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은 연간 200만 달러를 들여 자신의 모든 장기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고, 과학적 근거에 따라 설계된 수면·식단·운동 프로토콜로 노화 속도를 ‘0.64년/년’까지 늦췄다고 발표했다. 서울 강남의 한 수영 국가대표 선수는 AI와 매일 대화하며 자신에게 맞는 수면 영양제 조합을 찾아 이번 시즌 금메달을 땄다. 한남동의 40대 직장인은 카카오톡으로 어머니에게 혈당 데이터를 공유하고 “저녁 뭐 먹었니”라는 안부 문자를 받는다. 서울병원에서 AI 통역으로 진료받고 두바이로 귀국한 중동 자산가는 현지에서 챗봇 상담과 웨어러블 데이터 모니터링을 이어간다.
이 네 장면은 모두 2026년 오늘의 풍경이다. 장수산업(Longevity Industry)은 더 이상 ‘수명 연장’이라는 추상적 목표를 좇지 않는다. 데이터로 연결된 일상의 작은 행동, 그 연속성이 곧 장수라는 명제 위에 서있다.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나타난 장수 산업의 핵심 트렌드는 AI 기술이 웨어러블, 가전, 로보틱스 등 구체적인 제품으로 구현되어 실생활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고령화와 만성질환으로 인한 돌봄 부담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에이징테크’가 부상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거 공간 전체를 건강 관리 허브로 만드는 ‘AI 웰니스 홈’ 콘셉트를 선보이며, 고령자의 생활 리듬과 신체 관리를 통합적으로 돕는 환경을 제안했다. 안마기기 전문 브랜드 바디프랜드에서는 로보틱스 기술을 바탕으로 고령자의 재활 및 이동을 보조하여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도록 돕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해외 기업들은 반지나 신발 깔창 등 신체에 밀착된 형태로 생체 데이터를 정밀하게 포착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페블(Pebble)은 음성 기록 및 문자 전환 기능을 통해 중장년층의 기억 관리를 돕는 스마트링을, 멘타그래프(Mentagraph)는 맥박과 피부 반응으로 스트레스를 수치화하는 기술을 전시했다. 그 외에도 오르페(ORPHE)는 신발 깔창 형태의 센서로 보행 데이터를 분석하여 낙상 위험을 관리하고 재활을 돕는 제품을, 위딩스(WITHINGS)는 체중계와 센서를 결합해 심혈관 및 대사 상태를 다각도로 평가하는 방식을 전시하는 등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들이 소개됐다.
흥미로운 점은 장수에 대한 관심이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려는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인지 기능 지원, 세포 노화 지연 영양제, 후성유전학 연령 테스트기 등 다양한 제품군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는 매일 개인화된 습관으로 건강을 관리하려는 특징을 보인다. 이들은 기성세대보다 더 많은 금액을 건강 관리에 지출하며,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관리에 개방적이다. 맥킨지&컴퍼니의 2025년 웰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는 피부·모발 등 외모 관리를 포함한 건강 관리에, 밀레니얼 세대는 마음챙김(Mindfulness)과 수면 관리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헬스 트래킹 기기, 마사지 도구, 영양제 구독 앱 등 재량적 웰니스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실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부가가치 장수 서비스가 디지털 플랫폼을 타고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중증 외국인 환자를 위한 AI 기반 통합진료 플랫폼을 구축해 의료 데이터를 8개 국어로 자동 번역하고, 접수부터 원격 진료, 귀국 후 사후 관리까지 단일 채널에서 관리한다. K-의료관광은 이제 단발 시술이 아니라 입국 전 사전 상담부터 치료 후 본국에서의 AI 챗봇 상담, 웨어러블 연동 모니터링으로 이어지는 ‘통합 환자 여정’ 설계로 진화했다. 중동·동남아 자산가의 가족 단위 의료·웰니스 여행이 폭증하는 구조적 수요와 맞물리면서, 한국은 글로벌 장수 서비스 허브로서의 포지션을 확보해가고 있다.
이 거대한 전환의 한복판에 한국 기업들이 있다. 일상의 진입점을 잡은 알고케어와 휴레이포지티브, 연속 모니터링과 데이터 허브를 구축하는 카카오헬스케어와 필라이즈, 의료·제품·공간을 묶는 AAC홀딩스, 국경을 넘는 플랫폼을 만드는 서울아산병원 — 한국 장수산업은 네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공통점은 세 가지다. 첫째, 지속가능성을 기술의 제1 원칙으로 삼는다. 좋은 기술이 아니라 매일 쓰게 만드는 기술이 이긴다. 둘째, 정밀한 데이터와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 건강 불평등을 유발하지 않는 대중적·지속적 장수를 지향한다. 실리콘밸리의 VIP 롱제비티 클리닉과는 다른 경로다.
장수는 더 이상 ‘나중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영양제를 삼키는 아침 30초, 식후 5분 걷기, AI에게 “오늘 피곤하다”고 말하는 한마디, 가족과 혈당을 공유하는 메시지 한 줄. 이 작은 행동의 연속성이 기술을 만나 장수를 만든다. 측정에서 케어로, 디바이스에서 생태계로, 병원 안에서 일상과 국경 너머까지.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알고케어와 카카오헬스케어의 경쟁력을 알아본다.
[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