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생. 2007년 CJ그룹에 입사해 12년간 CJ인재원 신입사원 입문교육과 CJ제일제당 소비자팀 VOC 분석,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며 다채로운 직무를 경험했다.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9급 공무원 세대〉로 은상을 수상했다. 필명은 편집왕. 이 내용이 담긴 <90년생이 온다>는 ‘2018년 올해의 경제/경영서’에 선정됐다. 지난해 말 <2000년생이 온다>를 출간했다. 현재 플라밍고엔터테인먼트 대표, 스타트업 어반랩스의 마케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한 회사에서 회식을 하는 데 2000년대생 신입이 자기는 일이 있어 빠지겠다고 했답니다. 다음 날 출근을 해보니 공동비용이 모두 회식비로 사용됐어요. 좀 억울한 마음이 든 신입이 임원에게 자신은 회식에 가지 않았으니 회식비를 N분의 1로 나눠 1인당 비용을 지급해 달라고 했답니다. 임원이 뭐라고 했을까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상황일 수도 있는데, 이 임원은 이미 MZ세대를 경험했거든요. 회식비는 공동비용이지 개인비용을 합친 게 아니라고 답하고 어느 회사도 N분의 1로 나누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전달했답니다. 원칙을 잘못 알고 있다는 걸 원칙적으로 알려준 것이죠. 그 이후로 회식이 있는 날이면 그 사실을 공지한다고 하더군요.”
6년 전 <90년생이 온다>로 세대 간 갈등과 소통에 대한 바람을 몰고 왔던 임홍택 작가가 이번엔 <2000년생이 온다>는 제목으로 후속작을 발표했다. 임 작가는 “1970년대생 CEO와 1980년대생 임원이 낯설지 않은 상황에 2000년대생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고 있다”며 “그들 사이에 개인주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Q 책이 출간된 지 2개월 남짓인데 벌써 3쇄라고 들었습니다.
A 제가 들고 있는 책이 1만8110권째예요. 이렇게 표지를 넘기면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책이 몇 번째로 인쇄되고 완성됐는지 스티커로 붙여놨습니다. 책을 내다보니 몇 쇄, 몇 부가 나갔는지 투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도하게 됐어요. 마지막 장에 몇 부부터가 몇 쇄라고도 표기해 놨는데, 이건 3쇄네요.
Q <90년생이 온다>의 후광인가요.
A <90년생이 온다>를 출간한 후에 아내가 출판사를 냈어요. 그러니까 제 책을 직접 만드는 셈인데, 아직 별다른 비용이 없어서 마케팅 한 번 못했습니다. 지금까진 순수하게 판매된 건데, 아무래도 90년생의 영향이 없진 않았습니다.
Q <90년생이 온다>는 100쇄를 넘긴 베스트셀러가 됐는데요.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개인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어서 회사를 퇴사했고, 제 동문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어반랩스의 마케팅 자문을 하고 있어요. 제가 책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은 직장생활이거든요.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고 그 친구들과 부딪치면서 고민도 하고.(웃음) 지금도 그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아, 어반랩스에는 2년 전부터 2000년생이 입사하기 시작했어요.
Q 90년생과 2000년생 10년 터울입니다. 어떻게 다른 겁니까.
A 요즘 MZ세대부터 알파세대(2011년~2025년생),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까지 비슷한 신조어에 피로감도 느껴지는데, 1990년생과 2000년생은 확연히 다릅니다. 공무원과 공기업은 이미 흘러간 트렌드가 됐어요.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만나보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에 확신이 있어요. 막연히 이 정도 준비하면 어느 정도의 길을 걷겠구나가 아니라 확실한 길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정보가 넘쳐나기도 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죠.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얻고 결혼하는, 이 나름의 단계를 더 이상 합리적이라고 보지 않아요. 현 상황에 대해 바로 계산기를 두드려봅니다. 전 이걸 디지털세대의 특성이라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지금의 나는 서울 어디에서 어느 정도의 직장을 얻을 수 있고, 월급 300만원 정도 받으면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서울서 집은 못 사고, 그럼 결혼은 포기…. 이런 식의 판단을 하는 거죠. 막연하게 준비하는 친구는 없어요.
Q 정보에 근거해 인생을 설계한다? 장단점이 분명해 보이는데요.
A 그렇죠. 그래서 디지털의 장점을 살리되 아날로그의 장점도 필요합니다. 마크 저커버그도 “시작할 때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원래 아이디어는 완벽한 상태로 떠오르지 않고 실행하는 과정 속에서 명확해질 뿐”이라고 했잖아요.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지금은 당연히 모든 걸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 알 수 있다고 판단하죠. 때로 직장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이상한 사람들이 싫어서 창업하겠다는 2000년대생들도 있는데, 가장 효율적으로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직장이에요. 이런 사실을 알려주고 오해를 없애는 게 제 목푭니다.
Q 직장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르다?
A 70년대생 임원, 80년대생 팀장들이 갖는 인식은 소중한 공간이죠. 이미 10년, 20년 이상 다니고 있고 버릴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 입사하는 2000년대생들에겐 그리 매력적인 공간도, 내 인생을 다 바칠 공간도 아니에요. 선배들에겐 동료들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니 가족 같은 회사란 말도 나왔습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진짜 가족 같은 거예요. 하지만 이제 막 입사한 신입들에겐 그런 시간이 아예 없었잖아요. 오히려 평점(숫자)으로 평가받는 공간이에요. 그래서 월급은 얼마고 야근은 얼마나 해야 하는지 먼저 묻습니다. 당연히 알아야 할 정보인데, 선배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실망합니다. MZ세대 쯧쯧, 돈부터…. 뭐 이런 거죠.
Q 디지털 세계에선 답이 확실하다는 의미군요.
A 월급이나 야근, 복지 등의 혜택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정보잖아요. 그런데 선배 세대는 먼저 물어보면 실망합니다. 해결법이요? 순서를 바꾸면 되지 않을까요.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먼저 명확하게 공개하고, 그다음에 일을 잘하는지 평가하면 됩니다.
Q 2000년생을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의 탈회사형 AI인간’이라고 표현한 건 이러한 과정을 축약한 것이군요.
A 애플의 CEO인 팀 쿡이 “인공지능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사람이 인공지능처럼 되는 게 무섭다”고 했잖아요. 모든 상황이 숫자처럼 명확하게 딱 떨어질 순 없습니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죠.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설명해야 하는 이(선배)나 들어야 하는 이(후배)들 모두 괴로울 수밖에 없어요. 사회가 디지털화되면서 뭐든 딱딱 떨어지는 환경에 사는 친구들이 지금의 2000년대생들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업무와 다르면 “내가 이 일을 왜 하죠?”라고 묻는 게 당연한 세대죠. 그런데 10년, 20년 전에는 그러지 않았거든요. 이럴 땐 순서만 바꾸면 됩니다. “이 업무부터 진행하세요”가 아니라 “이러이러한 연유로 이 업무부터 해결하게 됐으니 이 부분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한 후 “그래서 당신은 이 파트를 담당해야 한다”고 지시하면 해결됩니다.
Q 올 들어 사회 전반에 1970년대생들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이들과 2000년대생 사이에는 한 세대라는 세월이 있는데요. 이들이 꼭 챙겨야 할 소통법이라면.
A 1970년대생은 사실 윗세대와 아랫세대에 낀 세대이기도 합니다. 10년 전 MZ세대가 나타났을 때 팀장급이었죠. 선배들은 MZ세대라 불리는 1990년대생들과 소통 좀 잘하라고 윽박 아닌 윽박을 지르고, MZ세대 앞에서면 왜 그런지 모르니 답답하고. 관련된 책도 많이 봤을 거예요. 결론부터 말하면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었을 뿐, 열심히 살아온 그분들은 잘못이 없습니다. 사실 소통은 리더가 나서야지 팀장에게 전가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현재 리더로서 2000년대생을 마주하게 됐어요. 자신이 겪은 일을 다시 반복하게 될까요? 원칙을 얘기하는 건 그 원칙을 지키라는 게 아니라 뭐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중요한 건 직접 나서는 겁니다. 그런데 1970년대생은 X세대예요. 개인주의 성향이 충만한 세대죠. 다시 물어볼게요. 2000년대생은 개인주의자인가요? 그렇죠.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달라요. 나도 중요하고 너도 중요하고 개인이 소중하다는 개념이에요. 보수나 진보, 나와 가족을 우선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정확하게 이득을 보는 거죠. 내가 싫어하는 걸 해소하는 게 소통의 첫걸음이 돼야 합니다.
Q 그렇다면 반대로 2000년대생들이 1970년대생 CEO와 소통하려면 어떤 점을 알고 접근해야 하는 겁니까.
A 맞는 얘기도 옳게 전달해야 합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대사처럼 기계가 일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로봇이나 AI는 손해 보는 일이 없어요. 그런데 인간은 그렇지 않죠. 맞는 얘기도 잔혹하고 싸가지 없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해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거예요. 리더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