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코로나 서비스 로봇 시대 열렸다] Part Ⅰ 로봇혁명 현황은 | 코로나19가 앞당긴 지능형 로봇 시장 빅테크 기업 너도나도 ‘메타모빌리티’ 참전
김병수 기자
입력 : 2022.01.27 10:50:02
수정 : 2022.01.27 13:44:06
삼성전자는 이번 CES 2022에서 가사 로봇인 ‘삼성 봇 핸디’와 인터랙션 로봇인 ‘삼성 봇 아이’를 공개했다. ‘삼성 봇 핸디’는 저녁 식사를 위한 테이블 세팅을 해주는 등의 시나리오를 통해 다양한 기능이 소개됐다. ‘삼성 봇 아이’는 사용자 곁에서 함께 이동하며 보조하는 비서 역할을 하는 로봇이다.
기본적으로 로봇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유형은 공장에서 조립하는 데 사용되는 것과 같은 위치가 고정된 조립라인용이다. 명확히 그 일만을 위해 설계된 매우 통제된 환경에서만 작동한다. 반면 두 번째 유형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으로 구성된다. 이런 로봇들은 실세계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미 ‘위드 로봇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CES 2022에선 단순 명령을 이행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서 소비자의 상태, 상황 등을 파악 후 AI가 상호 작용을 통해 로봇 가전 등을 수행시키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로봇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로봇의 일상화’가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는 글로벌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기업들은 로봇 산업에 인재와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CES 2022에 선보인 ‘삼성 봇 아이’와 ‘AI 아바타’, 가사 보조 로봇인 ‘삼성 봇 핸디’
▶대세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
지금까지 로봇 시장을 산업용이 주도해왔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은 시장 판도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먼저 AI 기술과 함께 클라우드(가상서버), 5G(5세대 이동통신), 센서 등 로봇의 두뇌와 오감(五感) 역할을 하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 식품 제조와 의료 보조, 청소, 배달 같은 복잡한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의 등장이 가능해졌다. 이어서 신종 코로나 대유행(팬데믹)이 비대면 사회로의 변화를 부채질하고 서비스 자동화 수요를 창출, 서비스 로봇 시장을 크게 키웠다.
대표적인 서비스 로봇은 웨이터 로봇이나 물건을 배달하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국내에선 배달의민족이 2017년부터 배달 로봇에 뛰어들었다. 배달의민족은 식당부터 소비자의 집 앞까지 로봇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는 주문을 한 후 알림이 오면 현관문을 열고 딜리드라이브에서 본인 인증을 한 후 음식을 꺼내면 된다. 최근엔 요리나 간병 등을 담당할 수 있는 서비스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일찌감치 이 시장에 뛰어든 LG전자는 음식 등을 배달하는 클로이 서브봇, 살균·소독에 특화된 클로이 살균봇, 커피를 만드는 클로이 바리스타봇 등을 선보였다. 클로이 서브봇의 경우에는 ▲선반형 서빙 로봇 비즈니스 ▲선반형 서빙 로봇 이코노미 ▲서랍형 서빙 로봇(호텔용) 총 3가지. 라이다 센서뿐 아니라 각 선반마다 ToF 센서를 탑재해 음식 유무를 자동으로 감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기능으로 음식을 내리면 별도의 조작 없이 자동으로 다음 이동 장소로 출발한다.
삼성전자는 CES 2022에서 가사 로봇인 ‘삼성 봇 핸디’와 인터랙션 로봇인 ‘삼성 봇 아이’, AI 아바타를 공개했다. 앞서 ‘삼성 봇 핸디’는 저녁 식사를 위한 테이블 세팅을 해주는 등의 시나리오를 통해 다양한 기능이 소개됐다. ‘삼성 봇 아이’는 사용자 곁에서 함께 이동하며 보조하는 비서 역할을 하는 로봇이다. 원격지에서 사용자가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기능이 특징이다. AI 아바타는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가 필요한 일을 대신해주는 개념의 라이프 어시스턴트다. 온디바이스대화 인식, UWB(초광대역통신) 위치 인식, IoT 가전 제어 기능 등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음식점 등에서 주문을 받아 서빙하는 ‘삼성봇 서빙’과 고객 응대 로봇인 ‘삼성봇 가이드’, 착용형 보행 보조 로봇인 ‘젬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삼성봇 시리즈를 출시해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스타트업 클록워크(Clockwork)는 지난 5월 말 샌프란시스코 매장을 열면서 네일아트 로봇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머신러닝 기반 AI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손톱 모양을 학습하고 피부 경계를 구별해낸다. 덕분에 사람마다 모양이 제각각인 손톱을 기존 네일아트 전문가보다 빠른 속도로 칠할 수 있다. 간호 보조 로봇도 곧 나온다. 홍콩의 인공지능 로봇 개발 기업 핸슨 로보틱스가 ‘그레이스’라는 간호 업무 보조용 로봇을 개발해 내년에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레이스는 갈색 단발머리 여성의 모습을 본뜬 모양으로, 영어와 중국어로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 가슴에 달린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는 등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월드 로보틱스, 서비스 로봇 2020’ 자료에 따르면 일반 서비스 로봇 시장은 연평균 23%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2019년 57억달러(약 6조8365억원)에서 2023년 121억달러(약 14조5127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 등 전문 서비스 로봇은 같은 기간 126억달러(약 14조8300억원)에서 380억달러(약 44조7450억원)로 연평균 44.5%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됐다. 관련해서 가정용 로봇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글로벌 가정용 로봇 시장 규모는 2017년 20억달러(약 2조3800억원)에서 올해 97억달러(약 11조5600억원)로 매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로봇 산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서비스용 로봇 경쟁력도 높아지는 추세다. 가사 서비스용 로봇 관련 특허출원은 2016~2020년 5년간 평균 216건으로 나타났다. 2011~2015년 과거 5년간 109건과 비교해 연평균 16% 증가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사람과 교감하며 원하는 대로 움직이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출원이 전체 출원의 36%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2020년 최근 10년간 전체 가사 서비스용 로봇 특허 출원 1622건 중 대기업이 가장 많은 647건으로 약 40%를 차지했다. 노경식 현대로보틱스 연구소장은 “기술적 관점으로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5G, 인공지능 등 기술발달이 로봇기술과 융합하고 확산될 것”이라 예상했다.
LG전자와 CJ푸드빌이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LG 클로이 서브봇’을 선보였다.
▶로봇에 경계 없다… 업종 간 빅블러
로봇 산업이 지능형 서비스 로봇을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관련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삼성과 LG, 현대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로봇 사업을 낙점하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먼저 현대차 그룹은 로봇 부문을 자동차, UAM과 함께 3대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지난해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사내에서도 별도의 로보틱스랩을 운영 중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로봇 개’로 알려진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과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 등을 개발해 주목받은 기업이다. 자율주행(보행)과 로봇팔, 인지·판단 등 분야의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공장에서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을 비롯해 제조·물류·건설 분야에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역량을 접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로봇사업화 전담팀(TF)’을 신설했었다. 이후 지난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1년도 채 안 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키며 로봇 산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로봇 사업을 회사의 미래 핵심 기술로 꼽았다. 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로봇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와 인수합병(M&A)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부회장은 최근 “부품과 세트(완제품) 모두에서 (M&A) 가능성을 크게 열어 놓고 있다”라며 “중장기적, 단기적인 것을 다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LG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이미 유망 로봇 기업을 인수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3년 내 의미 있는 기업 인수합병(M&A)’을 공언한 삼성전자가 로봇 기업 인수에도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LG전자·현대차 이어 삼성 로봇 기업 인수할지 관심
LG전자는 일찍부터 신성장동력으로 로봇을 점찍고 2020년 연말 조직 개편에서 로봇사업센터를 4개(당시 5개였지만 2021년 MC사업부 폐지) 사업 부문 중 하나인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 내 로봇사업담당으로 재편해 이관했다. 로봇·AI 등 미래 기술을 담당하는 부서가 바로 BS사업부다. 전장과 함께 LG의 미래 사업의 또 다른 축으로 꼽힌다. LG 역시 삼성처럼 가전과 연결될 가정용 로봇을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LG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에 초점을 맞춰 상용화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부터 각종 로봇 전문 기업 인수를 진행했다. 2017년 SG로보틱스, 2018년 로보스타 등 로봇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로봇사업센터를 세웠고 배달·요리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병원과 호텔, 식당 등에서 자율주행하며 물건을 운반하는 ‘LG 클로이 서브봇’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도슨트(Docent) 기능이 탑재된 안내 로봇 ‘LG 클로이 가이드봇’, 비대면 방역 로봇 ‘LG 클로이 살균봇’ 등의 제품들을 선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서울경마공원과 서울시민대학 동남권캠퍼스에 LG 클로이 가이드봇이 새로 도입되기도 했다. 특히 LG전자는 BS(Business Solutions) 사업본부 내 ‘로봇사업센터’와 최고기술경영자(CTO·Chief Technology Officer) 산하의 ‘로봇선행연구소’ 등 로봇 사업 전담 조직을 두고 신제품 개발과 특허 기술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은 한국의 협동 로봇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두산로보틱스를 통해 한국 협동 로봇 기업 최초로 ‘글로벌 톱5’에 진입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 후 협동 로봇을 중심으로 생산 중이다. 협동 로봇은 산업용 로봇의 대표적인 로봇 종류 중 하나로 사람과 협업해 생산이나 노동을 수행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 해 동안 협동 로봇 1000대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협동 로봇, 수소 드론, 물류 자동화 솔루션 부문 등이 성장가도에 올라설 때”라고 강조했다.
두산로보틱스는 ‘CES 2022’ 기간 중엔 ‘협동’을 주제로 로봇 시연을 진행했다. 부스에서 사과를 수확하거나 드럼 연주를 도와주는 로봇을 시연했다. 두산의 카메라 로봇은 혁신상을 받았다.
SK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로봇 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 다만 자체 제조보다 AI와 통신망을 강점으로 로봇 제조 기업들과 양해각서 및 업무협약(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을 맺는 방식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KT는 현대로보틱스에 500억원을 투자해 10%에 해당하는 지분을 취득하면서 로봇 산업에 진출했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랩스를 통해 자율주행과 클라우드(Cloud) 기술을 결합한 각종 로봇을 중심으로 로봇 시장에 진입했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수요의 증가도 있지만 결국은 핵심 기술들이 고도화되고 융·복합되면서 산업용 로봇에서 협동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적용처가 더 다양해지며 더 큰 무인화 시장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2’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의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아마존·테슬라 등 앞다퉈 개발 나서
아마존, 테슬라, 알리바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잇따라 로봇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아마존은 가정용 로봇을 출시하며 로봇 대중화에 나섰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테슬라 봇’으로 사람이 일하는 방식을 바꿔놓겠다”고 선언했다.
아마존은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를 선보였다. “아스트로, 따라와”라고 하면 로봇이 말한 사람을 졸졸 따라오고, “이걸 누구에게 갖다줘” 하고 아스트로 뒷공간에 물건을 실으면 자동으로 배달한다. 아마존의 음성인식 비서인 ‘알렉사’와 연계돼 전화 통화와 메시지 알림 등도 가능하다. 500만 화소 카메라가 달렸고, 외출 시 앱을 통해 아스트로를 원격 조정해 집 안을 살펴볼 수도 있다. 아스트로는 1m 길이의 잠망경이 탑재돼 있어, 높은 선반에 있는 물건들도 확인할 수 있다. 아스트로는 유리 깨지는 소리, 연기 등을 자동 감지해 집 안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람에게 알림을 보낸다. 아마존은 “모든 가정이 5년에서 10년 사이에 아스트로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외신들은 1000달러(약 120만원)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아마존이 2014년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알렉사를 선보이면서 AI 대중화를 이끈 것처럼, 로봇 대중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대중화를 이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의 다음 목표도 로봇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테슬라 AI데이’에서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테슬라 봇 시제품을 내년 선보이겠다”고 했다. 자율보행 기능을 갖춘 테슬라 봇은 키 172㎝에 몸무게 56㎏으로 사람처럼 손가락을 움직이고 짐을 운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사람 형태의 로봇을 개발해 공장뿐 아니라 가정용 로봇으로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는 배송 로봇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알리바바는 6일 “자회사인 다모아카데미가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샤오만뤼’의 배송 건수가 1년 만에 누적 100만 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로봇인 샤오만뤼는 1회 충전으로 100㎞까지 운행할 수 있다. 중국 내 52개 지역, 160곳 이상의 단체와 학교에서 배송을 맡고 있다. 2018년 인간형 로봇 아시모 개발을 중단했던 일본 혼다는 이달 초 “2024년 시제품 공개를 목표로 아바타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현실(VR) 헤드셋과 촉각을 전달하는 장갑을 이용, 원거리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하는 로봇을 만들어 원격 수술이나 극한 환경에서의 작업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은 로봇 산업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모빌리티다. 자동차 업체가 모빌리티에 뛰어들면서 자율주행에 이어 로봇 산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CES 2022’ 기간 중에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메타버스+모빌리티)’라는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해 모빌리티(Mobility) 업체 중 가장 혁신적으로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결돼 이동 범위를 가상공간까지 확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여기서 핵심 역할은 로봇이 담당한다. 메터버스에 접속한 사용자는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진 로봇에게 명령을 내리고, 현실의 로봇은 이 같은 명령을 실현에 옮긴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공간에 접속한 사용자는 현실에 있는 로봇과 상호 작용하며 집에 있는 반려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산책도 함께 한다. 이뿐 아니다. 모든 사물이 로봇을 통해 이동하는 ‘MoT(Mobility of Things)’도 현대차그룹의 비전이다. 현대차그룹이 CES 2022에서 공개한 ‘PnD 모듈’과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Mobile Eccentric Droid)’는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한다는 MoT 개념이 반영된 로봇들이다.
PnD 모듈은 인휠(in-wheel) 모터와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등 기존 자동차의 구동 체계와 환경인지 센서가 결합된 일체형 모빌리티다.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를 바탕으로 지능형 스티어링, 주행, 제동이 가능하다. 연속적인 360도 회전은 물론 자유로운 움직임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사물에든 부착해 이동성을 부여할 수 있다.
모베드는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다용도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너비 60㎝, 길이 67㎝, 높이 33㎝의 직육면체에 4개의 바퀴가 달린 모베드는 다양한 물건을 실을 수 있는 다용도 모빌리티다. 모베드에 적용된 DnL(Drive and Lift) 모듈은 각 휠이 독립적으로 기능하고 각 휠에 장착된 모터가 물체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돼 원하는 기울기를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는 모베드가 흔들림을 최소화해야 하는 배송 및 안내 서비스, 촬영 장비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지턱 등 도로의 요철과 좁은 공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에 실내외를 오가는 안내·서빙 로봇으로도 쓰일 수 있다.
로봇과 메타버스가 결합한 대표 사례로는 ‘메타팩토리’가 꼽힌다. 현실의 ‘스마트팩토리’를 디지털 세계인 메타버스에 그대로 옮긴 ‘메타팩토리(Meta-Factory)’를 구축해 공장 운영을 고도화하고 제조 혁신을 추진하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먼저 올해 말 싱가포르 주롱 혁신단지에 부지 4만4000㎡, 연면적 9만㎡, 지상 7층 규모로 건립되는 HMGICS를 그대로 구현한 첫 메타팩토리를 구축한다.
‘HMGICS 메타팩토리’를 올해 말 1단계 도입 후 2025년까지 최종 구축을 마무리한 뒤 기술 고도화를 지속할 방침이다. HMGICS 메타팩토리는 차량 주문과 생산, 인도 등 자동차 생애주기 가치사슬 전반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개방형 혁신 기지이자 스마트팩토리로서 소규모 생산 혁신 기술 거점인 HMGICS의 운영을 뒷받침하며 제조 시스템 혁신을 지원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신차 양산을 앞둔 공장은 실제 공장을 시범 가동하지 않고도 메타팩토리 운영을 통해 최적화된 공장 가동률을 산정할 수 있게 돼 실제 공장 운영 시 이를 반영할 수 있다. 또한 메타팩토리가 현실 공장을 실시간으로 구현함에 따라 공장 내 문제 발생 시 신속한 원인 파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물리적 방문 없이도 문제를 원격으로 실시간 해결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 ‘삼성 봇 아이’의 텔레프레즌스 역시 유사한 맥락에 놓여있다.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는 tele(원거리)와 presence(참석)의 합성어.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멀리 떨어진 상대방이 눈앞에 있는 듯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차세대 화상회의 시스템 기술이다.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사용 영역을 원격 진료 등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알리바바, 아마존이 물류사업에 로봇 사용을 확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물류에서 자율주행 기수로가 결합한 로봇의 주된 응용 분야는 제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라스트마일(Last Mile)이다. 맞춤형 제품의 신속 배송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물류 분야에서 로봇 활용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에 전시된 두산로보틱스의 협동 로봇. 로봇이 스마트팜에서 자란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수확·포장하고 있다.
▶로봇 렌털 사업 성장 기대
로봇은 그러나 도입에 비용이 많이 든다. 때문에 로봇을 임대해주는 사업 모델도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물류창고나 제조공장에서 사용되는 로봇을 빌려주는 사업이 활발하다. 이른바 ‘구독형 로봇 임대 서비스(RaaS·Robotics-as-a-service)’다. 매달 일정액을 내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덜어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화이트캐슬이 도입한 플리피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RaaS다. 개별 사업장 혹은 가정에 맞는 로봇을 빌려주고 유지·관리까지 해주면서 사용료를 받는 ‘서비스 로봇’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내에선 로봇자동화 플랫폼 기업인 빅웨이브로보틱스는 로봇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로봇을 임대해주는 공급기업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KT도 관련 사업에 나섰다. 로봇을 3년 약정 형태로 임대해주고 24시간 관제서비스와 애프터서비스도 담당한다.
클라우드 기술은 가격을 낮추는 데 한몫하고 있다. 개별 로봇마다 AI를 설치하려면 고성능 컴퓨터를 탑재해야 하고, 이는 곧 로봇의 비용 상승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하면 인터넷으로 가상 서버에 연결해 이러한 연산 작업을 원격으로 할 수 있다. 일일이 고성능 컴퓨터를 탑재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트랙티카는 “클라우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18년 53억달러에서 2025년 1704억달러로 7년 새 32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