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국 중앙은행이나 정부 당국자들은 잇달아 양적완화나 이와 유사한 정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무슨 까닭일까.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1월 15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대출 기준이 모기지 대출을 통한 주택구입을 막고 있으며 이 때문에 주택시장의 회복이나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추가 자산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밝혔다.
연준은 지난 9월부터 매달 400억달러 상당의 모기지 채권(MBS)을 무기한 매입하는 내용의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나오는 반응이 기대보다 저조하다는 게 버냉키 의장이 내린 평가다. 최근 공개된 FOMC(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에서 미 연준은 내년에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해 시행하는 등 추가로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을 비친 바 있다.
연준이 이처럼 추가 양적완화를 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신뢰하지 못해 자금을 돌리지 않기 때문에 기존 양적완화의 효과가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본 것이다. 연준이 아무리 자금을 풀어도 각 경제주체를 직접 대하는 민간 금융기관이 움직이지 않으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그동안 강조해온 긴축만으로는 현재 난관에 봉착한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보고 양적완화나 그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공동체 집행부는 최근 스페인 정부가 충분한 개혁을 했다며 올해와 2013년엔 기존에 세웠던 적자축소 목표를 달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올리 렌 EU경제통화정책 담당 위원은 지난 11월 14일 스페인이 새로운 예산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긴축에 초점을 두었던 재정정책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당초 EU는 스페인에 대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는 6.3%까지, 내년엔 4.5%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해왔다. EU는 현재 상태에선 스페인이 올해는 8%, 내년에 6%선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제까지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재정긴축 목표를 강요했던 EU가 이번에 스페인에 대해 완화된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그동안 어려움을 겪던 그리스 등 인접 국가들에게도 숨통을 틔워줄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렌 위원은 “이번 스페인에 대한 조치는 별도 케이스로 해준 것”이며 “모든 국가에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IMF가 최근 긴축보다는 확장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이라 EU 역시 그간의 고집을 꺾고 유연한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
MF는 지난 11월 멕시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연석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다시 후퇴해 경제시스템이 깨질 수도 있다며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특히 “유로존 위기가 다시 확대될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IMF는 구체적으로 필요하다면 EFSF/ ESM(유럽재정안정기금/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에 적절한 지원을 요청해야 하며 유럽중앙은행(ECB)이 새로 설립한 무제한 국채 매입(OMT) 수단을 활용해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선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무제한 통화정책까지 제시하며 경기 부양을 촉구하고 나선 바 있어 12월 16일로 예정된 총선 이후 대대적인 확장정책이 기대되고 있다. 아베는 그동안 일본은행이 지나치게 제한적인 통화정책을 폈다며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정책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확장정책은 현재 고착상태에 있는 금융시스템을 돈의 힘으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