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주가, 하지만 날씨 맑음
먼저 코스피 2000선 가능성부터 점검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증권시장의 분위기는 좋다. 지난 9월 1800선을 넘은 이후 2개월 만에 1900선을 가볍게 넘겼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1940선. 3% 정도만 올라준다면 2000선은 무난해진다. 대우·현대·우리투자증권 등 이미 많은 증권사들이 올해 하반기 코스피 2000선 돌파를 예고하며 내년 강세장을 점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내년 코스피 상한선을 현재보다 800포인트 이상 높은 2720선으로 전망했다. 메리츠투자증권은 2800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코스피 2500선은 증권사 전망의 평균수준쯤일 정도로 강세장 전망이 우세하다.
주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유동성에 있다. 미국은 6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국채를 내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매입하며 2차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에 들어갔다. 앞으로 8개월 동안 매달 750억 달러씩 시중에 돈을 뿌리겠다는 것으로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추가 부양을 하지는 않지만 기준금리를 동결해 현재의 유동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 달러화 약세를 기반으로 한 유동자금은 ‘바이 아시아’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아시아 신흥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앞으로도 그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2000선 돌파를 예상하는 데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배어있다. 미국이 고용 및 주택 시장의 안정세를 유지하며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많은 전문가들이 악화보다는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중국이 10%에 가까운 경제 성장률을 이뤄내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다.
2011년 코스피 목표지수를 2500선으로 잡은 KTB투자증권은 강세장을 이끌 네 가지 드라이브 중 하나로 기업 이익 향상을 지적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업 이익 전망이 굴곡을 거칠 수는 있겠지만 2011년 1분기를 저점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2010년 이후 2년간 지속될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이 국내 증시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증권가 야경
그러나 흥분하기는 아직 이르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은 불안한 경기지표가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작용을 했다면, 양적 완화 규모가 정해진 지금은 경제지표의 방향성 그대로 주가에 반영되는 국면이라”고 했다. 유동성 랠리로 주가 상승세는 이어지겠지만 유동성 공급량만큼 주가가 뛸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풍부한 유동성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약 달러로 인해 원·달러 환율 절상과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출과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의 열매를 먹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었지만 내 주머니에는 별로 들어온 게 없다는 투자자들이 많다. 코스피가 현재와 같은 1900대 중반 수준이던 2007년 7월과 비교하면 10만원 이상의 고가주가 늘어난 반면 5000원 이하의 저가주도 늘었다. 다시 말해 주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는 뜻이다. 또 업종별 종목별로 성적표는 하늘과 땅 차이다. 외국인과 자문사들 이 ‘편식’한 조선, 자동차, 화학 종목의 상승세는 두드러졌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사들인 저가주들은 제자리걸음이다. 2011년에도 상승세를 탈 업종을 제대로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 바닥을 찍었다?!
서울 강남구 주택가 일대
부동산 시장은 전문가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혼란스럽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10월18일 서울 서초동에 분양한 강남역 아이파크 오피스텔의 경우, 230실 모집에 7521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만 무려 32.7대 1을 기록했다. 청약 당일 모델하우스에는 대기자들이 길게 줄을 섰고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까지 등장했다. 또 다른 풍경 하나,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도권 지역의 경매 진행 건수는 올 1월에 비해 24.7% 늘어난 8156건을 기록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 경매 진행 건수가 8000건을 넘은 것은 2006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로 접어드는 양상을 보이는가 하면,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주자인 오피스텔 분양 현장에는 저금리인 은행 예금에 만족하지 못하는 부동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바닥논란이 한창인 부동산 시장은 내년에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까.
일단 바닥론을 뒷받침할 정도로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많이 살아난 게 사실이다. 8·29 대책 이후에도 관망세를 견지해 온 수요자들이 최근 아파트 가격을 저점으로 인식, 매수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남권 분위기부터 심상찮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실거래 신고 된 아파트는 총 619건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 지역 아파트 실거래량은 지난 8월 430건으로 전달에 비해 증가한 뒤 9월 562건에 이어 10월에는 600건을 넘었다. 특히 10월 거래량은 8월에 비해 44% 늘어난 수치다.
강남권의 대표적인 중층 재건축 아파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105㎡는 8월 한 달 동안 5건이 거래되며 가격이 10억∼10억6000만원을 기록하다 9월에는 11억원으로 올랐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84㎡)도 8월 5건이 거래되며 8억6000만∼9억6800만원을 기록하다 10월에는 8억8000만∼10억150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잠실 엘스(84㎡)도 8월에는 9억1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0월에는 10억500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강남 재건축 시장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거래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9월 아파트 실거래 신고분이 3만3685건으로 전월 대비 8.6% 늘어났다. 지역별로 서울과 수도권이 각각 5.5%, 11.5% 증가했다. 미분양 감소세도 바닥론의 근거가 됐다.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10만3981가구로 3개월 연속 줄었다.
하지만 이 수치만 보고 바닥이라 보기엔 이른 감도 있다. 거래량 회복 조짐은 9월이 계절적으로 이사 수요가 많은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국토부 실거래가 신고분은 8월 5만 건에서 9월 5만5000건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분양 감소세는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 영향이 크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9월에도 전월과 비슷한 수준인 2만8152가구로 지난해 말 대비 10%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 수도권 시장은 여전히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