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의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는 지구촌 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뜨려 버렸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 미국이 성장동력을 잃고 흔들리면서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심각한 회의가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반면에 경제위기 가운데서도 굳건히 경제성장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은 세계 경제의 완충 역할과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예측과 전망 또한 피상적인 ‘중국 위협론’에서 벗어나 이제는 오히려 중국 성장 둔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과연 중국은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중국은 미국이 못하는 역할을 해 낼 수 있을까?
중국이 고속성장을 유지해온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 소유권제도 및 시장 개혁 등 외형적 요인도 있지만 쉽게 간과되는 보다 중요한 요소는 이러한 모든 가능한 요소들을 단기간에 동원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온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리더십과 국가 운영체제이다.
중국 정부의 국가 운영 전략 최상위 목표는 체제 유지와 정권의 안정이다. 경제성장이나 대내외 갈등 완화, 외교문제 등은 모두 체제 유지와 정권의 안정을 위한 이차적 목표이며 하위 목표이다. 중국의 경제정책은 체제 유지라는 상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서 작용한다. 단순한 경제지표상의 전망이나 서구 자본주의의 분석틀만으로 중국 경제를 예측하고 전망하는 게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이들의 경제정책은 체제유지와 정권의 안정을 위해 바로 채택해 실행할 수 있으며, 역으로 바로 포기될 수도 있다.중국 최고지도자는 하루아침에 발탁되거나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책 수립 장기전 실행은 속전속결
중국의 최고지도부는 최소 20년에서 30년 동안 다양한 정치적 훈련을 거쳐서 선발된다. 최고지도부와 정치 원로들에 의해 일찌감치 선발된 차세대 또는 차차세대의 지도자 후보군들은 주로 중앙의 통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변방 지역에 배치되어 각자 자신의 소신대로 국가 운영 경험을 쌓게 된다. 후진타오나 시진핑을 포함한 중국 역대 최고지도부 인물들은 대부분 지방에서의 오랜 훈련을 통하여 서서히 중앙으로 진입하는 과정을 겪어왔다. 사전적인 선발 과정으로 발탁된 지도자들은 최고 권력에 이르기 위해 자신들이 배치된 지역과 기관에서 성공과 실패의 풍부한 실전 경험을 습득하고 혹독한 경쟁을 통하여 냉정한 통찰력과 최고의 정치 기술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의 국가 운영 능력에서 큰 특징은 국가 운영상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정보네트워크가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국인 17명 가운데 1명에 해당하는 7800만명의 공산당 당원은 다양한 신분과 각계각층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국가 운영에 정확한 정보와 해결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막강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국가 운영상의 또 다른 특징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대응방안을 기획하고 입안하는 결정 시스템이 당 최고지도부에 집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공산당 체제의 유지와 안정이라는 최상위 목표가 공유되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마찰과 낭비 없이 의사 결정이 빠르다. 또 일단 결정된 정책에는 모두 이의 없이 따르는 정치의 전통이 형성되어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 의회가 부양책을 의결하는 데 4개월이나 걸린 데 반해 4조 위안이나 되는 부양책을 1개월도 안 되는 단기간에 결정하고 실행함으로써 경제위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신속함을 보일 수 있었던 것도 중국 정치 시스템의 장점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관장하는 분야는 물론 정권과 사회 안정을 위한 전략 목표를 공유하면서 자신이 맡은 과제가 무엇인지 최선을 다해 찾아내고 해결책을 시행한다.
차세대 지도자교육 강화
중국 지도부의 정책 결정은 장기적 안목에서 이루어진다. 10년 이상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며 그 전략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중국이 가진 국가 운영의 강점은 새로운 정권과 지도자가 선출되어도 전 정권에서 결정된 대부분의 정책들이 지속되며 오히려 강화된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가진 엄청난 힘으로 작용한다. 경제정책도 물론 이런 틀 속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국가적 낭비 없이 경제정책의 경험과 실적이 축적되어 지속적으로 실행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중국의 정치시스템은 고도성장을 유지해오는 중요한 요소로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도 분명 효율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중국의 침체와 붕괴 가능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국 최고지도부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최고의 정치훈련을 받은 집단들이다. 그들은 이미 중국이 당면한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그 해결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문화와 사상을 전 세계에 전파하며, 제3세계를 흡수하고, 군사력을 확장하며, 전 세계의 원자재를 싹쓸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지도부는 중국 성장의 한계점을 간파하고 있다. 그들은 중국이 차세대 세계 최강이 되기 위해 중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축을 세우려는 계획을 준비 중이며 그 핵심이 바로 신성장전략산업에 대한 국가의 대대적인 투자이다. 자본주의가 가진 한계점들을 극복하려는 그들의 계획은 다방면에서 신중히 실험되고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 모든 전략들을 가능케 하는 인재의 양성과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무섭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매년 630만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을 배출하며 전 세계 유학생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7년이 지나면 우리나라 인구에 해당하는 대학생들이 배출된다. 매년 3만여 명의 유학생이 귀국하여 각계각층의 브레인으로 발탁되며, 현지에 남은 우수한 유학생들은 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중국 정부는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교육시스템 개선이나 투자와 함께 차세대 지도자들을 위한 엘리트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여전히 낙후된 정치시스템과 교육시스템 하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가능한가? 정부가 제시한 신성장을 위한 17개 국가 중점산업과 중국의 7대 신성장전략산업이 대부분 중첩되어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중국보다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이러한 신성장동력을 실현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인재의 확보는 전반적인 국가 운영시스템과 교육시스템의 개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다방면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상황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창의성 있는 인재의 양성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획일화된 학생들만을 양성하는 안이한 교육프로그램을 과감히 개선하고 차별화·다양화해야 하며, 기업은 과감하게 미래 인재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단기적인 이익 확보를 위해 미래를 담보해서는 안 된다.
미래는 인재전쟁이다. 신성장동력을 만들고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인재의 양성과 확보이다. 앞으로 중국과 벌어질 각 분야에서의 경쟁은 결국 인재전쟁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 전쟁에서의 승패가 결국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정확하고 바른 정책과 경쟁력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진행할 수 있는 진정한 인재가 필요한 시대이다. 중국의 사상적 도전에 대비하여 사상적으로도 중국을 압도할 수 있는 깊은 지식을 소유한 인재의 양성이 필요하며 이러한 인재는 전통적인 생산요소보다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이 보다 중요해질 미래의 산업에서 강한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것이다.
[차신준 베이징대학교 대학원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