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혁명·정부 정책| 빅데이터 경쟁력 강화 위해 ‘AI 국가전략’ 마련, 2020 경제정책방향에서 데이터 혁신 공식화
문수인 기자
입력 : 2019.12.27 15:03:55
수정 : 2019.12.27 15:07:53
정부가 빅데이터 등 국가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발표해 2030년까지 국가 디지털경쟁력을 3위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우는가 하면,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과 연계한 데이터 경제 혁신을 공식 천명했다. 정부는 당장 2020년부터 예산 1조4000억원을 투입해 관련 사업 추진에 나선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세계를 선도하는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 구현 등 3대 분야 아래 9개 전략과 100개 실행 과제를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먼저 ‘AI 생태계 구축’ 분야에는 AI 인프라 확충과 AI 반도체 기술 확보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1년까지 공공 데이터를 전면 개방하고 2024년까지 광주에 AI 집적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AI 반도체 핵심 기술인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에 2029년까지 1조96억원을 투자하고, 신개념 AI 반도체(PIM)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동시에 AI 분야에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로드맵’을 수립해 규제 혁신을 꾀할 예정이다. 이와 연계해 새롭게 발족되는 ‘미래사회 법제정비단’(가칭)은 관련 분야별 법제를 정비할 예정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발표를 하고 있다.
전 국민들이 AI에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서 정부는 모든 연령과 직군에 걸쳐 전 국민이 AI 기초 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0년 AI 관련 학과를 신·증설하고 AI 대학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 학과 교수가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겸직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새해부터 군 장병과 공무원 임용자가 필수로 AI 소양 교육을 받게 하고, 교원 양성·임용 과정에 소프트웨어(SW)와 AI 과목 이수를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2022년까지 초·중등 교육 시간에 소프트웨어(SW)와 AI 필수 교육을 확대해 어릴 때부터 이들 과목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도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 사회보험을 확대하고, 취업 취약계층에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취업제도를 내년에 도입할 계획이다. 또 AI로 인한 윤리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AI 윤리체계도 AI 국가전략에 담겼다.
정부는 2020년까지 딥페이크 등 AI로 인한 역기능에 대응하고자 범부처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AI 신뢰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품질관리체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기영 과학기술통신부 장관은 관련 브리핑에서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우리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국가적 지원을 집중하고 동시에 단순한 기술, 산업 전략을 넘어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담아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 실현을 위한 추진 과제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세계적으로 가장 잘하는 메모리 반도체를 살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면 세계적으로 앞서갈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며 “그쪽을 지렛대로 삼아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향후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AI의 범국가 위원회로 역할 재정립해 범정부 협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대통령 주재 전략회의를 열여 전 국민 AI 교육, 전 산업 AI 활용 등 범정부적 과제의 실행력을 확보하고, 대국민 성과 보고대회도 병행할 계획이다.
AI 국가전략은 AI가 일으키는 산업·사회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문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발표한 인공지능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과기정통부 등 정부 전 부처는 지난 6월부터 학계와 산업계 등 전문가와 수차례 논의를 거쳐 이번 전략의 주요 내용을 확정했다.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데이터 경제 활성화 방안은 기존 빅데이터 플랫폼 간 연계를 강화하고 금융·공공·바이오·국세정보 공개를 하는 것이 담겨져 있다. 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신설 등 이용편의·안전성 제고가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AI 전략과 달리 정부의 구상대로 데이터 관련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다.
2019년 연말까지 데이터 관련 3개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를 두고 진통을 겪었다. 법과는 달리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도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규제완화 vs 개인정보 보호 사이 이견 커
혁신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확 풀어야 한다는 쪽과 이에 반대하는 측과의 입장차가 너무도 간극의 차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 내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논의 핵심은 가명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활용하는 것의 안정성에 대한 논의이다. 가짜 개인정보를 사용해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해도 결국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는 주장과 문제없다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사정이 어떻든 글로벌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빅데이터 분야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정보가 자유롭게 활용돼야 하는 대명제는 여전한 만큼 관련 논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이미 선진국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후발주자인 우리로서는 관련 논의가 미뤄질수록 ‘디지털 경쟁력’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빅데이터 정책은 2011년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가 관련 기술 투자 필요성을 밝히면서 시작됐고, 2012년 오바바 행정부 때 국방부·국립보건원 등 6개의 연방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6억달러 규모의 ‘빅데이터 연구개발 이니셔티브’가 발표되면서 본격화됐다. 이때부터 미 정부는 데이터 정부를 표방하고 있고, 이 기조는 트럼프 정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또 2013년부터 오픈데이터 정책을 펴고 있는데 공공 부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를 엄격히 하고 있지만 민간부문에서는 시장자율 규제에 맡겨 왔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7년 미연방통신위원회(FCC)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 조항(프라이버시 규칙)을 폐기하는 법안에 서명한 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발생했다며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꾸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과도한 규제 혁파에 대한 반작용인 셈이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데이터 산업을 이끌 핵심 동인으로 인공지능을 꼽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가명정보를 활용케 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9월 다른 정보와 결합해도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익명가공 정보화의 개념을 도입해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 개인정보가 삭제된 경우 당사자의 동의없이 상품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고, 3자 판매도 가능토록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시행하며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단 연구 목적에만 사용하게 했다. 과학적 연구에 상업적 목적이 포함되는 것이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