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현대철학자, 작가이며 실존주의사상의 대표자 중 하나인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의 삶을 출생(Birth)과 사망(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라 평했다.
자유의지가 생기면서부터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죽음의 순간까지 달려간다. 인간의 군상을 적절히 표현해낸 위트 있는 일갈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사르트르가 남긴 이러한 철학적 명언이 적절히 어울리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투자’가 아닌가 싶다.
선택은 기회(Chance)나 도전(Challenge)이 될 수도 있지만 단순한 비용(Cost)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 순간의 선택이 죽음의 순간까지 삶의 질을 좌우할 수도 있는 만큼 분명 투자는 결혼이나 진로 이상으로 중요한 ‘C’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투자환경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란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하기 힘들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올해 경제 전망은 잿빛으로 물들었고 이를 반영하듯 주식시장은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부동산 시장은 지난 10년간 병마와 싸우며 시름시름 앓고 있으며 저금리 기조로 인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저축은 이미 투자 상품으로 보기 힘들어졌다. 이렇듯 전통적인 투자처들의 수익률이 줄줄이 지지부진해지자 2013년은 ‘현금보유가 최고의 투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부를 축적한 부자들은 대체로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통해 자산을 지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이들은 높은 수익률보다는 상속과 절세방안에 관심이 많고 신규투자보다는 안정적인 금융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허나 새롭게 부자가 되기 위해 달려가는 젊은층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강지현 하나은행 영업1부 골드클럽 센터장은 “청담이나 압구정에 자리한 젊은 부자들은 기존의 슈퍼리치와 확연히 다른 투자성향을 보인다”며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위험자산일지라도 과감히 투자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독특한 투자방식으로 부를 축적하는 분들도 많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누군가 ‘투자처가 전멸했다’고 평하며 현금뭉치를 손에 들고 있을 때 묵묵히 자신만의 블루오션을 찾아 길을 떠난 사람들도 있다. 부동산 등 전통적으로 투자자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던 방식으로는 부를 창출하기 힘들어졌다고 판단한 젊은 부자들은 새로운 투자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의 ‘2012년판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1년 소득기준으로 전체 연말정산 근로자 1554만명 가운데 억대연봉을 받는 근로자는 36만2000명으로 2010년(28만명)보다 29.3% 급증했다. 추세로만 보면 2012년 억대연봉자는 40만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봉 5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도 총 5948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억대연봉자 비율을 살펴보면 2010년 1.8%에서 2011년 2.3%로 증가해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근로자 100명 가운데 2명은 억대 연봉자인 셈이다. 명예퇴직 등의 증가로 근로자들의 재직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젊은 고액연봉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고액연봉자 외에 창업연령이 낮아지며 일찌감치 고수익을 올리는 젊은 자산가들 역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투자 여력이 커진 젊은층들은 증가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투자 방식의 매력도는 점차 떨어지자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기존에 금융권이나 언론에 등장했던 ‘모범답안’을 탈피해 새로운 방식을 추구한다. 전통적인 투자 방식에 젊은 감각을 가미해 새롭게 변형시키는가 하면 자신의 일이나 취미생활 등을 통해 얻은 전문지식을 활용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 유학이나 여행으로 얻은 해외방문 경험을 살려 시야를 넓혀 해외시장을 개척하기도 한다.
<LUXMEN> 29호에서 기존의 틀을 깨며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이끄는 30~40대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Key point
전통적인 투자처들의 수익률이 줄줄이 지지부진해지자 2013년은 ‘현금보유가 최고의 투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