며 전 국민이 가장 많이, 자주 이용하는 메신저가 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카카오톡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Monthly Active Users)는 4485만9000명에 이른다. 물론 카카오톡 이전에 메신저가 없었던 건 아니다. 네이트온, MSN 등 PC 기반 메신저와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 있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뭔가 달랐다. 이용자들이 직접 미니 프로필을 꾸미고 채팅 중 사진이나 파일, 동영상을 서로 공유하는 게 가능했다. 당시로선 새로웠던 그룹채팅 기능도 신통방통했다. 덕분에 직장 내 혹은 단체 모임에서 그룹채팅방을 만들고 서로 정보나 지시를 공유하는 건 이제 일상이 됐다.
이 모든 성공 뒤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발상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김 의장은 사업 초기부터 “카카오톡을 플랫폼으로 키워 참여자와 기업이 모두 수익을 올리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는 기능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1년 11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모티콘 서비스는 이용자 간의 색다른 감정 표현 수단으로 자리했다. 현재까지 선보인 이모티콘만 7500종이 넘고, 매달 발신되는 이모티콘 메시지 수는 23억 건에 달한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가운데 1억 원 이상 매출을 낸 상품은 1000개, 1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린 상품(시리즈)도 55개나 된다. 2018년 1월에는 음악 플랫폼 ‘멜론’을 연동해 카카오톡 채팅창에서 음악까지 공유하는 시대를 열었다. 게임을 내려 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카카오톡을 진화시킨 것도 앞서간 생각이었다. 일종의 게임머니인 ‘하트’를 주고받으며 즐기는 ‘애니팡’ 등의 게임이 등장했고, 게임을 하려는 이들이 늘자 덩달아 카카오톡 사용자까지 늘었다.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선물하기’ 기능도 2010년 12월 출시된 지 9년 만에 6000곳에 달하는 기업이 입점한 주요 쇼핑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친구, 연인, 가족 간에 카카오톡으로 커피쿠폰부터 한우세트 등 선물을 주고받으며 국민의 일상이 달라졌다. 거래액은 이미 2017년에 1조원을 돌파하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대 실적
어쩌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언택트와 온택트 문화는 카카오톡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카카오톡이란 메신저 자체가 비대면 상태에서 소통하는 언택트 서비스다. 여기에 그룹채팅방을 만들면 비대면인 상태로 온라인 소통이 가능한 온택트 서비스가 된다. 이러한 최근 트렌드는 코로나19 영향에도 카카오가 폭풍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카카오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8684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이다. 영업이익도 전 분기 대비 11%,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한 882억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5월 초 열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코로나19 이후 팬데믹으로 직접적인 대면 소통이 어려워졌고 카카오톡을 통한 소통이 더 활발해졌다”고 밝혔다. 이날 카카오가 공개한 1분기 국내 카카오톡 월간활성이용자는 전년 동기 대비 111만 명, 전 분기 대비 33만 명 늘어난 4519만 명이나 됐다. 여 대표는 “톡 외에도 보이스톡이나 페이스톡 등의 사용량이 증가했다”며 “그룹콜(단체통화) 시간이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늘어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카카오는 카카오톡 비즈보드(이하 ‘톡보드’)와 카카오톡 채널, 비즈메시지, 페이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완결성을 높이고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를 기반으로 하는 테크핀 분야의 모바일 금융혁신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카카오톡 채팅목록 탭 내에서 구매, 예약, 회원가입 등 몇 번의 터치만으로 편리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톡보드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일 매출 5억원, 5000여 개의 광고주를 확보하는 등 높은 호응을 이어오고 있다. 톡보드를 포함해 광고·쇼핑 등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모든 사업을 통칭하는 ‘톡비즈’ 부분의 올 1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2247억원으로 성장했다.
여 대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건강, 위생, 실내 활동 관련 배송 선물이 증가하며 선물하기 기능의 서비스가 배송으로도 확대되고 있다”며 “알림톡 등 수요가 디지털 전환과 결합해 성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밖에 브랜드와 고객의 실시간 일대일 대화가 가능한 ‘카카오톡 채널(구 플러스친구)’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채팅창 내 원클릭 가입 솔루션 ‘카카오싱크’, 고객상담·구매·주문·예약 등이 가능한 ‘챗봇’ 등 비즈니스 활동에 최적화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멜론’ ‘카카오M’ ‘카카오페이지’ 등 콘텐츠 관련 사업 강화도 이어간다. 음악 플랫폼 멜론은 10여 년간 축적해온 빅데이터와 카카오 AI 추천엔진과의 강결합을 통해 ‘개인화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전문 기업 카카오M은 카카오페이지, 다음 웹툰 등 카카오가 보유한 웹툰, 웹소설 IP를 기반으로 글로벌 콘텐츠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전략적 지분투자와 파트너십으로 확보한 이병헌, 김태리, 공유 등 한류 스타 배우 군단과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의 다양한 영상 유통 채널이 시너지를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올해를 ‘K-콘텐츠의 글로벌 전파 원년’으로 삼고 유료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가속화에 나선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진출 이후 올해는 대만, 태국, 중국 등 해외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특히 국내에서 인큐베이팅한 스토리 IP(지식재산권)를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2차 저작물화해 인지도를 높이고, 텐센트(중국), 타파스(미국), 픽코마(일본) 등 플랫폼에 웹툰 콘텐츠를 공급해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슈퍼 IP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월드의 꿈은 이뤄질 것
“지난 10년은 카카오의 시즌1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제 시즌2를 위한 다음 10년을 준비해야 합니다. 모바일 생활 플랫폼을 넘어 또 다른 변화의 파고에 대응해야 합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압도적인 규모에 긴장해야 하고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또 다른 10년 앞에서 우리 길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 3월 18일 카카오톡 출시 10년을 맞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발표한 메시지 중 한 대목이다. 김 의장은 새로운 10년을 내다보며 생존과 성장을 강조했다. 카카오톡은 단순히 메신저에 그치지 않고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4000만을 훌쩍 넘긴 국내 이용자들은 이 메신저로 상품을 사고 결제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한다. 카카오톡에 자신의 생일을 등록한 이용자만 2500만 명이나 된다.
김 의장의 비전은 앞으로의 10년에 맞춰져 있다. 현재 92개에 달하는 카카오 계열사를 살펴보면 성장과 변화의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가 거대 기업이 된 성장 배경으로 인수·합병, 사업 부문 분사 등이 빠질 수 없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과 국내 최대 음악 서비스 멜론 인수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김 의장은 매년 초 신사업과 관련한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7년엔 인공지능(AI)을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고, AI 전담 부서인 ‘AI랩’과 기술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신설했다. AI 스피커 ‘카카오미니’의 탄생도 바로 이 시점에서 출발했다. 이듬해에는 블록체인을 언급하며 블록체인 전문회사 ‘그라운드X’를, 지난해에는 기업 간 거래(B2B)를 강조한 뒤 AI, 기업용 협업 솔루션 등 관련 조직을 분사시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다.
지난해 12월 공식 출범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i 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 갈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국내 대표 기업형 IT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올 들어 NH투자증권, 에버랜드 등의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의장은 올해엔 ‘데이터’를 주요 화두로 제시했다. 지난 3월 메시지에선 “우리는 커머스, 콘텐츠, 캐릭터, 모빌리티, 금융, 블록체인, AI, B2B까지 무수히 많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며 “아직 카카오는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해야만 하는 것도 너무나 많다”고 강조했다. IT업계에선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모빌리티 등 핵심 자회사들이 카카오톡과 서비스를 연계하며 독립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용자들(전 국민)의 일상을 아우르는 서비스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시간 영상을 통한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 ‘카카오 톡딜 라이브’
▶모빌리티, 페이, 신사업 매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카카오T 택시 출시 5년 차를 맞은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는 물론 대리운전, 주차, 전기자전거, 내비게이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 제도 개편방안’에 맞춰 택시 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8월 기준 누적 가입자수 3000만 명을 돌파하며 만 15세 이상 국민 4명 중 3명이 가입한 금융 플랫폼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4분기 거래액 13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5%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 들어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한 카카오페이는 인수 뒤 사명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바꾸고 이를 기반으로 실명 계좌 기반의 ‘머니 2.0’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사용자가 1100만 명이나 되는 모바일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선보이는 상품, 서비스마다 고객이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카뱅 First’ 전략을 통해 국내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앱으로 도약할 예정이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네거티브가 극히 제한적이었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부각시키고 있다”며 “언택트 소비 확산으로 전자상거래, 모빌리티, 페이, 페이지 등 카카오 주요 자회사들의 사업 분야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