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Off Convergence 유통혁명] Part Ⅱ | 온라인 평정한 아마존 오프라인으로 영역 확장
황인혁 기자
입력 : 2016.11.09 11:20:10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amazon)의 로고를 잘 살펴보면 a에서 z로 가는 주황색 화살표를 발견할 수 있다. 말그대로 a부터 z까지 모든 물건을 취급하겠다는 아마존의 포부를 담고 있다. 이미 온라인 시장을 평정한 아마존이 최근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를 보면 그 기세가 심상치 않다.
아마존의 창립 모태인 서적판매 분야에서 오프라인 서점을 작년부터 개장한 데 이어 식료품 전문 편의점과 의류 오프라인 매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아마존의 일거수일투족에 기존 오프라인 유통회사들이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다.
미국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 3호점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열기로 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 아마존 북스 1호점을 개설했다. 아마존은 이 같은 오프라인 서점을 300~400개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대대적으로 확충할 것으로 알려지자 반스앤노블과 북스어밀리언 등 기존 대형서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사진=www.nbcnews.com)
▶서점·식료품 편의점·의류매장까지
말 그대로 ‘유통공룡’ 꿈꾼다
아마존의 식료품 사업 욕심도 대단하다.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식료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이 우유와 육류를 비롯해 시리얼, 버터 등 식료품을 판매하는 편의점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아마존은 우유 등 쉽게 변질되기 쉬운 식료품을 판매할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고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여기서 찾아가도록 할 방침이다. 월마트의 아성을 뒤흔든 아마존이 월마트의 기존 텃밭인 식료품 부문까지 치밀하게 공략할 태세다.
아마존은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한 고객들이 주문품을 더 빨리 찾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차에 물품을 바로 실을 수 있는 ‘드라이브인(drive-in)’ 거점도 확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 번호판 인식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아마존의 식료품 사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마존은 연회비를 299달러 납부한 고객에게 식료품을 배달해 주는 사업을 작년부터 개시했다. 연회비가 너무 비싼 게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자 최근 연회비 99달러에 월 이용료 15달러를 받는 것으로 가격정책을 바꿨다.
아마존이 식료품 온라인 판매와 오프라인 배달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건 이 분야의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모건스탠리리서치에 따르면 소비자 전체 지출액의 20%가 식료품에 해당하는 반면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물품 중 식료품 비중은 2% 밖에 안 된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점차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온라인 식료품 시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 사업의 훌륭한 발판이 될 오프라인 거점을 속속 확대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의 세 번째 오프라인 무대는 의류매장이 될 공산이 크다. LA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아마존이 종전의 서점이나 키오스크와는 다른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을 구상 중이며 이곳에서 식료품과 의류를 취급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온라인 남성복 업체인 보노보스나 온라인 안경전문업체인 와비파커의 전철을 밟아 고객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아마존은 미국 내 온라인 의류판매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오랫동안 패션사업에 공들인 결과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아마존의 온라인 의류판매 매출은 163억달러로 집계됐으며 메이시스, 노드스트롬, 갭, 빅토리아시크릿, 콜스의 온라인 매출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사업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6.7%에 달했던 아마존의 의류시장 점유율이 2020년 18.8%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마존은 약 10년 전 온라인 의류 쇼핑몰 샵밥(shopbop.com)을 사들였고, 7년 전에는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zappos.com)를 인수했다. 지난해는 뉴욕패션위크에 후원사로 참여하는 등 패션·의류시장에 대한 애착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의류매장은 쇼룸 형태로 꾸며져 제품에 대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아마존 특유의 문화적 정서를 고객들과 공유하는 데 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온라인 기업들의 오프라인 매장이 그렇듯 오프라인 매장을 가동해 온라인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모건스탠리는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 백화점의 시장 점유율을 계속 잠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인터넷서점 오프라인 진출 활발
온-오프라인 연계 시너지 확대
‘알라딘 강남점’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400개의 오프라인 서점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온라인 서점들이 오프라인 진출에 나서 관심을 끈다. 국내 대표적 온라인 서점 YES24는 지난 4월 서울 역삼동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서울 목동에 강남점보다 규모가 큰 2호점을 열었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이 분야를 막론하고 신간과 중고책까지 온라인에서 취급하는 거의 전 상품을 판매하는 데 반해 국내 인터넷 서점은 중고책만을 취급하는 게 차별점이다. YES24의 경우 기존 온라인에서 하던 중고책 매입 서비스인 ‘바이백’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가져왔다. 바이백은 독자들이 다 읽은 책을 가져오면 현금이나 포인트를 주고 사서 중고책으로 되파는 서비스다. 원래 중고책 오프라인 서점은 원래 알라딘이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이다. 지난 2011년 알라딘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고책만을 취급하는 오프라인 서점을 냈으며, 현재 23곳에 달한다.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알라딘은 최근 라이벌 YES24의 참여에 자극을 받아 영업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YES24가 ‘알라딘 강남점’과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매장을 낸 같은 시기에, 알라딘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에 신규 서점을 오픈했다. 이들 업체가 앞다퉈 매장을 여는 이유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온라인에서의 고객 체험이 온라인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양쪽의 장점을 접목해 새로운 영력을 개척하려는 전략이다.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잡기 나서
오프라인 고객을 잡기위한 양사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YES24 강남점에서는 교육열이 높은 주부층을 공략하기 위해 ‘키즈존’을 매장 내에 마련했다. 유·아동 도서와 전집을 비롯해 엄마들를 위한 도서까지 한데 모아 전용 공간을 만들었다. 또한 월 단위로 이벤트를 마련해 사은품을 증정하고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YES24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중고책을 사던 손님들이 매장에 들러 직접 손으로 책의 감촉을 느끼며 살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온라인보다 현장에서는 여러 권을 사는 경향이 있어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최근 오픈한 ‘알라딘 잠실점’은 매장 중앙에 카페를 조성하고 그 주변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이곳 역시 기념일마다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한다. 국내 온라인서점을 중심으로 중고책 시장이 커지면서 상태가 좋은 중고책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인터파크도서는 전용차를 마련해 중고책을 파는 소비자를 직접 방문하는 ‘북 버스(book bus)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중고책 판매를 신청한 사람을 북버스가 찾아가 책을 거둬 간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서점들이 운영하는 중고책 서점을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은 중고책 시장 활성화로 신간 판매가 더욱 줄어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