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주택 수급 불균형 더 심해질까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수요 공급을 빼놓을 수 없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집값이 오르고, 반대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집값이 떨어지는 건 누구나 아는 자명한 논리다. 연평균 공급량이 50만 호를 넘어섰던 1991~1997년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이런 평온함은 깨졌다. 2002년까지 연평균 38만 호로 공급이 감소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집값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일단 내년에는 주택 공급량 특히, 인허가량과 입주량이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당장 피부로 다가오는 수급 변수인 입주량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은 총 18만872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입주 예정 물량(30만401가구)에 비해 37%, 최근 10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31만3949가구)보다는 40% 정도 적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10만8343가구로 올해(17만1153가구)보다 37% 줄어든다. 이 가운데 올해 고양, 파주, 용인 등에서 물량이 쏟아졌던 경기도의 내년 입주 물량은 4만7131가구로 올해(11만5159가구)보다 59%나 감소한다.
내년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분양가상한제 탓이 크다. 건설사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2007년 분양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하지만 2008년 들어서는 신규 공급을 미루거나 아예 중단했다. 때마침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경제위기가 불어 닥쳐 민간 건설사들은 분양 시장에서 한걸음 더 발을 뺐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한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되며 민간 건설사 미분양 물량이 증가한 것도 결과적으로 내년 입주 물량을 줄이는 효과를 낳았다.
인허가량도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2007년까지 우리나라 주택 인허가량은 45만 가구를 꾸준히 넘겨왔지만 2008년 약 37만 가구, 지난해 약 38만 가구로 인허가량이 급감해왔다. 올해도 9월까지의 인허가물량이 약 16만 가구에 그친다.
그나마 전체 인허가량 중 공공부문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게 문제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약 30% 수준이던 공공부문 비중이 지난해에는 44%까지 상승했다. 그만큼 민간 건설사들의 인허가량은 상대적으로 더 줄었다는 얘기다.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일 때는 건설사의 개발 사업 인허가가 늘지만 반대로 불황기에는 인허가가 줄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비수도권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2007년부터 누적되기 시작한 미분양이 주로 지방 시장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남영우 나사렛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수도권 인허가량 감소는 최근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다시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이라며 “수도권의 경우 2008년 20만 가구에도 못 미친 인허가량이 지난해 25만 가구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공공부문 비중이 높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LH 사업지 구조조정과 맞물려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점차 연기될 예정이어서 인허가량 감소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물론 인허가 물량이 착공을 거쳐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는 2~3년 정도 시차가 있다.
Issue 2. 전세 대란 더 악화될까
요즘 우리나라 전세 시장은 한마디로 ‘대란’이라 칭할만하다. 전세가가 하늘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10월 전국 전세가는 9월보다 0.8% 오르며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전세가 상승률은 지난 9월 0.7%에서 10월 0.9%로 급등했다. 가을 이사 수요 증가와 지방 주요 지역 주택 공급 감소로 전세 물량이 부족해져 전세가가 강세를 보였다.
전세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10월 말 현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평균 56.5%로 2006년 10월(56.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대전 69.5%, 부산 67.9% 등으로, 전세가가 많이 오른 지방 대도시의 전세가율이 높다. 이에 비해 서울과 수도권 전세가율은 각각 43.5%, 45.6%로 지방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가율도 각각 3년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건 눈여겨볼만하다.
전세가 상승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앞서 살펴본 입주 물량 감소 외에도 경기 불황으로 침체된 매매 수요가 전세로 전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전세가는 올해처럼 상승세를 이어가 전체적으로 3∼4% 상승할 것”이라며 “경기도와 지방 대도시에서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전세가 상승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전세가가 오르고 전세가율이 급증할 경우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남영우 교수는 “전세가 상승은 실수요가 많은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잠재 수요의 시장 참여를 자극해 매매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ssue 3. 수도권과 지방 시장 이원화 이어질까
그동안 부동산 투자하면 대개 서울, 수도권만을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상식(?)을 깬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 수도권 집값은 하락하는 데 비해 부산. 대전 등 지방 광역시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침체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주택 매매가가 전국 평균 1.1% 올랐다. 이 중 부산은 무려 8.4%, 대전도 5.7%나 상승했다. 시·군·구 순위를 봐도 지방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경남 창원(12.9%)과 김해(11.3%), 전북 전주(10.5%), 충북 충주(6.6%) 등이 많이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1.2%)과 인천(-1.6%), 경기(-2.4%)의 주택 매매가는 하락해 대조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분양 시장에서는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까지 등장하는 등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손을 놓고 지켜보고 있던 국토해양부도 지방 5대 광역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긴급 현장점검에 나섰다.
경기 불황 속에 유독 지방 집값만 고공행진하는 원인은 뭘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급 위축에 따른 물량 부족 탓이 크다. 그동안 지방에 넘쳐난 미분양 물량 때문에 건설사들은 신규분양을 꺼렸고 서울, 수도권 시장으로만 눈을 돌렸다. 하지만 신규공급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공급 부족현상이 나타났고 지금에서야 분양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다.
내년에도 지방 집값 강세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내년 입주 물량은 8만384가구로, 올해(12만9248가구)보다 38% 감소하기 때문이다. 부산(1만782가구)과 대구(5248가구)의 경우 내년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각각 26%, 58%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