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내렸고, 미국도 금리를 연이어 낮추며 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금리인하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더해 미국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자산 전문가들은 고금리 시대를 벗어남에 따라 재테크 전략을 새로 확립하라고 조언했다.
KB국민은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금리 전망에 있어 현재 금융 시장이 불확실성의 시기로 평가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와 대출자 모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며, 예금과 주택담보대출 전략에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는 금리 예측을 바탕으로 예금 기간과 상품 유형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만약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시기가 길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중기간의 고정금리 상품에 투자하여 일정 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앞둔 대출자에게는 금리 결정이 중대한 재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고정금리 대출은 약정 기간 동안 같은 이자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는 예측할 수 있는 지출로 재정 안정성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반면, 변동금리 대출은 초기에 낮은 이자율을 제공하지만, 금리가 상승할 경우 예상치 못한 고금리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인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대출자의 결정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준다.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안전 자산을 찾아 나서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달러 예금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미국 달러가 전통적으로 갖는 ‘안전 통화’로서의 지위와 맞물려, 경제 불안정 시에는 더욱 많은 자본이 달러로 유입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미정 KB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압구정센터 PB는 “장기적으로 볼 때,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와 미국의 금리 정책 변화, 그리고 주요 경제국들과의 무역 관계는 달러의 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투자자는 이러한 요인들을 자세히 분석하고, 글로벌 경제 동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한은행은 트럼프 당선과 상·하원 ‘레드 스윕’으로 트럼프의 정책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변동성이 커진 투자 환경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시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통상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미국 수입 제품에 대한 10%의 보편적 관세부과, 특히 중국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부과 정책은 중국·한국·대만·인도·베트남 등 신흥국 약세를 불러올 것으로 진단했다. 반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는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리 인하 정책으로 그동안 빅테크 종목 대비 소외되었던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종목들이 수혜 대상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미국 주식 광풍 현상이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윤지욱 신한은행 PWM 잠실센터 PB팀장은 “현재 주가 수준이 향후 12개월 예상이익 기준으로 PER 22.2이다”라며 “이는 지난 2000년 닷컴버블일 때의 향후 12개월 예상이익기준 PER 24에 매우 근접할 정도로 높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 가격은 금리가 인하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돼 현재와 같이 강세일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 자산도 무역 정책으로 인한 강세와 금리인하와 재정지출로 인한 약세가 혼재돼 변동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봤다. 미국채 금리도 트럼프 집권 초기에는 재정 확대로 인한 상승, 그리고 내년 하반기에는 경기둔화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하락이 예상했다.
하나은행은 내년 시장을 대비한 포트폴리오에 대해 주식, 채권, 금, 달러 보유가 적합할 것으로 추천했다. 내년도 주식 시장은 주요국 증시 중에서는 미국을 가장 투자 매력도가 높은 국가로 판단했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진행되면서 경기 확장기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에 정부 주도하에 미국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7)의 이익증가율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강하게 움직이는 건 산업이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바이오 헬스케어로도 분산투자할 만한 섹터다.
보수적으로 고배당주 등을 활용하여 배당으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매매 차익도 같이 가져갈 수 있는 주식도 함께 가져가는 것을 추천했다. 채권투자는 자금 용도에 따라서 초단기채부터 단기채, 중장기채까지 여러 상품이 있다. 장기채는 듀레이션이 길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니 꼭 분할매수하는 것을 추천했다.
이외에도 자산을 모두 원화로 보유하는 것보다는 일정 부분 달러로 보유하는 것을 추천했다. 달러로 주식 투자하는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원화의 최고세율 49.5%를 대비해서 22% 분리 과세로 세테크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달러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으로 10년 확정이율 5% 이상의 수익은 확보할 수 있고, 절세를 위한 과세 이연도 고려해볼 만하다.
절세도 챙겨야 할 분야다. 세제혜택이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고, 소득이 있다면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세액공제를 챙겨야 한다. 투자와 절세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 ISA에서 연간 2000만원까지 목돈을 모으고 나서 IRP로 이전 시 세액공제한도와 상관없이 가능하다. 추가 세액공제도 물론 가능하다. 이외에도 보험 차익 비과세 한도도 활용하면 좋다. 1인당 거치식 1억원 한도, 적립식 150만원 한도로 10년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도 물론 변액상품으로 투자 상품 가입이 가능하고 요즘엔 투자도 하면서 가입 기간에 따른 보증 이율도 있어 마음 편하게 운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본격적인 금리인하기로 접어든 시점에 재테크 전략에 대해 분석했다. 금리와 채권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기에는 채권 투자가 효과적이라고 추천했다. 장기채권보다는 단기채나 중기채에 투자를 추천했다. 당분간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장기금리가 같이 하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장기채권보다는 단기채나 중기채 이하에 투자하다가 본격적인 금리 하락을 확인하고 장기채에 편입할 것을 조언했다. 미국 금리 인하 속도와 폭, 그리고 그로 인해 미국 10년물 금리 하락은 더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미국 주식은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상반기까지 빅테크로 대변되는 미국 성장형 주식 중심으로 기업 이익이 증가했고, 또 그 이상으로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빅테크에 집중되었던 기업 이익이 미국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상반기 빅테크 중심으로 집중된 투자를 미국 산업 전반으로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부지점장은 “특히, 연말 연초 소비 시즌과 미국 대선결과로 대선 관련 수혜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트럼프 관련 수혜산업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NH농협은행은 단기채권을 활용한 펀드와 ETF특정금전신탁을 각각 추천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시작된 제로금리에서 첫 금리인상이 시작된 지 약 2년 반 만에 금리인하 사이클로 접어들었다. 투자자들은 금리인상기와 고금리시대의 자산 배분에서 금리 하락기의 운용으로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으로 판단했다.
미국 대선도 변수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승리로 인해 채권금리가 재차 상승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대규모 관세 부과, 확장적 재정정책, 감세정책 등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며 금리인하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채권 운용은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하락기에 자본차익을 목적으로 투자했거나 경기침체를 대비해 장기채를 보유한 투자자는 안정적인 수익률이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조언이다.
현재까지는 높은 수준인 단기금리, 그리고 앞으로 더디게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준금리로 인해 단기채권을 활용한 펀드나 ETF 운용은 안전자산으로서 전체 자산의 기본수익률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높은 금리를 활용한 채권 투자를 고민한다면 장기채보다는 단기채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제안한다”며 ‘ETF특정금전신탁 KODEX 단기채권’과 ‘NH-Amundi 하나로단기채 증권투자신탁’ 상품을 각각 추천했다.
앞으로 금리 예측이 어렵다면 고금리 단기 정기예금도 좋은 선택이다.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쉽고,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해당 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북은행의 ‘JB다이렉트예금통장(만기일시지급식)’이 6개월 정기예금 중 연 3.5% 이자를 제공해 가장 금리가 높은 상품이었다. 최소 100만원부터 최대 10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1000만원 가입할 경우 총 세후 이자로 14만6000원을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에선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신한은행의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이 금리가 연 3.45%로 가장 높았다. 이어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도 연 3.45%를 제공하고,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은 3.42%를 주고,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3.40%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1개월 정기예금에선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의 금리가 연 3.2%로 가장 높았다. 이어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 II’가 연 3.05%, 신한은행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이 3.05%,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이 3.0%로 이자가 높은 수준이다.
[한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