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그게 돈이 됩니까?’
인공지능(AI)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오랜 의혹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오픈AI는 지난 2월 10일 AI 챗봇 ‘챗GPT(Chat GPT)’의 유료 버전을 내놨다. 챗GPT의 유료 버전인 ‘챗GPT 플러스’를 지난 10일 출시했다. 월 정액제 모델로 한 달 이용료는 20달러(약 2만5000원)다. 업계에서는 기존 챗GPT 이용자의 유료 전환율을 5% 이상으로 보고 있다. 챗GPT 의 1월 사용자는 1억 명을 넘어섰다. 현재 이용자 수만으로 계산해도 월 1억달러(약 127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전까지 등장했던 수많은 고성능 AI는 학술·연구 목적이었다. 유통·제조 등 다양한 산업과 IT 인프라에 적용된 AI는 대중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챗GPT처럼 누구나 AI를 직접 사용할 수 있고, 비용을 지불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돈은 언제 버는가’라며 눈총을 받던 초거대 AI는 다시금 핵심 원천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인고의 시간을 버텨온 기업들은 ‘골드러시’ 시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생성형(Generative) AI는 챗GPT가 구사하는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나 오디오로 활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기존의 AI가 단순·반복 노동을 줄이는 데 이바지했다면 생성형 AI 는 인간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예술 작업이나 창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픈AI가 2021년 GPT-3를 기반으로 이미지 생성형 AI인 달리(DALLE)를 처음 선보인 후 2022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한 달리2(DALL-E2)를 공개했다. 수백만 개 이미지와 언어를 학습한 AI가 제시된 언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미지를 이루는 단위인 픽셀값을 조절해 언어에 맞는 그림을 만드는 원리다. 이 외에도 미드저니 AI 연구소의 미드저니, 스테빌리티 AI의 스테이블 디퓨전 등 딥러닝 방식의 이미지 생성형 AI가 최근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 구글은 만들고 싶은 음악을 설명하면 음악으로 만들어주는 생성형 AI 뮤직 LM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2021년 개발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를 자사 서비스에 활용 중이다. 네이버쇼핑의 상품 소개 문구를 작성하거나 회의록을 요약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쓸 수 있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검색 경험 서치GPT를 선보일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대화형 AI 서비스 에이닷의 활용 범위를 서비스 추천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KT는 올해 상반기 자체 개발한 초대규모 AI 믿음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LG AI 연구원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학습한 멀티 모달 AI 엑사원을 산업현장에 활용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텍스트를 입력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앱 비디스커버(B^DISCOVER)를 출시하였다. 생성형 AI 모델을 구축하는 데 사용되는 구체적인 접근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생성형 AI는 사람의 행동을 재연하여 사람이 이미 만든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학습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줄 뿐만 아니라 지식 획득을 위한 인간의 학습 과정을 아예 없애줌으로써 지식경제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면서 디지털 대전환을 촉진할 것”이라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월 전 국민 AI 일상화와 AI 기업 성장·글로벌화 등 AI 분야 10대 핵심 프로젝트에 약 7129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AI를 국가 전반으로 확산하고 실질적 산업성과 창출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에서 ‘인공지능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데이터 축적, AI 제품·서비스 개발 지원 등의 노력을 통해 한국의 AI 기술력은 최고 대비 89%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기업현장·국민생활 등에서 AI 활용은 초기 단계다.
정부는 ‘독거노인 AI돌봄로봇 지원’ ‘소상공인 AI 로봇·콜센터 도입’ ‘공공병원 의료 AI 적용’ 등 후보 과제에 대해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확정·추진해 대규모 AI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행정업무뿐만 아니라 입법·사법영역의 공공서비스에도 AI 활용을 확대하고, 제조·콘텐츠 등 10대 분야를 중심으로 수요기업이 필요한 AI 제품·서비스를 개발·적용하는 150개 과제에 400억원을 투입한다. 지역특화산업 생산성 향상과 지역 디지털 혁신을 위한 AI 융합 사업도 새롭게 추진한다.
이 밖에 AI를 개발하는 기업의 성장과 글로벌화를 전폭 지원하고, 초격차 AI 기술력을 확보한다. 신규 8대 분야 학습용 데이터 구축·개방에 올해 2805억원을 투입, 초거대 AI 모델 및 GPU 컴퓨팅 자원 등 AI 인프라를 탄탄히 제공해 AI 기업 성장을 뒷받침한다.
딥러닝, 신뢰성 부족 등 현재 AI 한계를 극복하는 차세대 AI에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총 2655억원을 투자하고, 공공·산업 난제 해결을 위한 AI를 올해부터 2027년까지 445억원을 들여 개발함으로써 AI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한다.
법·제도도 정립한다. 누구나 디지털 혜택을 누리기 위한 선언으로 ‘디지털 권리장전’을 마련하고, AI 산업 육성 및 신뢰성 확보를 뒷받침하는 ‘인공지능기본법’ 제정을 지원한다. LG AI 연구원 원장인 배경훈 위원은 제2차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에서 “혁신적인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인공지능 경쟁력이 세계 최고가 되고, 다양한 데이터·AI 혁신기업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