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Ⅰ]만인이 본 중국 / 랑셴핑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韓, 中 수출전략 수술 필요
입력 : 2012.04.25 14:57:06
“중국의 소비력은 아프리카보다 못하다. 중국인들의 평균 임금은 태국의 2달러보다 낮은 0.8달러에 불과하다. 세계 양대 강국(G2) 중국의 현실은 이처럼 비참하다.”
수년 전부터 많은 저술 활동을 통해 중국에 대해 이처럼 쓴소리를 해댄 중국인. 세계적 석학이면서도 중국 정부의 경계 대상 1호이기도 한 그에게 중국인들이 붙여준 애칭은 ‘미스터 마우스’다. 바로 얼마 전 2012 MBN포럼 참석차 방한한 랑셴핑(郞咸平)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 얘기다.
그가 돌아간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7%대로 낮춰 잡았다. 본격적인 경제 개발 이후 항상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해오던 중국 경제가 단순히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일까. 랑 교수는 이에 대해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중국 경제의 침체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가 바라보는 중국 경제 위기의 징후와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은 2008년 이후 짧게는 지난해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적 경제위기가 중국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랑 교수는 “중국은 유럽 수출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내수시장도 침체되고 있다”며 몇 가지 수치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의 대 유럽 수출은 3.2% 감소했다. 같은 달 중국 내부의 부동산 거래량은 71%나 하락했고 50여 개의 연관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부터 촉발된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미국이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중국은 그보다 더 돈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랑 교수에 따르면 경기부양을 위해 중국이 지난 3년간 쏟아 부은 돈이 광의통화(M2) 기준으로 무려 86조 위안(약 13조7000억 달러, 1경5672조원)이다. 그는 “경제규모가 중국에 비해 2.5배 큰 미국이 푼 돈보다 무려 40%나 많은 액수”라며 “돈이 이 정도 풀려 있으니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오고 돈의 가치가 떨어지니 소비도 위축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랑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최근 1000개의 유통업체를 조사한 결과 판매 증가율이 -10%였다. 소비 감소가 실제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이지만 랑 교수가 보기에 중국 제조업의 미래도 결코 밝지 않다. 랑 교수는 “중국의 제조업 분야가 생각보다 암울하다. 수익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제조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며 “예를 들어 아이폰이 생산되면 미국에서 360달러의 수익이 발생하고 한국에서는 187달러의 수익이 발생하게 돼 있지만 중국에서는 6.5달러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빈부격차·도농격차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중국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삼고 있는 한국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랑 교수는 중국 경제 위기 해법의 1순위로 ‘빈부격차 해소’를 꼽았다. 그는 “앞으로 중국 정부는 GDP 성장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 안 된다. 일부가 먼저 부유해질 순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 위에 부유해져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장기적으로 함께 부유해지고 소득격차, 빈부격차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데 중국 정부의 리더십을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빈부격차 해소 노력에 힘 쏟는) 향후 5년이 중국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며 “굳이 하나 더 중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말하자면 주식시장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줄이되 이익집단을 통제하고 감시를 철저히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독자들에게 “중국 경제의 침체는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는 지금보다 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의 경영자들은 지금 당장 중국의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 한국의 대 중국 수출 기업들은 전략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만 타오위안 태생인 랑셴핑(래리 랑) 박사는 1986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금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뉴욕대 부교수, 시카고대 교수를 거쳐 현재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로 있다. 2006년 월스트리트 와이어가 꼽은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10대 경제학자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