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가지수가 33년 만의 최고가를 여러 차례 기록하고 지난 5월 글로벌 주요 증시 중 최고 상승률을 보이는 등 글로벌 투자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일본의 주가지수 상승세에 대해 ▲엔저(엔화가치 약세)와 저가·저평가 인식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의 대체투자처 부상과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역할 강화 ▲엔저 효과 등에 따른 일본 기업의 실적 호조와 1분기 경제성장률 호조 ▲대규모 금융완화 지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증시 호조의 표면적인 이유로는 외국인 투자가 등을 중심으로 엔저에 따른 저가·저평가 인식이 꼽힌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주요 국가가 금리 인상을 진행해온 가운데서도 일본은행은 금융완화를 지속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 금리와 미국을 비롯한 해외 금리의 차이가 벌어지며 엔저가 유발돼왔다. 지난해 초 달러당 115엔대였던 엔화가치는 140엔대(올해6월 중순 기준)를 오르내리고 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지정학 리스크가 꼽힌다. 미·중 마찰로 중국 기업 등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또 다른 ‘큰 시장’인 일본이 대체 투자처로 관심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 등으로 중국 시장과 기업 등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비해, 일본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의 공장을 유치하는 등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 강화를 통해 위상을 높여가려는 정책을 벌이고 있다.
엔저 등에 따라 일본 기업의 실적이 개선된 것과 최근 경제성장률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SMBC닛코증권이 일본 상장기업 1308곳의 2022회계연도(지난해 4월~올해 3월)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전년도 대비 14.2% 늘고 영업이익은 4.2%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설비투자와 민간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갔다. 최근 일본 내각부는 개정치 발표를 통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성장세가 1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산출한 연간 환산(연율) 성장률은 2.7%였다. 지난 5월 속보치 발표에서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0.4%였으며 연율로1.6%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실질 GDP 성장률 개정치와 관련해 민간 경제전문가 10명의 예측치를 평균한 결과 1.8% 수준이었다고 전했는데, 실제 발표 수치는 이를 뛰어넘었다. 일본의 1분기 연율 기준 실질GDP 성장률은 미국(1.3%)을 앞선다. 또 일본의 전분기 대비 실질 GDP 증가율은 한국(0.3%)을 웃돈다.
일본 1분기 GDP에서 속보치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개정치가 산출된 것은 민간 설비투자의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면서 개인 소비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고 이것이 지난 1분기 전반적인 경제성장률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노무라 액센츄어 관계자는 “최근 주가 상승은 뭐가 다른가라는 질문이 많다”며 “아직 해외 세력은 반신반의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도쿄특파원 김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