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두근두근 리오프닝 비즈니스] Part1 물 만난 해양 레포츠 | 캠핑보다 서핑, 골프 대신 요트
김병수 기자
입력 : 2022.06.07 14:18:39
수정 : 2022.06.07 14:20:38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줄어들면서 일상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일상의 풍경을 변화시켰다. 그중 하나가 언택트로 인한 테크 일상화와 골프 등 레포츠 시장의 활성화다. 이런 상황은 위드코로나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위드코로나 시대 각광받을 비즈니스 현장을 들여다봤다.
# 공무원 A씨(48)는 해외여행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일본행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유는 요트 구매. 국내에서 사용되는 중고 요트의 상당수가 일본에서 거래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요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A씨는 좋아하던 골프를 그만두고, 요트운전면허증도 취득한 상태다. A씨는 “요트의 연식이나 크기, 상태에 따라 가격 차가 크기는 하지만 중고는 일반인들도 접근이 가능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빌려서 타는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쉬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든 아니든 레포츠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요트, 모터보트, 카약과 서퍼보드 등 다양한 수상레저를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다.
부산관광공사가 지난해 7~8월 광안리, 다대포, 송도, 송정, 해운대 5개 해수욕장에서 해양레저를 즐긴 체험객 1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체험객의 30%가 서핑을 즐기며 요트와 패들보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체험객 중 60% 이상이 20, 30대이며 40대가 17%, 10대 이하가 12%를 차지했고, ‘혼자’, ‘수시로’ 즐긴다는 응답도 높았다. 코로나 이후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해 ‘휴양과 레저, 문화가 공존하는 마리나’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소비력을 갖춘 사람들이 해양레저 활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소형 중고 요트 가격 1억~2억원대
국내 요트족은 지난 2015년 마리나법 개정 이후 늘고 있다.
2008년 2000대도 되지 않았던 동력수상레저기구는 2020년을 기점으로 3만2000대를 넘어섰다. 최근 5년간 동향을 보면 3000대씩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레저보트를 직접 보유하려는 이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를 취득하는 사람도 덩달아 늘고 있다. 동력수상레저기구 신규 조종면허 취득 인원은 2012년 1만4233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0년 2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매년 2만 명 이상 신규로 취득하고 있다. 바람을 주 동력으로 사용하는 선박을 ‘요트’, 엔진을 주동력으로 쓰는 선박을 ‘보트’라고 불렀으나 최근 엔진을 장착한 요트가 늘면서 구분이 모호해졌다.
경인아라뱃길 아라마리나 관계자는 “돛과 바람으로 움직이는 작은 ‘세일링 요트’부터 엔진을 장착한 보트, 파티까지 벌일 수 있는 ‘슈퍼 요트’까지 모두 요트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요트 보유 유지비 年 1000만원
‘요트=사치’라는 인식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최근 동호회와 낚시취미의 증가로 요트 한 척을 사서 즐기는 일반인들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이 일본이나 미국에서 들여온 중고 요트다. 가격은 1억~2억원 정도로 형성돼있다. 최근에는 1억원 이하의 20~30년 된 요트 수요가 많다. 새 요트의 가격은 크기나 스펙에 따라 3억원에서 십수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프랑스 베네토, 라군, 미국 헌터, 독일 바바리아 등이 국내에서 많이 팔린다. 대형 슈퍼요트의 경우 100억원을 넘는 가격이지만,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요트를 살 때는 유지비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34피트(약 10m) 요트 기준으로 해상 계류비는 월 40만~80만원, 연간 약 500만~900만원이다. 1년에 한 번 뭍으로 들어 올려 선체를 관리하는 비용까지 합하면 연간 유지비는 최소 1000만원 이상 든다.
영종도 왕산마리나 관계자는 “요트는 자동차와 달리 20~30년까지 탈 수 있고, 배우는 데 큰돈이 들지 않아 골프를 치는 것보다 더 쌀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요트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많고, 몇 명이서 배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1박 2일, 2박 3일 등 며칠 동안 요트를 통째로 전세를 내는 수요도 늘고 있다.
여성 요트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회사원 정은서 씨(44)는 “선주가 아니어도 요트를 탈 방법은 많다. 배를 굳이 소유할 게 아니라면 골프나 사이클에 비해 그렇게 비싼 취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핑 인구 100만 시대
수상레저 중 가장 활발한 분야는 서핑이다. 국내 서핑 인구는 꾸준히 즐기는 층 40만 명, 입문자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을 헤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유럽, 호주 등지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끌던 서핑은 지난 1995년 제주도에 서핑클럽이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제주 중문, 부산 송정을 중심으로 서핑숍이 확대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특히 최근에는 강원도 양양이 서핑 메카로 떠오르면서 수도권 이용객을 견인했다.
국내 서핑 여행지로 각광받는 곳은 강원도 양양, 제주 중문, 부산 송정, 태안 만리포 등이다. 해변가에는 서핑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서핑 스쿨이 늘어서 있다. 서핑스쿨은 대부분 게스트하우스나 식당을 함께 운영한다. 서핑 강습을 받은 뒤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고, 다음날 자유 서핑을 즐기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국내 ‘서핑 성지’로 불리는 강원도 양양군 죽도 인구 해변 일대는 관광 수요가 크게 늘면서 서핑숍,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 상권이 형성, ‘양리단길’로 불리기도 한다. 해마다 양양군을 찾은 서핑 인구는 50만 명가량으로 양양군 인구의 약 18배에 달했다. 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전국의 서핑 인구 중 45%가 지난해 양양군을 방문하고, 전국 서핑 스쿨의 40%인 81곳이 양양지역에 몰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양군 관계자는 “서핑 해양레저 특화사업 전략에 발맞춰 앞으로 서핑숍, 드라마 제작,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제조, 요리, 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핑 관련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며 “양양군이 서핑으로 명실상부한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서핑의 인기가 가파르게 치솟는 이유에 대해 대체로 접근성, 젊은 층의 클럽·게스트하우스 문화, 여성 이용객 증가가 기폭제가 됐다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실제 여성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해양레저가 서핑이다. 시흥에 위치한 인공 서핑장 웨이브파크 관계자는 “서핑은 장비 가격이 많이 드는 요트나 스킨스쿠버에 비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좋다”면서 “강원도 동해안과 수도권에 인접한 서해안 지역에 서핑 비치가 만들어지고 교통 여건이 좋아진 것도 한 원인”이라 풀이했다.
최근에는 서핑이 여름 해변 문화의 일부에서 지역에 따라 4계절 레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강원도는 계절풍의 영향으로 가을부터 봄까지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몰려온다. 반면 남해안은 여름이 좋다는 게 통설이다. 강원도 서핑협회에 따르면, 서퍼의 90%가 늦은 봄부터 초가을에 바다를 찾는다. 이승대 강원도서핑협회 회장은 “최근에는 마니아뿐 아니라 실력을 키우려는 입문자도 가을부터 봄까지 많이 찾는다”면서 “사계절 서핑 문화가 조금씩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송정해수욕장은 해수욕장 정식 개장 기간(7~8월) 해수욕객 보호를 위해 서핑 가능 구역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간 전체 백사장 1.2㎞ 중 80m 구간만 서핑을 허용하다 서퍼들로부터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비판을 받자 전체 서핑 구역을 늘렸다. 부산시서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송정해수욕장을 이용한 서퍼는 35만 명으로 해마다 20%씩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서핑 열풍은 인공 서핑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웨이브파크는 시화멀티테크노밸리(시화MTV) 내 거북섬 일대에 위치한 인공 서핑장이다. 내부에는 서핑장과 파도 풀, 수상레저 체험장, 다양한 놀이시설 등을 갖춰 유아부터 성인 서퍼까지 즐겨 찾는 해양레저 관광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